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완 설악산 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팀장.
“팀원들 손발 잘 맞고 구조기술 체계적으로 갖춰야”
“가뜩이나 야간 구조여서 힘든 데다가 여기 잦은바위골 지형이 굉장히 험하거든요. 얼음이 녹아서 맞기도 하고 눈이 정말 많이 와서 엄청 고생했죠.”
지난 2월 비법정 탐방로인 설악산 잦은바위골에서 조난 당한 등산객을 구조 했던 손경완 설악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팀장(54)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날씨도 좋지 않고 눈도 1m 이상 쌓여 구조는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합동구조대와 협업해 무사히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소식이 뉴스와 영상으로 퍼지자 ‘특수산악구조대 항상 응원한다’, ‘모든 구조대원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는 누리꾼의 댓글이 4천 개 이상 달렸다.
설악산 특수산악구조팀은 북한산에 이어 국립공원에서는 두 번째로 신설됐다. 설악산은 사계절 모두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만큼 산악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설악산 등산객의 안전과 구조를 위해 올해 새롭게 구성된 특수산악구조팀의 사무실은 소공원 한편에 자리해 있었다. 춘분이 지났음에도 눈발이 날렸던 지난달 26일, 특수산악구조팀의 선봉인 손경완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 안 나도록 하는 것이 우선”
“전국의 22개 국립공원 중에서 설악산은 사고 건수가 1, 2위 안에 들어가는 곳이죠. 다양한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인명구조 자격증과 각종 등반 기술을 갖춘 구조대원들이 모였어요. 기존에 북한산에서 근무하던 분들과 신규 인원들까지 포함해 현재 8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특수산악구조팀은 설악산 전역의 사고를 담당하지만 대부분의 큰 사고는 외설악에 집중돼 팀원들도 현재 외설악에서 근무하고 있다. 손경완 팀장은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하반기에 8명 정도를 더 채용해 외설악, 내설악 모두 팀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손 팀장에게 일반 구조와 특수산악구조의 차이를 묻자, 그 경계가 모호하지만 특수구조대는 좀 더 다방면에서 사건·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악사고는 추락사고, 부상 등을 먼저 생각하지만 갑작스럽게 계곡물이 불거나 눈사태가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하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 손 팀장은 급류 구조, 눈사태 교육 등을 언급하며 특수구조대는 산악구조 기술은 물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지식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산악구조팀은 신설 후 구조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월 말에는 (사)대한산악구조협회, 대만 산악구조협회 등과 합동 동계훈련을 진행했다.
손 팀장은 설악산에서 겨울철 사고도 많지만 안전사고가 가장 많은 달은 단풍 등산객이 몰리는 10월이라고 했다. 한해에 설악산에서 발생한 사고의 3분의 2는 10월에 발생하고, 하루에 8~9번 출동한 적도 있다고 한다.
봄을 맞은 구조팀은 현재 산불 입산 통제 기간에 있는 만큼 안전사고 대비에 한창이다.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 저지대 탐방로, 비룡폭포, 비선대, 흔들바위 등을 순찰하며 시설물 점검을 한다. 눈사태로 인해 망가진 탐방로가 많아 등산객이 몰려드는 5월 전까지 탐방로 보수를 마쳐야 한다. 손 팀장은 산악사고가 안 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설악산의 경우 조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탐방객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길 표시물을 제작해 탐방로 개방 전에 설치해놓으려고 해요. 제가 예전에 설악산에서 근무할 때도 그렇게 했는데, 효과가 굉장히 좋았어요. 실제로 해마다 한 10건 정도의 조난 사고가 발생했던 곳인데 길 표시물을 설치했더니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죠.”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설악산 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팀.
구조대원들 교육하다 설악산 발령
손경완 팀장은 사실 2006년부터 설악산과 연을 맺고 꾸준히 구조 활동을 이어온 베테랑 산악인이다. 2015년 서울에 위치한 국립공원 산업안전교육원에서 구조대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다가 9년이 흐른 올해 다시 설악산으로 발령받아 속초에 돌아왔다. 이전에 설악산에서 일할 때는 몰랐는데 서울에 살아보니 속초가 살기 좋은 곳이었다며 다시 오게 되어 내심 반가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서울에서 교육을 하는 동안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고 자비를 들여 미국, 일본을 오가며 교육을 받고, 수목 관리 전문가를 뜻하는 아보리스트 자격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후 설악산에서 체득한 경험치와 새로운 배움의 과정을 접목해 전국의 119소방대원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원들이 설악산의 특성에 맞추어 가야 해요. 개개인이 구조를 잘해도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다양하게 일어나는 곳이거든요.”
손 팀장은 특수산악구조대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협업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독단적으로 움직이거나 잘 어울리지 못하면 팀 분위기를 해치게 되고 구조 활동에도 지장이 생긴다.
“특히 들 것을 가지고 구조 작업을 하면 체력이 금방 고갈되어서 수시로 교대하면서 움직여야 해요. 능력이 뛰어나다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것이 특수구조이기 때문에 팀원들끼리 손발이 잘 맞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손 팀장은 탐방객의 안전뿐 아니라 구조 활동하는 팀원들도 안전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산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 올랐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가 늘 마주했던 산악사고의 원인이 앞서가려는 경쟁심이나 뽐내려는 과욕에서 비롯되었음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손 팀장이 험준한 산길들을 뚫고 헤쳐온 세월이 수십 년이지만, 산은 곧장 앞으로 가는 것보다 어떻게 가냐가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되짚어볼 만하다.
“지금도 새싹이 막 나오고 있잖아요. 설악산에 야생화가 굉장히 많아요. 무심코 지나가기보다 여유 있게 둘러보면서 가면 산행의 속도가 좀 늦춰지죠. 울산바위 가는 데 5시간이 걸리면 어떤가요. 경쟁하듯 무모한 산행을 하기보다 주변 시야를 넓히며 오르다 보면 새로운 즐거움은 물론이고 안전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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