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6월의 중순이다. 대설주의보, 대설경보 등이 발령되면서 폭설을 염려하던 시절은 이젠 사상 초유의 6월 무더위라는 기상 예보 등을 접하는 시기로 바뀌었다. 이러구러 바쁜 척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올해도 반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이렇듯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싶어 하고 휴식이 필요해진다. 그런 여러 휴식 혹은 여가 활동 중에서도 캠핑은 그 인기가 높다. 어느 때부터인가 전국적으로 캠핑이 한 번 붐을 이루더니 지금까지도 꾸준히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캠핑의 매력은 뭘까? 그건 뭐니 뭐니 해도 바비큐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 대세인 불멍! 불멍은 텐트 앞쪽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멍하니 불을 쳐다보는 행위이다. 여기서 핵심은 ‘불’이 아니라 ‘멍’이다. 멍하니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걱정 근심과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잊는 것. 덜어내는 것. 멍 때리는 것.
지난 5월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런 대회도 있나 싶지만 벌써 8회째 개최되고 있고 시상도 한다. 관객투표로 이뤄지는 예술점수와 심박수 체크를 통해 이뤄지는 기술점수의 합산으로 점수를 매기고 승자를 가린다고 한다. 세상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면 그런 대회까지 생기는 것일는지.
얼마 전 급한 용무가 있어 양양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국도로 가도 되지만 시간이 촉박했기에 굳이 고속도로를 탔다. 그리고 사단은 거기서 발생했다. 양양 방면과 서울 춘천 방면으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멍 때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서울 춘천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잘못됐음을 깨닫는 데는 불과 몇 초 걸리지 않았지만 가도 가도 양양 방면으로 차를 돌릴 곳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초조해졌고 네비게이션은 도착시간을 거의 한 시간 이상 넘게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엔 목적지가 서울이었으니까 아무 느낌 없이 그냥 그대로 운전했었는데, 이번 경우는 회차를 해야 했었기에 이렇게 차를 돌릴 곳이 없는지 몰랐었다. 결국엔 내린천 휴게소에 이르러서야 겨우 차를 돌릴 수 있었고 그날의 업무는 엄청나게 꼬여버렸다. ‘불가역적’이라는 말이 새삼 절실히 떠오르던 날이었다. 잠깐의 멍 때리기가 빚은 참사였다.
요즘 속초의 가장 핫 이슈는 옛 동우대 부지 매각 건일 것이다. 각종 사회단체들의 이름을 건 매각반대 현수막들이 거리거리마다 빼곡하게 걸려있다. 지자체로부터 헐값으로 학교 부지를 매입하고 지역사회로부터 광범위한 도움을 받아 운영되던 학교법인이 단물만 빨아먹고 학교 부지 매각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선 지역사회에는 결국 껍데기만 남기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동우대 이전 반대가 한창이었을 때를 생각해 본다. 동우대 주변 관계인들이 주축이 되어 이전 반대위를 구성하고 활동했지만 지금과 같은 전 방위적인 관심은 없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던 시민단체에서 힘을 보태고 있었지만 학교 이전이 빚을 결과물들에 대한 전망이나 대책이 미약했었다. 핵심 학과는 속초에 남기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았고 결과적으로 경동대와의 통합, 원주와 경기도 양주로의 캠퍼스 이전은 실행되고 말았다. 그리고 한 번 진행된 결정사항들은 불가역적인 것이 되어버렸고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바쁘게 사는 것은 좋은 것이리라.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하지만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결정들에 대해 멍 때리게 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마치 잘못 들어선 걸 알았지만, 예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외길을 마냥 달려야 하는 상황, 불가역적인 상황을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일 테니.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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