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장희주 속초시 아나운서.
지난해 시승격 60주년을 기념하며 속초시는 각종 기념식과 이벤트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시 주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늘 한결같은 얼굴로 무대 한쪽을 지키던 사람, 바로 속초시 시민소통담당관 소속 장희주 아나운서(37)다. 시간이 되어 장 아나운서가 사회자 단상에 자리해 마이크 앞에 서면 어수선하던 청중도 무대로 시선을 옮긴다. 행사의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식순대로 매끄럽게 진행해야 하는 MC 아나운서는 격식을 갖춘 공공 행사에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안는다. 진중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속초시 행사의 품격을 이끄는 장희주 아나운서를 만났다.
“속초시에는 2012년에 처음 들어왔어요. 그전에는 원주에 있는 교통방송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같이 일했던 친구가 먼저 속초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지역을 옮기면서 저에게 시험 보지 않겠냐며 얘기해주었어요. 마침 저도 라디오에서 TV로 매체를 바꿔볼까 하던 차에 지원해 오게 됐습니다.”
“행사 진행 준비, 기획 의도 꼼꼼히 검토”
장 아나운서가 속초시와 연을 맺은 지 벌써 12년이 흘렀다. 자신도 속초에 이렇게 오래 머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아나운서라면 누구나 KBS, MBC 같은 큰 방송사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것처럼 장 씨도 그러했다. 속초에서 아나운서로 2~3년 근무하던 중 좋은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 속초에 정착하게 됐다.
“나도 ‘더 큰 무대로 나가야지’라는 생각이 분명 있었는데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속초에 정착하게 됐는데 후회가 없어요. 그만큼 좋은 동반자와 예쁜 아이가 곁에 있고, 저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과 인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제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어요.”
아이를 낳으며 일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프리랜서로 틈틈이 지역 행사를 진행하며 활동했다고 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자 마침 임기제 공무원 제의가 들어와 속초시청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최근 대부분 지자체에서도 임기제 형태로 아나운서를 모집ㆍ선발해 시정 콘텐츠를 친근하게 전달하는 추세이다.
장 아나운서는 시의 주요 행사 진행뿐 아니라 시정 홍보 영상 제작에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한다. 콘텐츠 주제가 정해지면 섭외와 미팅은 물론 영상에 들어가는 시나리오까지 직접 작성하고 녹음하며 멀티플레이어를 자처한다. 그 외에 해수욕장과 속초 내 박물관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시청에 전화했을 때 들리는 안내 음성, 각 과에서 필요로 하는 PPT 나레이션 녹음을 하기도 한다. 주요 업무인 행사 진행을 준비할 때는 기획 의도를 꼼꼼히 검토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행사 진행을 어떻게 했는지 모니터링하며 주최 측에 더 좋은 대안을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친구들은 누구나 서울의 대형 방송사 아나운서를 꿈꿀 테지만 지역에서 근무한다고 실패한 아나운서가 아니거든요. 제가 서울로 간다면 가족과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저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일상이 행복해요. 꿈을 이루는 과정에도 다양한 길과 선택지가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역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1~2년 머물다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장 아나운서는 지방 작은 도시들에도 잠깐 머물다 가기보다는 그 지역에 애정을 갖고 정착해 책임감을 갖고 자신만의 자리를 꾸려나가는 아나운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사회에 도움 되는 일 하고 싶어”
속초시 아나운서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을 때,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인터뷰이 한분 한분이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든 인터뷰이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장면들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특히 행사장에서 박수쳐주시던 분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들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사의 취지, 주최 측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숙지하고 암기하며 준비 과정부터 마음을 쏟는 만큼 현장에 동참하는 참여자들과 자연스레 진심이 오가기 마련이다.
“행사나 인터뷰 준비할 때 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대충 시나리오를 써서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행사의 기획 의도에 적힌 단어 하나하나 뜻까지 꼼꼼히 알아보거든요. 진심을 다해 일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해를 맞아 장 아나운서에게 앞으로의 목표와 다짐을 물었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동안 일했던 역량과 경험, 재능을 살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스피치 수업, 청각장애인 무료 오디오북 녹음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따스한 눈높이로 속초시 소식을 전달하는 장희주 아나운서의 진심이 지역 곳곳에 녹아들 수 있기를 응원한다.
“저는 행사장에서 눈 마주치고 박수쳐 주시는 시민분들을 볼 때, 또 고생했다고 한마디 얘기해주는 분들을 만날 때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다음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속초시민 분들께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곳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속초시의 품격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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