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키즈트리엔날레 2020에 출품한 최정화 작가의 <그린커넥션>. 강원의 자연, 환경, 평화를 의미하는 그린(GREEN)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평화를 상징하는 연결(Connection)의 합성어로 평화염원과 자연을 상징한다.
평화문화도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평화는 어떻게 도시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평화의 정의를 생각해야 한다.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일까? 평화학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평화의 반대말은 차별과 배제, 갈등과 편견이며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용과 환대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평화학의 선구자라고 평가받는 요한갈퉁은 “물리적 폭력이나 전쟁이 없는 상태의 소극적 평화에서 전쟁과 폭력의 원인, 정치적 억압, 사회적 차별이 없는 구조적 평화와 이것을 자연스럽고 지속가능하게 구성원들이 내면화시키는 문화적 평화를 아우르는 상태”를 평화라고 정의한다. 핵심은 ‘지속가능하게 구성원들이 내면화시키는 문화’이다. 디터젱하스에게 평화는 문명화 요소의 복합구성이자 재형성 과정이다. 비폭력 국가독점, 법치주의, 사회구성원의 갈등 억제, 정치의 민주적 결정, 사회정의, 관용과 타협에 기초한 건설적인 갈등해결 문화 등 평화를 위한 여섯가지 요소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학은 기존의 국민국가 중심 역사와 문제의식이 약화되면서 대두되었다. 전쟁 외에 환경, 개인의 위협 등 전 지구적 문제가 전면화되면서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고 개인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평화가 중요해진 것이다.
평화역량 기르는 평화교육과 문화예술
고성군과 고성문화재단은 평화가치의 확산과 개인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평화를 위해 고성형 평화교육과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고성형 평화교육은 ‘더 큰 포용 빅 허그(BIG HUG) 고성’에서 출발한다. 이 사업은 일종의 도시문화 브랜드로서 ‘허그’를 선정하였다. 분단 지역의 아픔과 치유의 역할을 ‘허그’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허그의 사전적 의미인 ‘껴안다, 포옹하다’를 넘어 고성군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치유, 힐링, 포용, 연결, 회복으로의 확장적 의미를 도시 전역으로 확산하는 과정이 ‘평화가치의 내면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접경지 고성의 장소성, 가장 많은 석호가 존재하고 70%가 삼림으로 구성된 고성의 생태가치는 연결과 연대의 ‘허그’를 통해 평화상징의 도시문화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두 가지 사업을 준비했다. ‘더 큰 포용을 위한 BIG HUG 고성 아카데미’와 ‘허그문화 사진/영상 콘텐스트’를 진행한다. ‘허그문화 아카데미’는 환대와 평화, 생태환경, 역사, 전통 등 고성이 품어야 할 가치의 발견에 관한 평화교육이다. 고성으로 초대된 인문학자가 고성에서 만나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강의하면서 ‘더 큰 포용’이라는 주제를 환기하게 만든다. 오는 6월부터 수강생을 공개모집해 고성의 장소성과 인문가치를 군민과 공유할 예정이다.
허그문화 사진/영상 콘테스트 ‘고성의 허그를 찾습니다’는 허그문화가 지닌 따뜻함, 힐링과 연결을 경험하는 사진과 영상 콘테스트이다. 올해는 고성 군민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가족과 지인은 물론 반려동물, 숲이나 자연 등 다양한 대상과의 연결을 의미하는 사진과 영상을 출품하면 된다.
명파아트호텔에서 펼쳐진 전시 ‘이매진 피스’를 보고 있는 군인의 모습. 고성문화재단은 명파마을 일원을 평화 주제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트케이션 고성을 위한 평화예술
고성군은 지난 2022년 DMZ문화예술삼매경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고성군 최북단 마을에 해당되는 명파리의 오래된 펜션을 ‘아트호텔’로 개조하는 사업이다. 이스라엘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접경지역에 설치된 아트호텔의 콘셉트는 평화예술이다. 사전에 선정된 작가들이 호텔방에 자신의 작품을 레지던스 과정을 거쳐 조성하였다. 이같은 평화예술은 주민 개인의 기억과 장소의 기억을 발굴하여 평화를 상상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고성문화재단은 명파아트호텔의 차별화된 관광상품을 만들고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여행 상품과 체험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하여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재단의 이러한 시도는 최근 고성문화도시 앵커사업으로 선정한 ‘아트케이션’을 통해 명파의 차별화된 공간조성을 추진하게 만든 근거가 되었다. 아트케이션이란 ART(예술)와 Vacation(휴가)의 합성어로 고성 생활권의 창조성을 높임으로 주민의 지역 자긍심이 높아지고, 외지인은 머물고 싶은 지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고성의 접경지역 장소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분단과 평화, 자연과 생태’ 등의 가치가 예술과 만나게 되는 유니크한 접근, 외지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관계인구를 확장하고 차별화된 문화인프라를 마을별로 구축한다. 이러한 접근은 고성군 북부권에서 ‘평화’를 키워드로 다양하게 추진될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지역활성화 사업에 고성이 선정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이 사업은 지역 작가가 외부 작가를 초청하여 명파 마을에서 한달살기를 진행하며 마을의 특성이 반영된 작업을 한 후 아트케이션 페스타 행사를 할 예정이다. 외지 예술가의 관계인구 확산, 정주여건과 지역활성화, 예술의 창의성이 반영된 마을만들기를 추구한다. 명파부터 시작하는 이 사업으로 평화와 생태 등의 장소가치에 예술가의 상상력이 연동되어 마을문화를 조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마을주민과의 평화상상이 고성의 미래가치가 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이다. ‘허그’를 활용한 평화교육, 평화예술이 함께 하는 마을만들기는 고성형 평화문화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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