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관 화가가 작품 ‘나의설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동관 화가가 ‘나의설악’을 그리고 있다.
고성군 현내면 백두대간로에 자리잡은 박동관 화가를 만나러 간 지난 9일, 한파가 지나가고 오랜만에 따듯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백두대간로 도로변에 있는 어느 한 창고로 기자를 안내한 박 화가는 ‘나의설악’이라는 폭 10m, 길이 200m에 달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곳 현내면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는 20대 젊은시절 홍익대학교 동양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 이곳저곳을 방황하다 겨울에 눈 내린 설악산을 보고 매료돼 두 차례의 개인전을 진행한 이후 속세의 모든 짐을 잠시 내려두고 설악산 일대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5년간 산속에 텐트를 치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5년 간의 산속 생활을 끝낸 그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붓을 내려놓고 공사판을 전전했다. 시간이 흘러 자녀들이 전부 독립하고 혼자가 된 그는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넘어와 ‘나의설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설악산 중에서 저를 사로잡은 건 천화대였어요. 나의설악에 담길 주인공은 천화대입니다. 천화대의 아름다운 사계를 담기 위하여 암벽등산을 배우고 주변 등지에서 텐트를 치고 살았어요. 천화대의 사계 중에서도 설악산이 제일 아름답게 보이는 겨울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림에 담길 천화대는 왕관봉, 희야봉, 범봉으로 구성돼 있으며, 천화대는 제 그림의 정체성을 찾아주기도 한 고마운 곳입니다.” 그는 천화대와 가까운 공룡능선에서 텐트를 치고 능선을 타고 올라가 천화대를 열심히 관찰하고 머릿속에 수백 번 수천 번 그 아름다운 광경을 되뇌며 후대에게 아름다운 천화대의 모습을 남겨주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룡능선에 텐트를 치고 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필요한 식품과 물건들을 사서 지게를 메고 산을 타고 암벽을 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공룡능선에서 한 달동안 먹고 자고 생활하며 천화대를 꿈속에서 나올 때까지 보고 느꼈습니다.”
고성군 현내면에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속초 설악동에 자리를 잡아 그림을 그리려고 했으나 형편이 녹록치 않아 금방 설악동을 떠나게 되었고 고성에 정착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방치된 창고를 임대한 그는 처음에 창고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어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어서 치우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감당하기에는 자금이 많이 필요했기에 결국 그는 공사판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침에는 공사장으로 출근했다가 저녁에 작업실로 돌아와 그림 작업을 시작합니다. 공사장에 한 번 나갔다 오면 손이 덜덜 떨리고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작업을 하기 위해 인내하며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립니다. 겨울에는 공사장의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시간은 많지만 재정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그는 인사동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한지와 먹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박동관 화가는 추후 완성될 그림에 봄에는 금박을 덧붙여 화사한 봄날의 느낌을, 여름과 가을에는 전통 화재료를 이용해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표현할 예정이며, 사계 중 주인공인 겨울 천화대는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동양화적, 전통적인 화법으로 아름다움과 생생함을 표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나의설악을 그리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나의설악 은 제 개인작품이 아닙니다. 판매할 생각도 없습니다. 내년 하반기쯤 이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후 국내 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을 담은 작품인 만큼 후손들이 길이길이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왕의준 기자 raffin51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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