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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문화도시 고성을 위하여<4> 고성의 평화유산② 건봉사와 금강산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김홍도의 길로 금강산 콘텐츠 확장 필요
등록날짜 [ 2024년06월10일 14시42분 ]


 

 

“금강산 고성입니다.”
속초에서 고성으로 넘어오는 고갯길에 붙은 문구이다. 금강산은 고성군의 역사와 문화가 응집된 상징공간이자 언젠가는 만나고 싶은 그리움의 장소이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시행된 금강산 관광 프로그램 육로관광의 중요 길목이었고 동해북부선 철도를 통해 제진역부터 금강산청년역까지 연결하여 기차여행도 할 수 있었다. 70~80년대 명태 활황에 의한 지역경기 활성화 이후 금강산 관광은 고성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남북관계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최근에는 가장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은 고성군의 도시마케팅에서 가장 효과적인 상징구호이기도 하다. 가지 못해 더욱 그리운 금강산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적 의미와 미래평화의 상상공간이기 때문이다. 

 


건봉사 전경. 건봉사는 조선시대 4대 사찰의 하나일 정도로 위상이 높은 곳이었다. 유생들에게도 이름이 높은 곳이었는데 금강산 가는 길의 경유지로서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금강산 제1봉 신선봉에서 금강산전망대까지
고성군은 금강산 문화의 마지막 자산을 간직한 곳으로 중요한 사찰 두 곳이 있다. 신라 혜공왕 때 창건된 사찰 ‘화암사’는 금강산 자락의 남쪽 줄기에 닿고 있다. 금강산 1봉으로 불리는 신선봉 바로 아래에 세워져 있기에 예부터 ‘금강산 화암사’로 표기된다.
거진읍에 있는 건봉사 역시 금강산 자락의 절이다. 조선사찰 31본산 가운데 제27본산이었던 건봉사는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 양양의 낙산사를 말사로 둔 조선시대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였다. 6.25 전쟁 때 불이문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게 되었고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말사이다. 건봉사의 문화적 의미는 크게 세 가지이다. 초대중적 공양문화인 만일염불회를 최초로 조직한 염불 도량, 사명대사와 만해 한용운으로 대표되는 호국의 성지, 마지막으로 금강산 가는 길의 경유지였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금강산은 사대부들이 생애 꼭 한번 방문해야 할 장소였다. 인격도야, 심신수양에 적합한 풍류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건봉사는 영남과 영북의 유생들이 금강산을 구경하러 가는 길에 들러서 숙식을 해결하는 곳 중 하나였다. 아침에 건봉사, 점심에 조제암(건봉사 말사), 저녁에 유점사로 들어갔다가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금강산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꿈이었기 때문에 건봉사가 차지하는 위상은 높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금강산 자락의 최남단이자 금강산 여행길의 경유지였던 두 사찰은 금강산으로 가는 ‘길’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평화유산이다. 
고성군에는 남북 대치의 현실에서 금강산 이름을 사용하는 또 다른 시설이 있다. 동해안 최북단 군사시설 관측소인 717OP가 바로 금강산 전망대이다. 1982년 만든 금강산 전망대는 한때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지만 1994년 이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고 군사시설로만 사용되었다. 해안가에 위치한 통일전망대와 달리 내륙의 고지에 위치, 다양한 북쪽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대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로 하였고 2018년 이후 한시적으로 개방되었다. 하지만 2023년 4월부터는 나빠진 안보상황에 때문에 금강산 전망대는 제외된 채 축소돼 운영되고 있다. 

 


안철영 감독의 1938년 작 <어화> 중 옛 거진역이 나오는 장면. 고성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고성에서 기차 타고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기억을 가진 어르신들이 많다. 그들에게 금강산은 단절의 공간이자 추억의 장소이다.  


남북 금강산길로 평화의 일상적 경험 축적
금강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조선시대까지는 사대부의 심신수양과 산수 감상, 풍류의 장소였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금강산 유산기 속 금강산은 ‘선조의 유산을 끊임없이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당대의 장소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한다. 박부원은 그의 박사논문에서 금강산 유산기의 여정과 장소적 의미를 살펴보고 현재로 이어질 수 있는 금강산 여행콘텐츠의 방향을 제안한다. 그에게 이런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길은 여행과 답사의 방식을 통해 역사가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이자 탐방객이 지역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이해하는 장치가 되고, 지역사회는 이 길을 통해 탐방객들에게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예컨대 정조 대왕의 명으로 금강산을 다녀온 김홍도의 ‘봉명사경도’는 고성을 시작으로 영동과 영서를 연결할 수 있는 길이다.  현재 다양한 길이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지만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를 포괄할 수 있는 매력적 이야기가 부재한다. 지역과 지역을 문화적으로 이을 수 없다는 점에서 김홍도의 봉명사경 스토리에 기반한 금강산 길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다. 금강산을 떠올린다는 것은 역사성에 기반하여 살펴보는 과정이자 현재의 문제점을 환기하고 평화의 길로서 금강산길을 조명한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화암사부터 건봉사, 화진포와 제진역, 통일전망대의 길은 그대로 금강산 남측의 길이 된다. 분단과 남북대치로 가지 못하는 금강산 북쪽의 길은 통일전망대 일원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통영의 디피랑 같은 미디어아트로 재현하는 것은 어떨까. 옛 그림과 금강산의 실경, 고성군의 그리움까지 담을 수 있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여기에 우리의 판소리 등 공연물을 가미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대중 콘텐츠는 고성군의 새로운 여행상품이 될 수도 있다. 
고성 출신 김담 작가는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7번국도나 옛 동해북부선 철길을 통해 금강산 가는 길의 기억을 과거 세대와 지금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새 건물을 지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상상도 합니다. 간성역 터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해 옛날 간성역에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을, 또는 금강산으로 단풍구경 가는 어른들을 보여주는 겁니다. 물론 일제강점기의 침략과 수탈의 역사를 잊지 않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고요.”(『고성과 나』 pp.59~62)
최근 북한이 제진역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뜯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고성군에 걸쳐있는 금강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현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중요해진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넘어 역사에 기반한 평화상상의 콘텐츠로 구축하고 지역간 연계를 통해 비평화 현실의 극복 의지를 담아야 한다. 고성군이 ‘금강산 길’ 담론을 연결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며 지역간 연계를 고민하는 것은 분단의 현실을 환기시키며 평화를 위한 ‘일상적 경험의 축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참고자료>
『고성과 나』, 김광섭 외, 고성문화재단, 2022
「금강산 역사문화로 개발 연구」, 박부원,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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