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시인 (카피라이터 ⓒ 박희경).
속초 출신 고형렬(사진) 시인이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6개국 서른여섯 명 시인의 시 한 편씩을 받아 엮은 무크 앤솔러지를 펴냈다. 시인들과 주고받은 다섯 가지 문답도 함께 실었다.
<몇 개의 문답과 서른여섯 명의 시인과 서른여섯 편의 시>(달아실)를 제목으로 한 이 앤솔리지를 시인은 2000년에 창간해 2013년 54호로 종간한 계간 <시평, SIPYUNG>의 뒤를 잇는, 쉰다섯 번째 시평, 첫 번째 앤솔러지 ‘아시아 포엠 주스’라고 했다.
중국 시편에 실린 위젠은 루쉰문학상과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우수 문학작품 최우수상을 수상한 시인으로 시 ‘가을 풍경(秋日即景)’을 실었다. 그는 “왜 계속해서 시를 쓰느냐”는 질문에 “나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탈리아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자이융밍은 시 ‘고대에는(在古代)’을 보내왔다.
인도네시아 시인 넨덴 릴리스의 시는 ‘돌의 강(SUNGAI BATU)’이다. 그의 시집 <마법의 나라>는 뮤지컬로도 작곡됐다. 29권의 시집이 아마존과 외국에서 출간된 베트남 시인 마이반펀은 스웨덴의 시카다문학상 수상자로 시 ‘자두꽃 계절’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시인의 시는 고형렬의 ‘만경창파(萬頃蒼波김), 장난꾸러기들’을 비롯해 김이듬의 ‘가둔 물 밑에서’, 황인찬의 ‘귀거래사’, 장대송의 ‘뒷바다’가 실렸다. 서울 출신으로 양양에 거주하고 있는 주수자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가수 밥 딜런에 대한 글을 써 보탰다.
책에는 ‘잠깐, 시인의 사진’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시인들이 자주 찾아가는 곳의 사진도 함께 담았다.
고형렬 시인은 “시인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로 시작하는 책의 서문 ‘먼 나라의 시인들과 소통하는 작은 걱정의 시’에서 “시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전히 벅찬 시의 일심(一心)이 전해진다. 시를 쓰는 그 이유가 독자의 마음을 흔들 것이라 믿는다”고 썼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시는 마음의 오염을 정화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길을 간다. 풀빛 하나와 바람 한 자락에 자기 언어의 옷을 입힌다”며 그 시인들의 마음을 만나고 싶어 작은 앤솔러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고형렬 시인은 첫 번째 앤솔러지에 실은 ‘먼 변방의 관북 시인들’이란 글에서 “양양 위로의 관북 즉 함경은 시의 땅”이라며 영북과 문학사적 산줄기를 잇고 있다고 했다. 관북시인 5인선에선 함형수·김기림·이용악·윤동주·설정식의 시 한 편씩을 하나의 정신구조로 보고 한 편의 시처럼 묶어 게재했다.
고형렬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첫 앤솔러지를 사비를 들여 고향 속초에 헌정하는 마음으로 속초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주제를 갖는 비정간 앤솔러지를 지속해서 발간할 계획이라며 문화재단 등의 지원을 기대했다. 덧붙여 “영북지역에 문학의 씨앗을 뿌린 우리의 영원한 평교사, 윤홍렬 선생님의 문학비를 세웠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물고기는 은자(隱者)이다>를 출간했었다.
장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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