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의 여성은 ‘아니오’라고 답했고, 남성들은 ‘예’라는 답이 많았다.
“저는 일단 비혼주의자예요. 게다가 마침 이쪽 지역에 젊은 사람도 눈에 안 띄니 자연스럽게 연애, 결혼에도 관심이 없어졌어요.”
속초시 조양동에 거주하는 최모(27, 여) 씨는 속초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소품샵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지금은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에 자격증을 준비하며 일을 쉬고 있다. 그에게 결혼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 묻자 크게 생각해본 적 없다고 못 박았다. 성격상 사람에게 관심주는 것이 어렵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외에는 손이 잘 안 간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 19~34세 가운데 미혼 비율은 2020년 기준 81.5%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최 씨처럼 젊은 여성의 결혼에 대한 관심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동향 2023’ 자료에서도 2022년 기준 30대 여성의 31.8%, 그리고 20대 여성의 27.5%만이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응답했다.
속초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그룹 인터뷰를 통해 결혼과 연애, 출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결혼을 미루는 이유
▷최 씨(27세, 여, 속초시 조양동 거주)
“저도 서른이 가까워지다 보니까 주위 친구들 중 결혼하는 애들이 있어요. 근데 제 친구들은 다 속초 사는데 속초 사람하고 결혼을 안 하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이곳이 괜찮은 사람을 찾기가 힘든 도시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씨(26세, 여, 속초시 조양동 거주)
“사실 저도 가장 최근에 만났던 분이 서울분이고 속초에서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속초 사람 싫다’ 이건 아니지만 대학 친구들 통해 이성을 소개받으면 대부분 서울이거나 타지였어요. 솔직히 저도 속초 사람이지만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들 외에 이곳에 남아 있는 친구가 많지 않아요. 제가 서울에 가서 친구를 만나야 하는 상황이고 전시도 볼 겸 2주에 한 번씩 서울을 올라가요.”
▷김 씨(28세, 여, 속초에서 보육교사 재직)
“저는 결혼에 대해 아직은 마음이 반반이에요. 여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많고 제 삶을 더 꾸리고 싶어요. 그것을 통해 저의 자아도 탄탄하게 다지고 싶고요. 하지만 부모님과 제가 자란 가정을 떠올리면 결혼이 주는 안정감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월급은 적고 물가는 오르고 제가 살고 있는 사회가 불안정한데 결혼을 해도 정말 행복할까 의문이 드는 거죠.”
▷이 씨(28세, 남, 페인트회사 직원)
저는 위로 누나가 세 명 있는데 조카들 보면 너무 예쁘기도 하고 가정을 꾸린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결혼과 자녀 계획이 있어요.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잖아요. 상대는 모르겠지만 저라도 3~4년 저축을 해서 늦어도 30대 중반에는 결혼해야지 싶어요. 30대 중후반에 해도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속초는 아기 낳기 불편한 도시?
▷노 씨(32세, 여, 속초 조양동 거주)
“저는 결혼에 마음이 있지만 출산에 대해서는 달라요. 출산 지원 정책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저희는 지금 당장 내 몸 하나 누일 집이 없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한 명 더 생기는 것은 무리죠. 내가 안정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는데 출산은 아예 선택지에 없을 수밖에요.”
▷김 씨(26세, 여, 속초시 조양동 거주)
“제가 생각하기에 속초는 아기를 낳기에 너무 불편한 도시인 것 같아요. 아기를 맘 놓고 낳을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일단 한 시간 거리의 강릉까지 가야 하는 데다 강릉도 예약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회사에서도 아기 엄마, 아빠들이 계시는데 아기가 갑자기 아프면 반차 쓰고 강릉으로 달려가세요. 속초에 있는 소아과도 몇 군데 없는데 몇 시 이후에는 진료를 못볼 때도 많아 불편하다고 하시고요. 저희끼리 ‘속초는 미혼인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김 씨(28세, 여, 보육교사)
“저는 지금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을 보면서 ‘난 과연 자식을 낳아서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이 자주 들어요.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 3~4개씩 보내면서 투자를 엄청 하더라고요. 비용적으로도 벌써 부담이 많이 됩니다.”
▷윤 씨(25세, 남, 공단 직원)
“저는 서울에서 속초로 취업한 지 4개월 정도 됐습니다. 아무래도 고향인 서울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더 마음이 가지만 속초도 아기자기하고 살기 괜찮은 곳 같아 이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정주할 생각도 있어요. 무엇보다 어릴 때 부모님과 여행을 자주 다니며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아서 저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긍정적인지 모르겠지만 저와 형은 사교육을 거의 안 받았는데 나름 잘 자랐다고 생각해요. 사교육보다 부모의 케어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경제적 여건은 지금부터 절약해서 준비해 보려고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씨(25세, 여, 카페 직원)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전남의 작은 시골 마을이 고향이어서 친구들과 초·중·고를 쭉 같이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족같이 지냈어요. 서로의 집도 종종 놀러가고요. 큰 도시에서도 살아보니 확실히 주민 간의 유대관계가 시골이 좋고 어른들이 가깝게 챙겨주는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다만 서로 지나치게 간섭하고 한 번 안 좋은 낙인이 찍히면 소외감이 오래 가기도 해서 적당한 선을 지켜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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