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양식(bon sense)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모든 인간은 이성 능력을 모두 똑같이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성의 평등성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것을 주문한다. “좋은 정신을 지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것을 잘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철학의 임무는 이성을 그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활용해 확실한 절대 진리를 발견하고, 이것을 토대로 잘 행동함으로써 후회 없는 삶, 만족하는 삶을 영위하는 데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이성이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자문자답해 봐야 한다. 과학기술이 인류 발전에 기여한 낙관적 기대와 더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파괴는 궁극적으로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의 멸망으로 지구가 죽어가는 것임을 자각하는 깨어있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이성적 성찰이 절실히 요구된다. “각자가 자기의 이성을 잘 이끌어내어” 인간만을 위한 편견에 사로잡힌 이성, 인간만이 평등하다는 우월적 이성에서 자연도 인간과 같이 평등하며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인식할 줄 아는 거듭나는 이성이 필요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지만, 생태계적 질서와 자연적 상상력은 경제생활에 대해 부족한 편이다. 자연이 가진 자정능력과 복원력이 지금 한계상황에 와 있다.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와 소통을 회복시킬 수 있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철학, 사상체계, 규범, 제도와 의식의 전환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설정되어야 한다.
물질적 풍요나 각종 개발의 유혹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사고와 생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필요해서 추구한 수단적 가치가 우리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문제를 더 양산하여 그것으로 우리의 삶과 환경을 지배하는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만능 사상, 개발·성장 중심 논리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균형을 추구하는 자연 친화적인 생태주의적인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슈바이처는 생명 외경 사상으로, 어렸을 때부터 ‘너희는 죽이지 말라’는 계율을 배웠으며 이것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으로 나타났다. 생명에의 외경 사상은 생명을 상해하거나 살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돕고 고양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의 생명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살생해야 하나 무차별적인 살상은 죄악이다. 이는 그 자체로 고귀한 생명을 죽였다는 점에서 죄악이고 살인하는 자의 정신을 타락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죄악인 것이다. 살인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살인자 자신에게도 해를 입히지만, 친절은 그 반대의 효능을 갖는다. 모든 생명을 보존하고 촉진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것을 파괴하고 억제하는 일은 나쁜 일이다. 인간에게 적용되는 규범의 잣대를 확대하여 자연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을 범죄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각오로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저마다 생명의 숨결이 호흡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인간만의 행복을 위해 너무나 많이 자연에 대해 죄를 저지르고 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연 앞에 겸허하게 다가서서 용서를 빌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 중심의 합리주의, 효율성, 과학기술이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인간을 위한 많은 기여를 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도구들이 오히려 지구의 자연과 환경을 병들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인류에게 행복보다 더 큰 재앙과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가 급속한 속도로 전 지구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자연을 떠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지구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착취와 종의 소멸, 환경 오염과 천연자원의 고갈 그리고 회복 불가능한 기후변화 등 종말의 예고편은 이미 시작되었다.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불길한 징조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두려워해야 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간은 자연에 군림하는 자연에 대한 정복관을 버리고, 생명의 어머니인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 인간은 언어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지만, 자연은 말없이 인간에게 눈물을 흘리며 각종 재난으로 인간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진실로 우리 인간의 행복한 미래를 염원한다면, 우리 후세에게 더 이상 병든 지구의 유산을 물려주어 우리 미래 세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내 몸같이 자연을 존중하고 일체감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 땅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
이종식, 국제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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