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 이영미 원장과 최은집 대표.
지난 2022년 10월 5일 열린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 백년가게 현판식.
2022년 10월 5일 코로나 펜데믹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속초 상공업계에 작은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다. 속초 청학동 사거리 인근에 있는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이 강원도 미용업계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 이날 강원중소벤처기업청장과 속초시 부시장,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을 찾아와 백년가게 인증 현판식을 가졌다.
헤어디자인을 선도하는 도시형 산업인 미용업은 거주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이 유행을 주도하고 경쟁력도 높다고 볼 수 있다. 인구 20만이 넘는 원주나 춘천, 강릉을 제치고, 인구 8만 도시의 미용실이 강원도 미용업계 최초로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의 백년가게 선정은 속초 미용업계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은 어떻게 백년가게 인증을 받을 수 있었을까?
체계적 미용 교육에 전문경영시스템 구축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은 1992년 개업해 30여년을 지내온 지역 미용실로, 체인점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 미용실이다. 앞선 미용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라 전국적으로 열펌이 처음 시작될 때 속초에서 가장 먼저 열펌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금도 직원 미용기술 강좌 및 서비스교육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가 이뤄지는 미용업의 전문기술을 익혀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예약을 받아 운영하며, SNS 활용과 블로그 홍보 등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선도적인 미용기술 도입과 30년 간의 전문경영을 인정받아 강원도에서 미용분야 최초로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
헤어플레이스에이청학점 이영미(56세) 원장은 1984년부터 미용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992년 24살의 나이에 10평 규모의 가게를 얻어 ‘미로’라는 상호로 미용실을 개업했다. ‘미로’라는 상호는 이영미 원장의 작은 아버지가 지어준 상호였다.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이지만 다른 의미로도 읽힌다고 해서, 2002년 지금의 자리로 미용실을 이전하면서 ‘순수’로 상호를 바꾸었다. 하지만 서울 청담동에서 상표등록을 한 상호라고 해서 다시 상호를 변경했다.
이영미 원장은 창업 전 5년 동안 서울에서 미용공부를 했다. 지금은 미용교육을 대학이나 학원, 아카데미 과정에서 기본부터 전문적인 수준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정식 미용교육이라는 게 없었다. 미용실 원장한테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 유일했다. 미용실에 취직한 교육생은 원장 옆에서 보조로 롯드(퍼머를 마는 기구)를 집어주고, 미용실 바닥을 쓸며 미용을 배웠다. 월급이라고는 고작 5만원밖에 안됐다. 숙식을 제공받은 대신,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온갖 잡일을 다 해야 했다. 심지어는 원장집에서 빨래까지 해주기도 했다.
당시는 미용 재료상이 제품 설명을 겸한 미용 강의를 진행했다. 요일별로 하루는 강남, 하루는 강북, 하루는 강서를 오가며 공부를 했다. 가위 판매 재료상이 보여주는 단발머리 컷 교육을 보고, 헤어스타일 유행 흐름을 파악하곤 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강의를 들으러 열심히 쫓아다녔다. 하지만 제품 사용법 중심이다 보니 교육에 한계가 있었다.
이영미 원장은 개업 후인 1994년에 정식 미용 교육을 받았다. 커트 교육을 정석으로 받아 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제일 먼저 시도한 게 체계적인 미용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거였다.
2002년 미용실을 이전하며 종업원도 늘고 가게 규모도 커졌다. 직원이 1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이영미 원장은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어 남편한테 SOS를 쳤다. 그때 행정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출강을 나가던 최은집(62세) 대표가 미용실 경영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규모가 있는 미용실도 재무, 노무, 보건 등 관리 업무가 제법 많다. 지금 이영미 원장은 미용실 내부 운영을, 남편 최은집 대표는 대외업무와 마케팅을 맡고 있다. 백년가게 준비와 신청도 최 대표가 맡아서 역할을 했다.
최은집 대표는 대학원에서 미용경영을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서경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에 입학해 미용경영학과 인사조직을 전공했으며, 2005년 경영학 석사학위 논문 ‘성과급제도의 공정성이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 – 헤어디자이너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최 대표는 전국 체인망 미용실에서 성과급을 받는 헤어디자이너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응답결과를 분석해 해당 논문을 작성했다. 이렇듯 최 대표의 전문 미용경영에 대한 학습 열정이 헤어플레이스에이 전문경영시스템 구축의 밑거름이 되었다.
성과급제, 고객 90%가 온라인 예약
무엇보다도 헤어플레이스에이는 속초에서 열펌을 최초로 도입한 미용실로 이름이 높다. 1997년경에 도입된 열펌은 헤이플레이스에이뿐만 아니라 다른 미용실도 IMF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게 한 퍼머기술로 기억되고 있다. 처음 열펌기계가 도입되었을 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열펌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미용사들이 일본까지 가서 강의를 받고 돌아왔다. 이영미 원장도 직접 일본까지 가서 강의를 받고 돌아와 속초에서 처음으로 열펌을 시작했다. 이 원장은 국내 열펌기계 제조사에서 주최하는 해외 헤어쇼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유럽을 다녀왔다. 헤어디자이너로서 세계 무대에 서는 것이 즐겁고 뿌듯한 일이었다.
헤어플레이스에이는 지금도 앞선 미용기술 교육에 중점을 많이 둔다. 직원들이 미용 제품회사 교육에도 적극 찾아가서 강의를 듣게 한다. 그리고 직접 미용실로 한 달에 두 번 가량 강사를 초빙해서 강의를 듣는다. 한 번 초빙하는 데 적잖은 수강료가 드는데, 직원 교육 차원에서 미용실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물론 미용 외에 서비스교육도 함께 실시한다.
헤어플레이스에이 청학점에는 프리랜서 2명, 스타 헤어디자이너 3명에 이영미 원장까지 모두 6명의 헤어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매출에 따라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성과급제는 헤어디자이너들의 직무 만족도가 높아져 보다 적극적인 고객 응대가 가능하다. 헤어디자이너들은 네이버 등 검색엔진과 SNS를 통해 직접 자기 홍보를 한다.
헤어플레이스에이 예약고객의 90%가 네이버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통해 들어온다. 네이버에서 헤어디자이너의 날짜별 일정을 보면서 시간별로 고객이 직접 예약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손님의 취향에 맞춰 디자이너를 선택하고, 편한 시간을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용실 입장에서도 하루 업무량과 일을 조절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이영미 원장은 헤어디자이너 직업에 자긍심이 크다. 이 원장은 “헤어디자이너는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직업이다”며, “고객들이 완성된 헤어스타일을 보고 만족해서 마음까지 시원해진다고 말할 때, 보람도 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최은집 부부는 두 딸에게도 미용사를 권했다. 그래서 미용공부를 마친 두 딸은 지금 헤어플레이스에이 조양점을 함께 꾸려 나가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속초시에는 353개의 미용업소가 있다. 대부분 1인이 운영하는 샵이며, 직원을 두고 있는 미용실은 10개 이내라고 한다. 헤어플레이스에이는 생계용 자영업이 다수인 지역에서 미용업 전문경영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으며, 백년가게 선정은 그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헤어플레이스에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활로를 찾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꼭 눈여겨 봐야 할 곳이 아닌가 싶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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