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란 작가가 재봉을 배워 가족들에게 유니폼을 선물한 후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머니가 태어나고 자란 양양 남대천을 바라보면서 이 아름답고 역동적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었는데, 시어에 서툰 제가 남대천 시를 쓰게 돼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어머니의 강>이란 시를 통해 양양이 고향인 자신의 어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애틋하게 떠올리며 창작 활동을 시작한 이지호 씨는 서울 출생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중학교와 메이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현재는 서울에서 메디웍스 컨설턴트사에 근무하며 올해 출판예정인 소설 집필에 한창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명란 도예 작가는 1950년대 당시 목재소를 하던 아버지 고 김치룡 속초읍장(후에 속초시장 서리 역임)으로 양양에서 태어나 양양초등학교를 잠시 다니다, 속초로 이사한 후 이화여대 도예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토공예섬유대학원을 거쳐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수원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를 지낸 우리나라 최초 여류도예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김명란 작가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인간환경디자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경기도, 수원시, 고양시 등에서 건축ㆍ환경 심의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이같은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한국도자학회 회장과 한국여류도예가협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우리나라 도예분야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며 200여회의 그룹전과 개인전 8회를 열었고 저서로는 <생활도자 공예디자인>을 출간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갤러리문화센터 대표를 맡아 우리나라 도예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김 작가의 아들인 이지호 씨가 연어의 모천인 양양 남대천을 그리워하며 시를 쓴 이유는 어머니의 유년 시절 순수한 기억과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데다, 자신 또한 일본에서 중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까지 하면서 고국과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원적지를 항상 갈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후 외가인 속초와 어머니의 고향인 양양 남대천을 자주 들러 성장 과정 중에 채우지 못했던 향수를 그리다, 자신의 어머니와 선후배 사이로 잘 알고 지내던 ‘연어 시인’ 임정숙 작가를 만나 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랜 일본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의 한편에는 늘 내 조국인 한국과 외갓집 속초와 양양 남대천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무언가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진 것을 풀기 위해서는 제가 성장하면서 느끼고 지녔던 상념들을 글로 써보고 싶었고, 더 나아가서는 시로 표현해 보고 싶어 임정숙 작가님으로부터 사사를 받게 됐어요.”
이렇게 양양 남대천을 찾아 향수를 채워간 이지호 씨는 2021년 10월 29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남대천을 아들과 함께 찾아 돌다리를 건너며 느꼈던 시상을 떠올리며 쓴 <어머니의 강>이란 시를 통해 세월을 거슬러 올라 등 굽어 돌아오는 남대천으로 소상하는 ‘양양연어’를 어머니의 삶에 비유하면서 시 문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일본에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낸 이지호 씨가 어머니의 삶을 그리워하며 시를 배우겠다고 한 생각이 기특해 열심히 가르친 임정숙 시인은 “시 문학이 어려운 분야임에도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의 터전이었던 양양 남대천을 주제로 시를 쓴 이지호 씨의 마음 그 자체가 아름다운 한 편의 시”라며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고 뿌리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이 연어의 모천인 양양 남대천과도 너무나도 닮았다”고 했다.
이지호 씨의 시를 감상한 한상호 양양문인협회 회장은 “갈수록 빠르게 변하고 고도화하는 시대 속에서 남대천을 모태로 한 이 시는 모자가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마음을 위로하는 것처럼 정겨움이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남대천 시로 고향과 마주 ‘감개무량’
우리나라 여류도예가 최고봉으로 불릴 만큼, 잘 알려진 김명란 도예 작가는 양양에서 태어나 어릴 적 남대천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지금도 마치 어제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떠오른다고 한다. 양양초등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인근 속초로 이사를 가기는 했지만, 다시 50여년이 지나 둘째 아들인 이지호 씨의 남대천 시를 통해 고향과 마주한 김명란 작가의 마음은 감개무량할 뿐이다.
“아직도 아버지 모습이 선하고, 당시 양양에서 목재소를 하면서 남대천에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아들이 이렇게 어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자신은 알지도 못하던 시대상과 장소를 찾아 시로 표현해내 정말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죠.”
지난 2018년 수원대학교 교수를 정년 퇴임한 김 작가는 서울 서초구에 CAS 수연갤러리를 오픈하고 현재까지 8회에 걸쳐 갤러리 기획초대전을 열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예술철학이 누구보다 뛰어났던 그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동행하기 위해 2회의 바자전시회도 주최했고,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현직에서는 은퇴했지만, 현업은 아직도 도예 작가로 후진양성을 위한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는 김명란 작가는 구순이 넘은 친정엄마를 보러 자주 고향을 찾고 있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면 고향에서 작은 도예갤러리를 열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정성껏 물레를 돌려 빚어내는 도예처럼 모두의 인생이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김명란 작가와 아들 이지호 씨는 그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던 ‘남대천의 연어’로 작은 추억을 큰 행복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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