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력을 갖는 사회규범’, 법의 사전적 설명이다. 그럼 법은 언제 만들어지는가?
대체로 누군가에게 가해지는 피해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할 때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등의 이름으로 만들어진다. 사회 상황에 따라 새로 요구되는 법도 생기고, 기존 법이 폐기되기도 한다.
강릉에서 일을 보고 속초로 들어오는 길에 참새의 방앗간처럼 가는 곳이 있다. 양양 남대천 하구인데, 겨울을 나는 새, 멀리 오가는 길에 중간 휴식처로 들리는 나그네새 등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3월 초, 아직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남대천 하구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몇백 마리 새들이 동시에 날아올랐다. 보통은 맹금류가 뜨면 볼 수 있는 광경인데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남대천 하구를 휩쓸고 지나가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국민신문고에 양양 남대천 하구에서의 레저활동을 금지해 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열흘이 지나서 답변을 받았다. ‘수상레저를 금지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어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양양 남대천 하구는 대표적으로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월동하고, 봄가을에 멸종위기종 알락꼬리마도요가 몇백 마리씩 쉬어간다. 그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소가 몇몇 사람들의 놀이터로 파괴되고 있다.
그동안 규제할 법이 없었다면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양양 남대천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철 되면 산란을 위해 연어가 돌아오고,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고, 수많은 생명이 힘을 얻는 곳이다. 무조건적 개발, 사람 중심의 사고로부터 지속적인 삶을 위해서는 함께 살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성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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