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청 시민소통담당관 최승인 주무관.
시정사진 기록·관리…고향에 대한 새로운 애정 생겨
“속초에 농공단지 있지만 취업한 친구들 보기 힘들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함은 있지만, 이 일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속초 태생인 최승인(28) 씨는 현재 속초시청 소속 임기제공무원으로 시민소통담당관에서 시 전반의 시정사진을 기록,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3년차가 되었는데 시청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처음부터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속초에서 초·중·고를 나와 타지의 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승인 씨는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영화사나 광고회사에 취업할 계획이었다. 2021년 대학을 졸업할 당시 코로나19가 가장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고, 목표했던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아 수도권으로 올라가기보다는 고향인 속초에서 해볼 만한 일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속초시에서 승인 씨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 담당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어 경험 삼아 해보고자 지원했고, 일이 적성에 잘 맞아 자리를 잡게 됐다. 또 일을 하면서 고향에 대한 새로운 애정도 생기고, 속초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이 일을 할 때도 장점으로 발휘될 때가 많아 재밌게 다니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지역의 청년인구 감소는 당연한 현상”
“고향에서 일하면서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지방 소멸의 영향을 받는 청년인구 당사자이니까요. 청년들이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승인 씨는 언론에서 많은 전문가가 거론하는 지역의 청년인구 감소 문제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촌향도 현상’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처음 언급되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사회 현상이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슈가 되는 문제들도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적인 선택지가 부족한 것은 청년들에게는 큰 단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사실 직업 고를 때 진로 특성상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 많이 고민했어요. 속초는 산업 기반으로 성장한 지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직업이 제한적이에요.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가까운 공장을 가거나 제조업 단지가 있어 그런 쪽으로 취업하기도 하는데, 속초는 농공단지가 있긴 하지만 제 또래 중에서 그곳에 취업한 친구들은 보기 힘든 것 같아요.”
그러나 승인 씨는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나 역세권 개발과 같은 호재를 언급하며 큰 제조업 단지가 없어도 앞으로 속초에서 4차 산업이나 콘텐츠 산업은 충분히 꽃 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도 차면 기울고, 물도 차면 넘친다’는 말처럼 언젠가 속초에 돌아오는 청년들이 있을 텐데, 속초시가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 고향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고 말하자, 승인 씨는 타향에 나가 성공해서 고향에 기부하고 공헌하는 분들에 비해서는 전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저와 우리 세대가 애향심이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고향에 기부금을 선뜻 내시는 분들만큼은 아니지만, 고향인 속초의 기록을 남기고 홍보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와 경험들이 일에 도움될 때가 진짜 많았어요. 다른 지역에 갔으면 이런 경험을 못 했겠죠.”
승인 씨는 독립영화 현장에서 일할 당시 들었던 ‘모든 건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사회적 어려움으로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2030을 N포 세대라고 부르지만, 해당 세대 입장에서 무언가를 포기했다기보다는 ‘보류’에 가깝다는 관점을 비쳤다. 자신의 예를 들며 다른 지역에서 일하며 얻게 될 ‘새로움’과 ‘가능성’을 보류하고, 고향의 ‘익숙함’과 ‘현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사진과 영상 일 꾸준히 해나갈 생각”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증과 아쉬움은 있지만 제가 지금의 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포기한다는 말을 할 만큼 인생을 비관하지는 않거든요. 아직 젊으니 모든 것을 두고 갈 수 있을 정도의 기회면 당연히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왔고 현재 하는 일들에 소홀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 등산에 취미가 생겨 산을 다니고 있다는 승인 씨는 설악산은 코스 정비도 잘 되어 있고 사시사철 매력이 다 다르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이라고 웃었다.
속초에 살면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묻자, 최대한 현재를 충실히 준비하며 상황에 맞춰 갈 계획이지만, 앞으로도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일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주위에 아무래도 비슷한 일을 하는 분들이 적어 촬영 노하우나 스킬, 장비에 대한 조언 등을 공유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고이면 썩는다고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아요. 사진을 찍거나 모델에 관심 있는 분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속초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만족감을 확장하고픈 바람입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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