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는 석호다. 석호는 절대보전지역, 완충지역, 친수지역(관광지역)으로 구분하고, 친수지역은 석호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정되어야 한다고 관리청인 원주청이 석호 보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지역의 석호, 청초호와 영랑호는 도심 속 석호이다 보니 개발의 압력이 거세고, 그만큼 환경 개선을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 예산이 투입된 곳이다. 영랑호는 준설, 수변 조성, 도류제 설치, 습지공원 조성 등에 지금까지 500억원 이상 투입되었다. 깨끗해진 영랑호가 시민과 관광객에게 사랑을 받자 속초시는 부교를 놓고 호수 중앙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사업을 추진했다.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이다.
속초시는 2019년 영랑호 생태탐방로 기본계획 주민설명회를 통해 부교 설치를 알렸고, ‘영랑호 부교 설치 반대 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되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이하 본 연합)은 시민들에게 운동에 함께하자고 호소했고 자연스럽게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하 뭐라도)’이 구성되었다. 뭐라도는 지역 곳곳에서 ‘영랑호 부교’가 가져올 환경문제를 알렸고, 이에 동참한 시민, 관광객의 서명을 받았는데 그 수가 무려 8천명 이상 되었다. 속초 인구가 8만이니 시민 10%가 ‘영랑호 부교 건설’에 반대한 셈이다.
영랑호 부교를 설치함으로써 하나의 수생태계가 2개로 쪼개지고, 두 개의 생태계는 같은 어류도 성장도와 비만도가 다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부교가 물 흐름을 방해해 수질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예산 500억원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강원도가 ‘호수내 부교 설치 재검토’를 강력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초시가 행정적 절차를 무시한 채 건설해 영랑호 부교는 불법시설물이 되었다.
영랑호 부교의 주민소송 청구취지는 ‘중요 공유재산 취득을 위한 지방의회 사전 의결 누락으로 위법한 시설물’이므로 조성공사를 중지하고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부교는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인 영랑호 유원지의 세부시설로 영랑호 유원지 도시계획에 포함하여 조성사업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랑호 유원지 도시계획시설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건설하였다. 국토계획법 제30조 제5항의 ‘결정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위반한 것이며, 속초해수욕장 대관람차가 관광진흥법상 관광지조성계획 변경절차를 밟지 않은 것과 같은 사례이다.
무허가 불법시설물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가 정작 불법시설물을 설치하고,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속초시의회가 묵인과 동조로 방관하였다. 하루빨리 영랑호 부교를 철거하여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영랑호가 도심 속 자연호수로 거듭나 세계 속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성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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