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접경지역법이 제정된 후 24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당초 남북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 주민들의 복지향상과 균형발전을 위해 태어난 ‘접경지역법’ 덕에 해당 지역으로 지정된 도시는 조금이나마 풍요로워졌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차별받는 도시가 생겨났다. 바로 대한민국 제1의 핫플레이스 관광도시 속초이다.
접경지역은 북한과 경계가 맞닿아 있는 지역을 말한다. 그간 정의된 접경지역의 범위를 살펴보면, 2000년에 ‘접경지역 지원법’을 제정하면서 접경지역의 지정요건을 거리ㆍ여건ㆍ개발정도 등을 기준으로 정하였다. 법 제정 시, 접경지역의 지정 근간이 되는 거리는 민통선 이남 20km이내 지역이었으며, 이후 2008년에 법을 개정하면서 그 거리를 25km이내 지역으로 확대하였다. 또한 2011년에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으로 전부개정하면서 지정요건을 민통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여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대상지역의 범위를 기존 98개 읍면동에서 15개 시·군 전 지역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지난 24년간 접경지역 해당 요건에 속했던 속초시가 빠져있는 것이다. 최근 속초시에서는 그간 이루어졌던 접경지역 지정요건의 법적 기준사항들을 검토한 결과, 법령상 접경지역으로써 거리 및 지리적 여건ㆍ개발정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지정요건의 범위를 충족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속초가 법에서 정한 지리적 위치와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경지역 포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누락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각 주(州)마다 사형 존폐 여부가 제각각인 미국에서는 같은 죄를 짓고도 주 경계선(線)의 좌우 어디에 서 있었는지에 따라 목숨이 오락가락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선(線)은 이렇듯 무섭고 강하다. 지도 위 연필로 만든 경계선은 다만 한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 베를린회의에서 제국주의 열강들은 정치적 이해와 경제적 계산에 따라 아프리카 각국의 국경선을 자기들 멋대로 정하여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를 바꾸지 않았는가?
잘못된 경계선(線)에서 말미암은 치명적 오류-‘선(線)의 저주’는 멀리 아프리카에만 있지 않다. 중앙정부의 형평성 없는 접경지역 지정은 수십 년째 속초의 발전 가능성을 막고 있다. 접경지역 미포함으로 인해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예산이 1년에 대략 150여억원, 법 제정년도인 2000년도부터 합산해보면 지난 24년의 기간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액을 지원받지 못한 실정인 것이다. 1년에 150여억원의 국가지원금을 지난 24년간 받지 못한 속초시는 아사(餓死) 직전에 몰려있다.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진다. 주 경계선을 착각해서 사형당하는 미국의 죄수는 그나마 죄를 짓기라도 했지만, 24년의 세월을 외면당한 속초는 무슨 죄란 말인가?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그 선을 바로 잡아야 한다.
갑진년(甲辰年), 값진 속초를 위하여 뛰어야 한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지고, 위기라고 생각했던 일은 기회가 되고 있다. 접경지역에 속초가 포함되는 것은 1963년 시 승격 이후 가장 큰 예산체계의 변화를 이룰 것이며, 속초 100년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을 만족시킬 무궁무진한 정책들을 실현시키는 데 거리낌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다.
속초는 너무 간절하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잘못된 선을 바로잡아 지역균형 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기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고 했다. 하루빨리 ‘접경지역법’에 속초가 포함되어, 속초의 국가 예산 확보 성과가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에 속초의 곳간을 한층 더 풍족하게 채우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병선
속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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