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김상복 속초연탄은행장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월 8일 거행된 ‘6.8 독도 미공군폭격희생자위령제’에 참석하고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펜을 들었다.
김상복 속초연탄은행장은 1948년 6월 8일 미공군의 독도 폭격으로 숨진 고 김해도씨의 장남으로서 이번 위령제에 아헌관의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고, 평소 김 은행장을 여러 이유로 존경해온 터라 동행을 원하는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당시 김상복씨는 4살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었는데, 민간단체인 ‘푸른 울릉·독도 가꾸기회(이하 푸독이라 한다)’의 희생자의 유족 찾기에 의해 부친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되었고, 본 사건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기를 원하는 마음과 억울하게 숨진 부친의 원혼을 늦게나마 위로하는 마음에서 7년째 위령제에 참석한다고 했다. 김상복씨가 기억하기로는 독도에서 미역채취작업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모친의 말씀뿐이었다며 부친을 여읜 4살 때부터 자수성가하기까지 부친 없는 고생이 이에 기인한 것인지는 그동안 까맣게 몰랐었다고 했다.
다행히 민간단체인 ‘푸독’에서 1995년도부터 울릉도 일원의 부상자·유족·주민들의 목격담과 전해 들은 이야기에 대한 채록작업에 착수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었고, ‘독도 조난어민 위령비’라는 당시의 사건과 다르게 다소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비의 이름’(비목)을 바로 잡기 위한 증거·증언을 수집하여 비로소 ‘6.8 독도 미공군폭격희생자위령비’라는 사건내용과 일치하는 위령비를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올해 내로 위령비를 안치한다는 원칙을 푸독 회원 간 합의하였다고 했다. 다만 위령비의 안치 장소에 대하여 ‘푸독’은 저동항 해변 촛대바위 인근을, 유족대표인 김상복씨는 독도박물관을 주장하고 있어 아직 안치 장소를 결정하지 못한 채 지난 6월 8일 ‘6.8 독도 미공군 폭격 희생자 위령제’라는 명칭으로 독도 현장에서 올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왜 당시에 위령비의 비목을 ‘미군 폭격에 의한 희생자 위령비’라고 하지 못하고 ‘독도 조난 어민 위령비’라고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진실규명이 남아 있는바, ‘푸독’을 비롯한 유족들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흐린 날씨 속에서 거행된 위령제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필자는 제사를 지내는 관계자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 희생자들이 흘리는 감사의 눈물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지만, 정말로 희생자들이 흘리는 눈물인지도 모를 일이다. 위령제를 준비하고 비목 제자리 찾기에 애쓰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그러면 ‘6.8 미공군 독도 폭격사건이란 무엇인가’. 지난 6월 7일 울릉군청 4층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6.8 미공군 독도 폭격사건은 해방 직후 혼란기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다. 1948년 6월 8일 오전 11시 30분경 오키나와 주둔 미 제5공군사령부 소속 21대의 B-29 중폭격기가 독도 서도 물골 앞 해상에서부터 1000파운드의 GP폭탄 76개를 쏟아부어 융단폭격을 가했고, 그 와중에 6월 독도 미역철을 맞아 조업하던 울릉도, 강원도 울진, 경북도 영덕 등 동해안에서 온 어민들이 폭격으로 14명이 사망 또는 행방불명되고, 6명이 부상을 입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지만 오늘날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불행한 사건이다. 본 사건은 자칫하면 묻힐 수도 있었지만, 당시 울릉도를 방문하고 있던 신문기자와 통신사 기자들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1948년 6월 11일 자 조선일보는 “국적 불명의 비행기가 투탄, 기총소사, 독도서 어선 파괴 16명 즉사”라는 제목으로 윤고종 기자의 울릉도발 기사를 보도하였고, 12일에는 남선경제신문(매일신문전신) 등 10개 신문, 13일에는 대한일보, 군산신문 등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신문에서 본 사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회적인 관심 속에서 사건 발발 2주기를 앞두고 조재천 경북도지사가 ‘독도 조난어민 위령비’를 세우고 위령비 뒷면에 어민 59명이 18척 어선에 분승하여 조업 중 사망 및 행방불명 14명, 중경상 6명, 선박파손 4척이라고 기록하였다.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서 제막된 ‘독도 조난어민 위령비’가 세월이 지나면서 사건 또한 일반인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간 사건이다. 진실이 하루속히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김지윤,전 속초시행정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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