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격주로 ‘평화문화도시 고성을 위하여’를 연재한다. 많은 안보유산을 보유한 고성의 문화 특징을 ‘평화’로 전환하고 일상의 평화를 구축하며 평화예술부터 평화경제까지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교차하며 평화문화도시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이다.
2023년 5월 평화경제특구법이 통과되었다. 남북간 경제적 교류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실현과 낙후된 접경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지정운영하여 남북간 경제교류와 상호 보완성 증대,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강원도는 고성을 비롯해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춘천이 해당된다.
고성군의 지난해 발표내용을 보면 거진읍 원당리, 현내면 죽정리 일원과 화진포 일원을 연계한 세계평화공원 등 관광지와 동해북부선 철도·고속도로 등 물류를 결합한 관광·물류 분야 복합 특구 조성 계획을 갖고 있다. 2025년 용역을 실시해 2026년 평화경제특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인 고성 합축교는 고성의 역사적 변천과 관계가 깊다. 17개의 교각 가운데 북한이 8개, 남한이 7개를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리 하나에서 남과 북의 교량형식을 모두 볼 수 있고 남북이 함께 만들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성의 평화유산은 남과북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진정한 평화도시 위한 문화적 대응 필요
고성군과 평화를 연결하는 메시지는 계속 나왔다. 유엔평화도시, 생태평화도시같은 비전이 그렇다. 하지만 도시경쟁력을 위한 도시비전이나 문화적 접근과 대응은 부족한 편이다. 평화논의가 ‘위로부터의 평화’이자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남북대치, 국제정치의 상황에 따라 평화는 분열과 대립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현 정부 들어 공모사업 제목에 ‘평화’가 들어가면 모두 탈락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평화도시를 표방하는 많은 도시가 더 이상의 평화도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평화연구자들은 ‘로컬평화’, ‘일상적 평화’에 주목한다. 지역주민의 평화역량에 주목하고 평화의 주체를 주민으로 본다. 삶의 터전인 로컬에서 아래로부터의 평화구축을 주민의 일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는 전쟁같은 폭력뿐만 아니라 성차별, 빈부격차, 자연과의 공존, 내면의 평화, 평화적 갈등 해결 등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일상적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평화문화이다.
대한민국 동해안 최북단 고성은 일상적 평화, 로컬평화의 관점에서 삶의 현장에 스며들 수 있는 평화문화에 적합한 도시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는 관점에서 주민의 일상으로 평화를 확장하고 문화예술의 방법으로 도시 전체에 확대시킬 경우 장기적으로는 관광활성화와 도시이미지 상승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
평화문화도시를 위한 문화적 대응은 평화교육, 평화예술, 평화관광이다. 그 출발은 고성의 역사에서 찾는 평화유산과 그 가치이다.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고성은 6.25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 정치, 역사적 유동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접경지역의 아픔이 냉전의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향민, 납북어부가 이웃주민이다. 동해안에서 가장 많은 석호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긴 해변을 갖고 있다. 지질공원과 어우러진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생태환경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평화의 실천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초고령화, 인구소멸지역이지만 군인, 귀촌인, 외국인, 관계인구 및 유입인구 등 다양한 지역주체가 등장하며 소수자 관점을 반영할 수도 있다.
바르셀로나 키스의 벽. 아라곤 왕국 종말 2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벽화이다.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던 벽에 아픔 대신 행복을 남기기 위해, 카탈루냐 시민의 행복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 4000장을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예술로 역사를 기억하면서 공감을 이끌며 포토존이 되는 사례이다.
평화유산, 평화스토리와 연결해 평화관광으로
무엇보다 고성형 평화문화도시의 강점은 평화유산이다. 금강산 문화권으로 통일전망대와 건봉사, 화진포, 청간정에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오는 평화스토리가 있다. 화진포는 남북 정상의 별장이 있는 곳이며 인류애를 실천한 선교사 셔우드의 이야기가 있다. 저도어장, 납북어부, 사라진 명태는 어떤가. 서구 열강의 냉전시기에도 분쟁지역 주민의 고통이 그대로 이어지는 상징공간이다. 인문평화의 관점에서는 시인 이성선과 작가 이반, 씨알 함석헌이 있다. 고성 성대리 출신 이성선 시인은 생태평화 동양적 세계관을 주제로 한 시를 쓴 시인으로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의 산파역할을 했다. 속초출신의 극작가 고 이반은 말년을 왕곡마을에서 보냈다. 연극을 통해 실향의 현재 아픔을 극적으로 그려낸 <그날, 그날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했다. 민중운동가 씨알 함석헌 선생도 고성과 인연이 깊다. 안반덕 골짜기에서 씨알 사상을 다듬었다는 기록이 나오며 함석헌 사상이 꽃피우는 계기가 고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비폭력주의는 한국형 평화사상으로 조명받기도 한다.
이같은 평화유산은 평화스토리와 연결하여 평화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평화교육은 평생교육과 문화예술교육 등에서 다양한 세대와 함께 하는 평화교육 프로그램으로 일상평화문화의 정착을 시도할 수 있다. <베를린 기억의 예술>처럼 평화관점으로 지역을 재해석한 예술활동이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것도 방법이다. 평화예술제와 평화박물관, 평화매개자 육성, 평화주간, 평화마이스(MICE)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고성의 도시전략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주민의 일상에 스며들고 도시경쟁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평화문화의 구축, 문화예술을 활용한 창의도시 전략을 모색하며 고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김인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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