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꽃묘장 사람들을 만나다
봄·여름·가을 40개소에 식재
튤립만도 색깔별로 20종류
시 캐릭터 ‘짜니’ ‘래요’ 화단 조성
17일 속초광장에서 꽃묘장 직원들이 봄꽃 식재 작업에 한창이다.
4월 무렵이 되면 속초 가로변 꽃들이 본격적인 봄을 알린다. 지난 17일 속초광장에서는 꽃묘장에서 나온 직원들이 만개한 꽃모종 트레이를 옮기며 식재 작업에 한창이었다. 시 직영 꽃묘장에서는 19명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년 여성들로, 팔토시와 챙모자로 중무장한 채 볕 아래에서 화단에 심은 꽃을 익숙한 손길로 빠르게 솎아냈다. 쉬는 시간, 잠시 화단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직원들은 직접 심은 튤립 사진을 핸드폰으로 서로에게 보여주며 웃음꽃을 피웠다. 일한 지 2년 정도 되었다는 여성 직원은 매일 보는 꽃들이지만 늘 애정이 가고 예쁘다고 말했다.
“식재 작업이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어요. 꽃이 지고 피며 자라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잖아요.”
속초에서 연중 봄, 여름, 가을 계절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척산온천휴양촌 테르바움 앞, 수복탑 로터리, 해맞이공원, 대포농공단지 입구, 속초해수욕장, 동명항, 영랑호 화랑공원 등 40개소에 이른다. 꽃묘장에서 기른 꽃모종은 계절별로 출하할 때 약 30만 본씩 나간다고 한다.
“튤립만 해도 색깔별로 한 20종류 있어요. 한 3만5천 본 가지고 지금 엑스포와 이곳 속초광장에 반반 나누어서 해가 바뀔 때마다 종류를 조금씩 바꿔서 식재하고 있어요.”
꽃묘장에서 공무직으로 운영·관리 일을 한 지 5년 정도 되었다는 이준석 씨는 비올라, 삼색제비꽃이라고도 불리는 ‘팬지’가 속초에서 가장 잘 크는 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화단에서 팬지를 제일 많이 볼 수 있는데, 화려하면서도 생명력이 강하고 추위에도 잘 견뎌서 우리 속초에 딱 맞는 꽃이죠.”
팬지 외에도 주로 식재하는 봄꽃은 팬지보다 꽃송이가 작은 비올라, 계란꽃을 연상하는 데이지, 크리산세멈 등이 있다. 크리산세멈 중 하얀색은 스노우랜드, 노란색은 멀티콜옐로우라고 부른다며 색깔별로 이름이 다르다고 했다.
속초시 노학동 테르바움 앞 봄꽃으로 수놓은 속초시 캐릭터 ‘짜니’와 ‘래요’.
이준석 씨와 함께 ‘홍반장’으로 불리며 식재 작업 전반을 지휘하는 홍성주 씨는 꽃묘장 내에서 넘치는 열정으로 미담이 자자하다. 지난해 시 60주년을 기념해 주요 화단에 ‘60’ 모양으로 꽃을 심고, 올해는 속초시 캐릭터인 ‘짜니’와 ‘래요’를 직접 도안해와 화단에 그대로 구현해냈다. 이 씨는 모두 ‘홍반장’이 낸 아이디어라며 치켜세웠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알록달록하게 심어야겠다 싶어 믹스 종류로 바꿔보았는데, 해놓으니까 예쁘긴 하더라고요. 또 특별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속초시 캐릭터가 생긴 거죠. 홍 반장과 얘기하다가 ‘새로 나온 캐릭터 모양으로 화단을 꾸며보면 어떨까’ 하길래 ‘무슨 소리냐’고 했죠.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거든요. 결국 집에 가서 손으로 다 그려오더니 그대로 심게 됐죠. 테르바움 앞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속초시 꽃묘장 사람들을 만나다
출하 직전부터 만개한 얼굴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봄꽃들은 겨울내내 꽃묘장 직원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 자라난다.
“보통 11월 말에 파종해요. 씨앗을 뿌려서 새싹을 요만하게 키워요. 그러면 이모님(꽃묘장 직원)들이 앉아서 38만 본 정도를 손으로 포트 하나하나에 다 심으시는 거죠.”
이 씨는 파종할 때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먼저 상토와 퇴비, 비료에 영양제를 섞어서 씨앗을 뿌릴 준비를 한다. 넓은 터에 상토를 쭉 깔고 씨앗을 뿌려 땅을 다지고, 거기에 또 씨를 뿌리고 상토를 뿌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렇게 3~4주 지나 올라오는 작은 새싹들을 뽑아 꽃묘장 직원들이 포트에 옮겨 담는다. 모판 하나에는 28개가 들어간다. 새싹이 심긴 포트를 비닐하우스에 펼쳐놓고 다시 영양제 탄 물을 뿌린 후 이식 작업을 한다. 그렇게 비닐하우스 한 동에 2만4천 본 정도가 자라고 꽃묘장에는 총 13개 동의 비닐하우스가 있어 계절마다 30~38만 본의 꽃을 틔워 도심과 길거리 화단에 식재한다.
“그렇게 11월 말부터 봄 준비를 해서 2월까지 꽃들이 잘 자라도록 비닐하우스 환기에 공을 들이죠. 습기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곰팡이가 피거든요. 자동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매일 기온과 습기를 체크해가며 주말에도 이모님들이 돌아가면서 나와 환기하고 물주며 관리해요. 추우면 닫고 조금 따뜻하다 싶으면 비닐보호막을 열어주고, 또 물 주고 약 치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매일 신경 써야 하죠.”
꽃을 개화시키고 심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도심 화단을 돌아다니면서 시든 꽃들을 찾아 제거해주어야 다시 예쁜 꽃들이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일일이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봄꽃 식재 작업이 끝난 꽃묘장에서는 다시 5월부터 국화 모종을 비롯해 여름꽃 식재를 준비해야 한다. 씨를 뿌리고 포트에 흙을 깔아놓고, 틔운 새싹을 옮겨담는 분주한 일정을 코앞에 두고 있다.
꽃묘장에서 가장 오래 일하셨다는 김준자 씨에게 작업이 고될텐 데 오래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저는 여기서 일한지 15년 정도 되었는데, 혼자 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항상 여럿이 모여서 일하니까 재미있는 거죠. 꽃들도 여러 사람 손이 가야 이쁘게 커요. 또 꽃을 키우는 재미도 있고 키워 밖에 내보냈을 때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보면서 얼마나 사랑스러워할까 하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항상 일합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