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제물론>에서는 “천지는 나와 함께 살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하나가 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동양 사상은 자연이 원래는 천성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나, 인간의 욕망이 자연을 파괴하였다고 본다. 환경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자연이 갖는 수용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 친화적 삶이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하고 있다.
환경을 살리고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냉장고를 버리고, 공해를 유발하는 자동차와 전자파의 주범인 컴퓨터를 없앨 수는 없다. 산업화로 인한 무분별한 경제성장이 오늘의 환경위기를 초래한 원인임은 무엇보다도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인류가 발전하는 방향에 역행하여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성장을 어떻게 하면 환경친화적으로 다시 이루어낼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과학기술의 부작용만을 지나치게 염려하여 모든 종류의 과학기술을 거부하는 과학기술 혐오주의적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예를 들어, 전기 없이 며칠을 지낸다면 교통과 통신은 물론 기초적인 의식주까지 전기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은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이를 통하여 인간 존엄성을 구현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기능을 해 왔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그 부작용 역시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간 삶에 대한 과학기술의 긍정적 기여는 인정하면서도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세를 지녀야 하며, 과학기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인간이 가지는 가치관에 주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인간중심적 세계관 속에서 자연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의 가치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리고 인간의 편리와 진보를 위해 자연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동안 환경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따라서 인간의 우월적 지위는 인정하되 이러한 인간의 우월감과 오만에서 파생되는 자연에 대한 지배와 착취의 문제를 반성하고, 그러한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보다 건전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굴드는 《여덟 마리 새끼 돼지》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는 연약하고, 현재 지구는 인간의 개입으로 영구히 파괴될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이 위태로운 세상을 지키는 ‘청지기’ 정신보다는 오히려 계몽적 자기 이익에 기초를 둔 환경 윤리, 즉 황금률이 요청된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자연을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머디는 《인간중심주의: 근대의 버전》에서 모든 종은 그 자체로 존재할 목적이 있다고 했다. 인간의 생존과 복지는 생태계의 건강과 안정성에 달려 있다. 계몽적(합리적) 자기 이익의 관점에 입각하여 인간은 자연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가치를 부여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익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한 결과 경제 주체 모두가 파국에 이르게 되는 교훈을 주는 개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은 지금 당장의 현재의 이익만을 위해 개발을 추구하다 보면 전체 생태계가 파손되고, 미래의 세대에 대한 희망을 앗아가게 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환경 문제는 현세대의 정의와 배려 등과 관련된 사회 윤리적 쟁점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칸트는 인간은 유한한 지구를 공유하기 때문에 호혜적 평화 공존은 인간에게 주어진 정언 명법이라고 했다. 비록 가능성의 존재라 할지라도 미래의 세대가 인간인 이상 현세대와 같은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현세대의 개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 세대의 개발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