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저출산과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마주 안고 있다. 1960년 5.95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3분기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 세계 유례없는 하락률을 보이는 가운데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한국 경제의 가까운 미래에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의 인구 감소를 꼽는다. 수도권 인구의 순유입은 지방 청년층이 다수를 이루며, 수도권·대도시의 인구집중은 수도권의 주거비 상승으로 출산율을 더욱 하락시켜 국가 인구 감소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청년 유출이 심각한 지방에서는 지역의 인구정책과 청년들의 니즈를 고려한 정책이 맞물려 청년이 삶을 설계해나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며 실제로 속초·고성·양양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개개인이 처한 현실과 청년 정책의 체감도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속초가 고향인 정혜인 씨(26, 사진)는 고등학교 졸업 후 타지의 대학에서 조경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4학년생이다. 현재는 본가에 내려와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진로를 설계 쪽으로 두고 있는데, 중견 이상의 엔지니어링 회사, 건축 또는 조경 설계사무소 쪽으로 취업할 생각이에요. 공항이나 항만, 수목원, 도시공원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혜인 씨는 취업에 필요한 전공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자격증을 따면 토익이나 JPT(일본어능력시험)같은 언어 자격증을 공부할 계획이다. 중견기업에서는 언어능력 또한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혜인 씨의 하루는 취업 준비뿐 아니라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도 알차게 짜여 있다. 아침에는 수영강습에 나가고 틈틈이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hyenbok)를 운영하며 조경과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기록한다. 속초에서 취업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을 때, 혜인 씨는 단도직입적으로 ‘없다’고 답했다. 사실 설악산과 자연을 좋아하는 혜인 씨는 속초에 애정이 있지만, 조경과 관련한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어도 속초에는 그만한 규모의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고향에서 취업 준비하면서 또래 취업준비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함께 공부하거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에 힘이 날 것 같은데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취업 준비를 해보니, 혜인 씨 표현 그대로 ‘단절된 환경에서 오는 고립감’과 ‘완만한 환경에서 오는 나태함’을 오롯이 느끼고 있다고 한다. 즉 지방은 휴식과 힐링,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긴장의 끈을 유지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많은 취업컨설팅학원들이 치열한 분위기의 대도시에 몰려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혜인 씨에게 현재 도움 받고 있는 청년 정책이 있는지 묻자, 당장은 없지만 앞으로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자격증 실기가 어려워 학원이 필수인데 대부분 내일배움카드를 통해서 무료로 다닌다고 한다.
“저도 이번 1회차 필기시험에 합격한다면 4~5월쯤부터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학원을 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면접 수당과 면접 정장 대여 등 지자체에서 취업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잘 찾아보고 도움받을 수 있는 건 받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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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지역에서 청년이 말하다 - 조경학도 정혜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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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 씨는 최근 취업준비 관련 정책을 찾아보면서 마침 인터뷰 당일 자격증 시험을 접수하며 혜택을 보았다고 말했다. 2만원 정도 하는 필기시험 접수 비용을 1만원에 해결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부터 국가기술자격시험 전 종목에 대해 만 34세 이하 청년들에게 응시료 50%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으로서 지역에 정착하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자, 혜인 씨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에 살 것인가’보다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삶의 터전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저는 설계 일을 하고 싶지만 속초에 관련 분야의 회사가 없어 이곳에 정착할 수 없어도, 닭강정, 아이스크림 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꿈이거나 지역사회의 발전에 일조하는 공무원이 꿈인 청년이라면 속초에 정착해 살아갈 수도 있을 거예요. 속초를 포함해 어디든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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