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니 뜨끈한 황태국이 좋은 계절이다. 명태는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 지역의 파시를 이루는 주 어종이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로 러시아산 명태가 대신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명태는 가공 방법에 따라 생태, 동태, 황태, 북어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고 맛과 효능 또한 서로 다르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내장으로 젓갈을 담그고, 간(肝)에 해당하는 명태애는 시력이 안 좋거나 눈이 침침한 이들에게 특별한 한약재나 시력보호 영양제 등이 없던 시절에 눈을 맑게 해주고 시력을 보충하는 중요한 치료제이자 영양원이었다.
한의학에서는 이목구비와 오장육부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치료한다. 오장육부와 이(耳), 목(目), 구(口), 비(鼻)는 서로 상응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눈은 간(肝)과 연결되어 있다. 명태의 간에 해당하는 명태애가 눈을 맑게 해주는 효능을 갖고 있음을 터득한 선인들의 지혜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또한 귀는 신장과 상응하여 이명 등의 귀병은 신장을 다스려 치료하고, 입병도 위를 살펴야 할 때가 많다. 코는 폐(肺)와 상관관계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겉을 보고 속을 안다’는 망진법(望診法)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해 왔다. 망진법은 환자의 의식상태와 얼굴색, 피부, 혀, 눈, 손톱 등 몸의 겉면의 여러 부위와 배설물의 빛깔과 성질, 형태를 살펴 병증을 진찰하는 방법이다. 그중 혀의 망진을 설진이라고 한다. 설진은 한의학에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대에 와서는 진단에 매우 중요한 자리를 점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양치를 하며 거울을 통해 자신의 혀의 상태를 보곤 한다. 설태는 아무리 제거하려 해도 2~3시간 지나면 다시 생긴다. 혀는 인체의 현재 상황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체로 전신 혈액의 통로이며 전신의 근육 형태를 반영하고, 뇌의 상황을 신경학적으로 투영하는 스크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태의 색이 백색, 황색, 흑색, 무색이냐에 따라서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는지, 체력의 소모가 극심하여 진액이 정체되어 있는지, 몸의 열이 심한지, 뇌혈관 및 경동맥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백태는 차가움을 나타내기 때문에 몸의 기능 저하나 면역저하로 볼 수 있고, 황태가 나타나면 열이나 염증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두터운 황태는 뇌혈관 질환과 유의성이 매우 높다. 간혹 진단기기를 통해서 나타나지 않는 경동맥협착이나 어지럼증, 두통도 설진을 통해 그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기도 한다. 또한 혀가 상하좌우로 갈라진 상태와 모양에 따라 척추증, 심장질환, 화병, 우울증, 불면증, 위염과 위궤양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니 한의학에서 혀의 상태는 병의 진단과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속에 든 병은 반드시 겉으로 드러난다. 한의학은 질병을 미리 관찰하여 치료하는 예방의학적 가치가 높다. 인체는 일관된 원리에 의해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평소에 섭생 및 운동의 항상성을 지키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바른길이다.
요즘처럼 기온의 변화가 심한 계절에는 급성 심혈관질환이 일어나기 쉽다. 혀에 끼는 황태는 뇌혈관과 관련된 병증의 유의성이 매우 높다. 뜨끈한 황태국으로 몸을 보하고, 환절기 심혈관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주 혀의 상태를 살펴보기를 권해 드린다.
박승민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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