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 수복기념탑에 ‘모자상부(母子像賦)’ 시가 있다. “첩첩 높이 솟은 산봉우리 앞을 가리고/굽이굽이 험한 길 아득히 멀어도/어머니와 어린 아들은 오손도손 망향의 이야기 나누며/북녘 고향 땅으로 향하는 그 길 위에 비바람 눈보라 휘몰아치고/어느 짖궂은 길손이 그 앞길 가로막는다 한들/두 생명 다하도록 낮도 밤도 없이 가야만 하느니”<이하 생략>
그런데 지금 있는 시는 원래 시가 아니다. 1983년 강풍에 수복기념탑이 파손돼 복원하면서 새로 쓴 것이다. 1954년 수복기념탑 건립에 부쳐 쓴 시도 장호강(張虎崗) 시인이 지었지만, 그때 시는 운율이 있는 이야기형태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향을 그리며 통일을 염원하는 아들의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아래는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1955년 인간사 발행 장호강 시집 ‘항전의 조국(抗戰의 祖國)’에 실린 모자상부 시의 전문 그대로이다.
‘뼈에 저리도록 허구한 고된 날이 본시 북녁 아낙네 살성좋은 얼굴에도 주름끼 고이게 하기로서니 삼단 검은머리에 힌까락 끼이게 하기로서니 항상 머리 위에는 넓고 푸르른 하늘이 펴져있기에 가진 풍난 욕된 시름에도 곧은 뜻 궆일 줄 몰라 끝내 벅찬 젖가슴 두던처럼 부푸러올은 것이랍니다.
“어머니 우리집뜰앞 복사꽃도 이젠 피였겠지”
“아무렴 제비도 처마끝 깃에 나래를 쉬일 거야”
오른쪽 팔에는 고로웁지않는 세월과 더부러 낡고 주러만가는 봇따릴망정 그래도 악착같이 삶을 간직해야할 다사로운 미련이 쌔윗거늘 그 어느날 가마귀 우짖는 산모통이나 익기 푸르른 바위틈에 못내 병들어 쓰러지는한 있다칠손 목숨처럼 함부로 내버릴 수 없는 정에 무거워 새라 새날이 닦아올수록 소중스럽게 끼고 섯는 것이랍니다.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는 살아계실까.”
“아무렴, 너를 만날 때까지는 살아계서야지.”
왼쪽 팔로는 짐짓 이땅의 태를 받은 어린이란다― 그렇듯이 종내는 조국의 통일을 이룩 해야할 피비린내 풍기는 운명을 물러받어야 하기에 앳된 눈동자 샛별처럼 빤짝어리는 이나라 아들의 간얊은 주먹을랑 둘도없는 단하나의 거창한 희망처럼 줄곧 붓들지 않고서 야산의 고사리마냥 움켜잡지 않고서야 쓰라린 가시길 결코 믿고 갈 수는 없는 것이랍니다.
“어머니 나도 어서커서 늠늠한 국군이 되야겠어”
“철아 아버지 원수는 반드시 네가 갚어야 하느니”
북으로 오로지 북으로 고향길 더듬는 네 다리는 비록 연약하건만 거센파도 휘모라치는 밋친 바람에 쌓이고 또 덮이는 모랫길 헤치며 저멀리 우람스런 산맥을 겨누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지구를 밟고 한거름 한거름 앞을 향하여 내디디는 참된 보람에 오늘도 황혼이 깃든 물결위 갈매기 노래를 엿듯노라면 아롱진 향수도 무지개처럼 사라지는 것이랍니다.’
여기서 수복기념탑에 대해 <강원도사18. 문화예술체육> 40면은 “제1군단장 이형근은 수복지구 통치 중 학교의 재건·민간구호소 설치 등 다양한사회사업을 펼치기도 했지만 문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인물로 보인다. 당시 군정 주도로 속초가 수복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54년 5월 10일 동명동에 수복기념탑을 건립하였다. 속초읍에서 낸 건립기금과 피난민들의 희사금을 가지고 군인들이 설계와 도안을 했다. 설계는 이형찬, 모자상 조각은 박칠성, 비문은 전형윤 소령이 작성하였다. 여기서 특기할 만 한 점은 기념탑에 시가 새겨졌다는 것이다. 장호강 시인이 쓴 속초수복기념탑에 부치는 시 ‘모자상부(母子像賦)’이다. 이 시는 <항전(抗戰)의 조국(祖國)>(1955)에 수록되어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장호강은 제1군단 참모부장이었다.
이에 필자는 처음 수복기념탑을 건립할 때 지었던 장호강 시인의 원래 ‘모자부상’시 의 전문을 표지판으로 만들어 수복기념탑 옆에 세울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수복기념탑의 건립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뿐 아니라 문화도시 속초의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철재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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