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순서 -
1. 고속화철도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
2. 고속화철도의 부정적 영향, 빨대효과
3. 고속화철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동서고속철도에 대한 기대에 들뜬 나머지 앞으로 있을 변화를 모두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위험한 일이 아닐까? 지역에서는 소위 빨대효과로 대표되는 고속철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 부정적 이야기를 통해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올바른 대처가 아닐까 싶다.
고속화철도의 부정적 영향 사례
춘천은 2009년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과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서울과 1시간 이내의 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해를 거듭할수록 탐방객이 늘어나 음식업 등은 즐거운 비명이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서울과 가까워지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늘면서 춘천지역의 자취생이 대폭 감소했으며, 대학생들도 서울에서 쉽게 모임을 갖게 되어 대학가 주변상가들도 공동화가 되어 썰렁해졌다.
서울로 가는 쇼핑이 늘어나면서 춘천의 중심가에 있는 의류상가들도 매출이 감소되어 폐업하는 곳이 늘어났다. 학원가도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숙박업체. 탐방객은 대폭 늘었지만 대부분 당일치기로 왔다가고 체류형 관광객은 오히려 대폭 감소했다. 그래서 예전에 MT의 명소로 펜션과 숙박시설이 밀집한 강촌지역은 서울과 가까워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2년 봄 강촌지역 펜션의 80% 가량이 매물로 나왔다고 할 정도이다. 춘천의 관광1번지 강촌을 다시 살리자고 주민들과 지자체가 노력하지만 대응도 쉽지 않다.
또 다른 부정적인 사례로 KTX 개통으로 서울과 부산의 거리가 2시간 30분으로 단축되자, 2010년 기준 환자의 역외유출이 한 해 60만명이 넘어서고, 의료관련 비용의 역외유출이 4천억원에 이르러 부산지역 의료계는 심각한 공동화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동두천지역의 보산동은 미군 관광특구로 북적이던 곳이다. 2007년 경원선 복선전철이 개통되어 지하철 1호선과 연결되자, 3백여 곳의 음식점이 1백여 곳으로 감소했다. 미군들이 이태원이나 용산으로 모두 빠져버린 것이다. 동서고속화철도가 들어서는 강원북부권 접경지역에서도 우려되는 악영향이다.
2015년 KTX 호남선 개통 1년만에 광주~서울 항공노선은 적자를 못 이겨 폐쇄되었고 고속버스 수송분담률도 50% 이하로 떨어졌다. 대신 광주 전남 탐방객의 KTX 이용률은 전년 대비 60%나 늘었다. 당초 우려되던 대도시집중화는 크지 않았다고 안도하고 있지만 쇼핑부문은 자본유출이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KTX 개통 이후 서울로 가는 쇼핑객이 대폭 늘어나 백화점 등 매출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충청권에서는 세종시로의 인구, 기업 유입으로 타 지역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세종시 인근 공주시와 대전시뿐만 아니라 청주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세종시로의 인구유출로 인구가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이같은 집중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집중화 부작용, 빨대효과
초고속철도망이 일반화되면서 지역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으로 빨대효과(Straw Effect)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빨대효과란 좁은 빨대로 물을 빨아들이듯이 고속교통수단으로 대도시와 주변 중소도시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이 대도시로 빨려 들어가는 대도시 집중현상을 말한다. 1960년대 일본에서 고속철도 신칸센이 개통된 후 인근 중소도시들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도쿄와 오사카 양대 도시로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자, 이를 빨대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KTX개통과 관련해 빨대효과로 대표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빨대효과와 반대로 고속교통 수단으로 도시간 거리가 짧아지면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인구와 경제력이 분산되는 효과를 분산효과라고 부른다.
빨대효과가 있느냐의 여부는 두 도시간의 관계와 타 교통수단, 시간거리, 정책적 대응, 경제정책 등 복잡한 요인으로 결정된다며, 무조건 거리가 짧아진다고 부정적인 빨대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빨대효과에 대한 실증적 제시
빨대효과에 대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고속철도 등의 건설로 인한 빨대효과를 실증적으로 제시한 논문은 많지 않다. 오히려 빨대효과의 실체는 없다는 입장으로 내놓은 논문이 더 많은 편이다. 어렵게 빨대효과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논문 한편을 찾을 수 있었다.
2014년 8월 <국토계획>에는 조재욱, 우영제 공저로 ‘고속철도 개통이 지역경제 및 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대한민국 KTX 경부선, 경전선을 중심으로)’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해당 논문에서 저자는 2010년을 기준으로 경부선의 모든 정차역, 경전선의 정차역을 포함해 총 23개의 KTX 정차역과 104개 시군단위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내 총생산과 인구, 종사자수의 변화, 기반시설과 재정자립도, KTX 이용객수 등을 변수로 삼아 2003년과 비교하여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성장 효과를 측정했다.
지역내 총생산의 경우 “2003년 지역내 총생산이 높은 지역일수록 2010년 지역내총생산 증가가 크다”며, “KTX개통으로 인한 지역 균형발전보다는 일부 대도시지역에 경제적 집중이 심화되는 빨대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아울러 “고속철도 정차역의 존재가 해당지역의 지역내 총생산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인구 변화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이다. 인구의 대도시 집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4개 시군 중 54개 지역은 인구가 증가하고, 50개 지역은 인구가 감소되었는데, 인구 감소 50개 지역 중 33개 지역은 군지역”이라며, “도시가 산업화되면서 고용자수가 증가될 경우 인구가 교외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기존 도시의 인구는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종사자 측면에서는 경부축은 지역 균형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KTX의 영향보다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 지방분산 정책의 영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결론으로 “KTX의 개통으로 인해 지역내 총생산과 인구 부분에서 지역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른바 빨대효과로 인해 중소도시 성장이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지역경제가 발전하려면 서울이나 수도권과의 이동거리가 짧아져야한다는 게 기본상식처럼 통했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과 가까워질수록 대도시로의 집중이 심해져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빨대효과’는 상당히 불순한 논리일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왜 ‘빨대효과’가 우려되는지 알고 대비하지 않는 것과 아예 이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무시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라고 경고한다. 빨대효과를 미리 알고 준비하면 부작용을 최소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엄경선 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동서고속화철도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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