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속초시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세령 씨.
“속초는 예체능 청년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 같아요”
“전국노래자랑 속초시편 영광의 최우수상은 ‘십분 내로’를 불렀던 이세령 님! 축하드립니다!”
지난 2월 25일 방영된 ‘KBS 전국노래자랑 속초시편’에서는 179팀의 치열한 예심을 거쳐 올라온 15팀이 춤과 노래실력을 뽐냈다. 대망의 최우수상은 마지막 순서로 트로트 ‘십분 내로’를 맛깔나게부른 속초토박이 이세령 씨(21)가 수상했다. 노래를 부르기 전 인삿말로 ‘엔딩요정이 되고 싶다’고 했던 세령 씨는 그 말대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속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그는 청년으로서 속초에서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청춘을 보내고 있을까. 방송에 짧게 소개됐던 그의 이전 직장에 연락을 취해 어렵사리 만났다.
“마음속에 늘 노래 향한 꿈 간직”
“사실 전국노래자랑이 고성에서 할 때 나가볼까 했지만 직장 연차를 쓰기가 애매한 상황이어서 포기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속초에 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어렵겠다 싶었는데 엄마가 한번 나가보라고 극성이셨죠. 등 떠밀리듯 나가긴 했지만 사실 예심 때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기고 있었어요.”
전국노래자랑 속초시편 출연자를 모집하던 당시 세령 씨는 설악 썬밸리클럽에서 프론트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마음속에 늘 노래를 향한 꿈이 있었지만 19살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바쁜 일상에 치이던 세령 씨에게 전국노래자랑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어머니도 예전에 가수 생활을 조금 하셔서 그 길을 알다보니 저의 꿈에 대해서도 도와주려고 하시는데 제가 도망가는 편이었죠.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신 덕분에 용기를 좀 더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도루묵축제 등 지역 행사 노래대회에서도 수상하며 자전거, 전자기기 등 상품을 휩쓸었다. 학창시절 실용음악과 쪽의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당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업을 했던 세령 씨는 전국노래자랑을 계기로 음악의 꿈을 다시 돌아보는 중이다.
고등학생 딱지를 떼자마자 2년 정도 서비스직 일을 하며 정신없이 성인이 되어버린 그는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올봄까지 진로와 미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세령 씨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취미로 유튜브나 버스킹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보컬학원의 아는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시도해봐라’는 말이 확 와닿았다고 한다.
“왠지 제가 30대가 되면 ‘난 그때 왜 노래 안 했을까’ 후회가 될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다시 해보자 생각이 들었죠. 막상 제가 상을 타니 어머니도 너무 자랑스러워하시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니시는데 부끄럽지만 좋았어요. 앞으로도 재능을 살려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에요.”
“불러만 주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
세령 씨는 속초가 좋아서 이곳에 계속 있고 싶지만, 노래를 진로로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보컬학원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세령 씨가 느끼기에 속초는 예체능을 하는 청년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 같다는 것이다. 예체능을 비롯해 지역에 청년들의 활기가 돌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놀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공기 좋고 산과 바다가 있는 속초가 좋지만 친구들과 모여서 바다만 하루종일 보고 있을 건 아니잖아요. 청소년 때는 문화의 집에 모여서 탁구도 치고 연습실 빌려서 춤이나 노래 연습도 할 수 있는 생산적인 놀거리들이 있었지만 막상 성인이 되고 나니 카페 가고 코인노래방 가는 게 다예요.”
세령 씨에게 청년들을 위한 문화의 집, 복합 문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떨지 묻자 ‘너무 좋을 것 같다’며 격한 공감을 나타냈다.
다양한 문화예술 계열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로 마음이 기울법하지만, 세령 씨는 여전히 서울에 비해 예스러우면서도 여유롭고, 정겨움이 있는 고향 속초에 애정이 가득하다.
어릴 적 할머니 곁에서 자라 지금도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가족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노래자랑에서 ‘십분 내로’를 부르는 그의 정다운 가락에 수많은 어르신들이 절로 어깨춤을 추었던 이유다. 속초에서 세령 씨가 부르는 꿈과 사랑 노래를 오래오래 들을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이곳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니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정월대보름 행사 때도 가서 노래를 불렀거든요.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도 되지만 필요할 때 언제든 돕고 싶습니다.”
정채환 기자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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