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아보’ 임영재 대표.
가족·지인들 도와줘 한결 수월하게 고향서 오픈
“속초는 시즌이 명확해 자영업자에겐 장ㆍ단점”
속초시 새마을1길에 들어서면 하얀 바탕에 빨강 포인트로 깔끔함을 더한 가게가 눈에 띈다. 아담하지만 아늑한 내부에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손님들이 조용히 식사를 즐겼다. 속초해변 브런치 맛집으로 젊은 관광객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레드아보’는 특별히 호주식 브런치 메뉴들을 선보인다. 베이컨베네딕트, 연어베네딕트, 더블치즈버거 등 신선하면서도 조화로운 맛에 속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꼭 한 번 들르는 곳이다. 작년 7월 해외에서 맛볼 법한 호주식 브런치 가게를 열고, 모든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임영재 대표(29)는 속초고등학교를 졸업한 속초 토박이다.
“브런치 음식을 시작한 지는 4~5년 정도 되었죠. 그전에는 양식 요리를 했었고요. 그동안 속초 밖에서 요리를 배웠지만 서울보다는 속초가 제 삶의 방향과 맞는 것 같아 고향인 속초에 가게를 오픈하게 됐어요.”
호주에서 브런치 공부…꾸준히 연구 중
임 대표는 군대 전역 후 1년 정도 제주도에서 살며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호주 멜버른에서 3년 정도 거주하며 호주식 브런치를 깊이 배우고 공부했다고 한다. 영국의 브런치와 맥을 같이 하지만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였던 만큼 아시아 식재료를 많이 다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게를 오픈한 지 6개월 조금 넘은 지금도 외국인과 한국인 입맛의 중간을 찾고 최상의 퀄리티를 더하고자 꾸준히 연구 중이라고 한다.
브런치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가게 운영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신규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봤지만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식 창업까지 2년 정도 소요되는 기간이 임 대표의 상황과 조건에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홀로 창업을 계획하는 청년들은 생각보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세금 정책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공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지역에서 젊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지만 비슷한 입장의 청년 창업자를 만나기 힘든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속초에 자리 잡기로 마음먹은 후 가족과 고향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결 수월하게 오픈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임 대표의 식당을 자주 들러 조언을 전하고 일을 도와주시기도 한다며 타지에서 시작했다면 더 힘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제주도는 손님들이 꾸준히 오는 편인데 속초는 시즌이 명확해요. 계속 바쁘면 정신이 없는데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즌이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속초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장ㆍ단점을 묻자,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점이 좋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비수기가 단점이 된다고 말했다. 성수기 외에도 관광객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는 행사나 지역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외국인 분들만 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도 한국 음식이 당길 때가 있잖아요. 설악산을 찾아온 외국인들도 그런 입장에서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아직 저희 음식이 외국인 입맛에 맞춰져 있는 걸까 싶어 한국인과 지역 분들도 만족할 수 있는 맛을 찾고자 노력 중입니다.”
“시행착오 겪으며 나아가는 중”
최근 크로스핏에 취미를 들인 임 대표는 오후 5시 퇴근 후면 체육관으로 향한다. 다양한 취미를 갖기보다는 운동으로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며 다음날 손님맞이와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각과 마음을 비워내는 편이다. 가게를 운영하기 전 다른 식당에서 일했을 때는 시키는 것만 하면 됐지만,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지금은 출근해서 가끔 식재료가 없거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스스로를 다잡는다.
“자영업자이다 보니 제가 안 하면 사실 아무도 안 하잖아요. 브런치에 나름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가게를 이끌어본 적이 없다 보니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는 중이에요. 지금은 작게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더 크고 좋은 가게를 차려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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