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양군 강현면 상복리에서 태어났다. 우리집 택호가 ‘범부집’이다. 할머니가 양양 범부리에서 시집을 와 붙은 택호다. 희수(喜壽)에 가까운 나이에 오래 지난 출생지를 말하려니 쑥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양양 속초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설악을 떠나지 않았고 학생 때 고성 토성면 봉포리, 현내면 명파리까지 친구 집이 있어 자주 놀러 다녔다. 나만이 아니라 설악권에 근거지를 둔 모든 사람이 고성 양양 속초를 한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 척박하고 좁은 농토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친구 집에 가려면 거리는 지척인데 지역이 험하니 돌아 돌아 한나절이 걸리기도 했다.
통합의 당위성에 대하여
행정구역은 국가가 국민을 다스리기 위해 편의상 나눈 경계로 주민에겐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구획된 행정구역을 생활권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획한다면 합리적이고 주민의 공감을 얻어 삶이 편리해질 것이다. 설악권역의 약점은 적은 인구와 부족한 자원, 지리적 고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없을까? 세계화 시대의 경쟁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의 경쟁이다. 그럭저럭 살아왔다고 내버려 둔다면 타 도시와의 격차는 심화될 것이며 시기를 놓치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마저도 오지 않는다.
다른 도시와 경쟁하려면 도시를 키우고 문화예술 의료 교육의 격차를 좁히고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여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고 싶은 도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성의 특성, 양양의 특성, 속초의 특성을 가지고 통합하는 것이다. 통합을 가정하면 벌써 특성이 하나씩이던 것이 셋이 됐다. 그 안에서 무수한 특성을 개발하고 찾으면 특성은 수없이 많아진다. 생활권역 내에서의 경쟁은 자제하고 다른 지역의 특성을 돕고 빛내자. 이런 통제 개발 지원 육성 협력이 필요한데, 이를 통합지자체에서 기획 시행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약점이 보완되고 약점도 상품화가 된다.
몇십만 인구를 가진 서울 주변 도시가 서울시로 편입해 도시의 규모를 더 키우려 하지 않는가. 우리 지역은 현재까지도 작은 시군이라 간절히 소망하는 사업도 제대로 유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경우를 유추해 보면 이해가 쉽다. 힘을 합치고 적극적으로 도왔다면 4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겠는가(1980년부터 추진하였다. 41년이 걸렸다. 연합뉴스). 이에 반해 대구-광주 달빛 내륙고속철도는 타당성 없이도 승인하려 한다(부럽기까지 하다).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식인들이 토호(土豪) 세력화 하고 기득권에 안주하여 주변을 보지 않고 나의 안일만 생각하고 있다면 통합은 요원하다. 통합하면 기득권도 더 커지는 법이다. 기회는 많지 않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통합해야만 할까? 통합할 수 있을까? 통합할 것인가?’를 묻지 말자.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변화할 수 있다. 변화해야 한다.
정부의 통합정책(메가시티)에 부합하여 통합을 추진하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정책자금 혜택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고성 양양 속초가 통합하면 (현재와 비교해)메가시티가 된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정책적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유치하고 통합시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여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잘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도록 모두 일관되게 노력하자. 그래야 힘이 생긴다. 설악 특구(관광)시나 영북 특구시라고 멋진 이름도 하나 더 얻는 것이다. 현지에서 출향인을 포함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진지하게 토의하며 통합을 공론화하여 방법을 찾고 동력을 얻도록 하자. 모두가 이기는 윈윈하는 협의가 필요하다.
아끼고 모으고 나누자
못 쓰는 임야, 토지가 없고 못 쓰는 자원이 없다. 넓은 바다도 있지 않은가.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자. 바다도 자원이고 공기도 자원이다. 물도 쓰면 자원인데 버리면 하찮은 물이 된다. 남아서 바다로 버리는 곳이 있고 식수와 가정용수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다. 있는 것을 강제로 나누면 싸움이 되지만 외연을 넓이고 키워서 나누면 풍요가 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파이를 키우자. 사업 유치에 면적이 좁으면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넓은 타 지역에서 입지를 찾으면 된다. 선택과 집중으로 같은 사업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시행하지 말자. 아끼고 모아 나누면 풍부해진다. 호수도 각기 다르고 해안도 산도 각기 다르다. 이를 활용하자. 편을 가르지 말자.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 편까지 가르면 우리의 주장은 왜소해지고 동력이 떨어진다. 교통망을 확충하여 멀고 험한 길이라도 짧은 이동시간으로 거리를 단축하면 된다. 해양수산업이나 산림경영 영농은 스마트화하고 집약화하여 품질 좋은 저가의 식품을 생산하자. 청정한 공기도 팔고 물도 팔고 자연도 팔자.
행복 추구권
특구를 만들어 지역 조례에 인허가 조건을 완화하여 사업성만 있으면 기업을 유치하자. 규제나 제도에 겁먹지 말자. 그렇다고 우리가 매국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지역 주민이 살 수 있어야지, 중앙정부나 정치가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우리가 잘살아야 나라도 발전한다. 정직하고 훌륭한 지도자의 뒤에는 15만(대략치)의 주민이 있다. 정치와 행정과 언론과 지식인이 나서자. 통합하는 조건으로 우리 지역에 맞는 대학을 유치하고 국영기업, 실리콘 밸리 같은 최고의 기업을 유치하자. 국회의원 선거가 곧 다가온다. 통합을 총선의 정치공약으로 하는 대표를 선출하자. 다음은 노력이 필요하다. ‘잘 살아 보세!’를 다시 외쳐보자. 열심히 성실하게 살자. 하늘을 날아보고, 지역이 좁으면 산에도 주택을 짓고 바닷속에도 바다 위에도 집을 짓고 살 수 있게 하자. 꿈은 이루기 위해 꾸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변화해야만 할까,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할 것인가를 명제로 하면 답이 나온다. 꼭 ‘변화해야만 한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국민기본권에 생명권, 자유, 행복 추구권이 있다. 우리는 생명권과 자유는 얻었으니 이제는 행복 추구권을 주장하자. 우리의 삶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행동에 달려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전쟁을 보지 않는가. 힘의 논리에 참담함을 느낀다. 통합으로 힘을 키워 당당해지기를 바란다.
김승수
설악신문 서울 주재원
한국산림탄소협회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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