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이 새로운 나라의 모습을 만들어 갈 때,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가 목축업이었다. 정착민들은 가축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많은 늑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한 마리의 늑대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70년이 지나자 국립공원의 숲은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천적인 늑대가 없어진 숲에 초식동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풀과 나무를 모두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이 결국 생태계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결국 사람들은 ‘늑대 복원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늑대 이주를 통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수가 균형을 이루었고, 숲은 예전처럼 푸르게 변했다.
이 프로젝트 늑대 중 한 마리가 ‘울프 3’, 이 책의 주인공인 오닉스다. 사냥꾼에 의해 아빠를 잃고 엄마와 형제들과 함께 살고 있던 오닉스는 몸집이 작고 약했다. 그런 이유로 다른 늑대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다. 결국 무리를 떠나게 되는 오닉스는 어른이 되어 브라보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 무리에서 막내 ‘울프 21’인 브라보를 리더로 교육시킨다. 약육강식의 늑대 무리에서 오닉스는 작고 힘없는 브라보가 살아남아 싸우지 않고도 무리를 지켜 낼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 과정이 신기해서 학자들은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고 오닉스와 브라보를 관찰한다. 이 프로젝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 그림책이다.
힘없고 몸집이 작은 주인공 오닉스는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다른 늑대들과는 달리 약자의 편에서 세상을 본다. 새로운 무리를 만나 싸우기보다는 자신처럼 작고 힘없는 브라보에게 기꺼이 좋은 스승이 되어 준다. 브라보에게 먹잇감을 공격하는 방법이나 자신의 무리를 지키기 위해 적을 공격하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무리와 함께 먹이를 나누어 먹거나 생각이 다른 늑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방법을 가르친다. 결국 오닉스의 가르침은 자신처럼 약한 브라보가 슬기로운 지도자로 거듭나게 한다.
그림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인간의 욕심으로 우리가 멸종시킨 생물의 숫자는 얼마일까?
또 ‘만물의 영장’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으로 알게 모르게 자행한 생태파괴는 얼마나 다른 생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었을까?
또 다른 부끄러움은 민주주의라고 불리우는 작금의 정치행태와, 자유경제라는 포장지로 자행되는 각종 경제정책이 이름 없고, 덩치 작고, 겁 많은 ‘서민’이라고 이름 붙여진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고 있었는지를 이제사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라! ‘총선’이라는 선거제도에서 필자를 대변할 국회의원을 뽑아야 할 시간이 한 달여 조금 넘게 남았는데, 필자가 사는 지역은 선거구도 확정되지 못하고 정치가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 세상을 보는 창인 텔레비전과 신문의 뉴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의 규범이 되어야 할 영부인의 가방 사건과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연일 시끄럽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편 가르기와 이합집산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 이 두 단어의 합성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닭의 사명이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 데 있다는 뜻이다.
리더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만 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가진 힘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잠시 맡겨둔 힘이다. 그런데 그 힘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리더가 공존과 배려의 길을 버리고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 무리의 질서는 약육강식의 야수의 세상이 된다.
오닉스와 브라보가 보여준 배려와 공생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 권력의 카르텔이 아닌 진정한 서민의 모습을 가진 리더를 만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김종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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