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전 동토의 땅 한국전쟁의 소식을 들은 에티오피아 황실에서는 아프리카국가 중 유일하게 다섯 번에 걸쳐서 5천여명의 황실근위대병력을 참전시켰으며 화천전투, 칠곡 다비동전투 등 253전투 중 253 전승에 한 번도 지지 않은 전과를 올린 컁뉴부대였었다. 전사자 122명, 부상자 536명, 포로는 참전 유엔군 중 유일하게 단 1명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1974년~1991년까지 공산권화가 되면서 친 세력인 북한과의 전투에 참여했다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랑스럽게 여겼던 한국전 참전을 숨긴 채 이름까지 바꾸면서 자신이 살던 친인척이 있는 고향을 등진분도 계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가슴이 멍했다.
5년 전에 참전용사 141명이 생존해 계실 때 에티오피아 심장병어린이 수술(참전용사 손자·손녀들)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여러가지 문제와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뤘던 심장병 수술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5년 전부터 같이 NGO활동을 해오신 참전기념사업회 신광철 회장님과 함께 떠나기로 약속을 하였고, 드디어 지난해 12월 29일 출발하게 되었다. 지금은 63명만 생존해 계신다고 하니 세월의 무상함에 죄송할 뿐이었다. 진작 찾아 갔어야 하는 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14시간의 긴 여정 속에 드디어 빚진 마음으로 찾아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심장병 프로젝트 봉사로 온 것이어서 씻지도 못하고 바로 회의를 하기 위해 블랙라이온 아디스아바바국립의과대학부속병원(한국의 서울대학병원 규모)을 방문했다.
현재 병원에 접수된 심장병어린이 수술환자가 7천명 정도 되며 2만명 정도 관리하고 있고 매일 1명씩 수술을 한다고 했다. 1억2천만명의 전체 인구 중에 심장병인 줄 모르고 죽어가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겠나. 특히나 에티오피아 전국에서 심장수술하는 외과의사는 단 4명밖에 없다니 마음이 아팠다.
일단 한국으로 5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가서 심장병 수술의 최고인 부천세종병원에서 수술시켜 주기로 합의하였으며 영문으로 된 진단서를 부탁드렸다. 수술 시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법적인 공증까지도 부탁드렸고 어린이환우 20명 정도의 진단서를 주시되 될 수 있으면 걸을 수 있고, 의사표시가 가능한 어린이로 선정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70년 만에 한국은 급성장해 에티오피아에서는 꿈의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된 만큼 이젠 우리가 도와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최초로 심장병어린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특히나 1월 7일은 아프리카지역 성탄절이라서 성탄선물을 따뜻한 대한민국에서 가지고 오셨다며 좋아들 했다.
블랙라이온 국립병원(심장병전문병원)을 두 번째 방문했다. 수많은 환자들 속을 헤집고 병원 관계자분들을 만나 뵙고 병원시설들을 안내받았는데 수술기구는 오래된 것이고 국립병원 수술방이 두 개밖에 없었으며 중환자실도 12베드밖에 없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회복을 기다리는 어린이들과 보호자들도 만났고 병원 관계자분들에게 아시아 최고의 부천세종병원 사진도 보여주고 MOU 체결과 함께 서로 궁금한 점들을 세밀한 부분까지 물으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심장병어린이를 한국으로 데리고 갈 때 필자가 바쁘지만 아디스아바바로 가서 인솔해 가기로 협의했다.
2만명 이상 심장관리와 7천명 이상 심장병수술을 기다리는 현실의 안타까움에 어떻게 도와드려야 최선일까 고민의 숙제를 안고 아디스아바바를 떠났다.
김상기
(재)늘사랑장학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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