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속초 엑스포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전한 진실’과 ‘완전한 책임’,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촉구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 흐린 하늘에 걸친 속초 엑스포타워 아래로 노란 깃발이 펄럭였다. ‘생명안전사회 건설하자’ 글귀가 적힌 수십 개의 깃발이 겹쳐져 노란 물결을 만들었다.
노란 조끼를 입고 한 손에 깃발을 든 장엄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은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하 시민행진단)이다. 80여명에 이르는 시민행진단은 이날 구호를 외치며 속초 엑스포 분수광장에서 시내 황소광장까지 2.8km를 행진했다.
시민행진단은 4월 16일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지난 2월 25일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20여일 간 전국을 순회하는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 “안녕하십니까”’를 진행했다. 지역민들과 함께 행진하며 ‘온전한 진실’과 ‘완전한 책임’, ‘생명존중과 안전사회’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전날 원주와 춘천을 거쳐 23번째 방문지로 속초에 도착했다.
속초세월호지킴이 박명숙 활동가는 “이 자리에는 유가족 10여 분을 비롯해 속초·고성·양양 지역민 70여명이 함께 했다”며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과 아픔에 동감하는 시민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유가족 10여 명과 속초·고성·양양 지역민 70여 명이 함께 한 시민행진단은 엑스포광장에서 황소 광장까지 2.8km의 속초 거리를 행진했다.
시민행진단은 이날 오전 10시, 행진에 앞서 엑스포 분수 광장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세월호참사 피해자 유가족의 인사말에 이어 4.16생명안전공원의 조속한 건립을 촉구하는 의미로 생명나무 전달식(목련꽃)을 진행했다. 이후 전국시민행진단 대표와 3명의 지역 대표가 발언하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세월호 유가족 창현 어머니는 시민행진단 대표 발언에서 “10년 전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날을 생각해보면, 반드시 진실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참사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었다. 최선을 다해 싸우고 10년이 지났는데 다른 세상을 만들지 못했고,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국민의 안부를 묻고 안전한지 질문을 던지며 전국을 돌고 있다.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해 함께 동참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석근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고문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0년이 지났는데 안전 조치 대책을 세웠다면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가 반복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고, 안전 대책을 세우게 하고, 새로운 길을 열게 하는 희망의 발걸음이 되길 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의 요청으로 발언에 나선 주대하 전 도의원은 “참사 당시 저희 아들도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아픔을 딛고 노력해주시는 유가족분들과 참가자 모두의 의지에 감사드린다”며 “힘들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갈 때 밝은 세상이 온다. 함께 가는 길 더 나은 세상 살아갈 수 있도록 저 또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세월호참사 국가책임 인정 및 사과, 사참위 권고 즉각 이행 △세월호참사 정보 완전 공개 및 추가 진상조사 △세월호참사 책임자 엄중 처벌 △4.16생명안전공원 조속한 건립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 혐오모독 중단 △이태원참사 진상규명법 제정 등 7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유가족과 설악권 시민들은 시내 황소광장까지 행진을 마친 후 식사를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4.16연대 운영위원이자 속초세월호지킴이 활동가인 박명숙 씨는 행사 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유가족분들이 속초에서 좋은 기운을 얻었다고 얘기하고 가셨다”며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익명으로 시민행진단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싶다면서 차에 닭강정을 실어주셨고, 양양의 신부님들은 식사비를 보태주셨다”며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을 전했다. 박 씨는 “이번 행진을 계기로 시민들과 함께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은 제주에서 출발해 팽목을 거쳐 목포, 광주, 경남권, 경북권, 전북권, 충청권, 강원권을 거쳐 지난 16일 마지막으로 수도권에서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정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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