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간 고향 지인들과 폭넓은 교류 없이 지내왔다. 설악신문 서울 주재원으로 출향인사와 인터뷰를 시작하려니 우선 재경 지역 회장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전화로 인사는 몇 차례 나눴지만 만나는 건 처음이다. 사업에 바쁜 재경속초시민회 박윤종 회장과 약속을 하고 강남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추진력 있어 보이는 다부진 체격에 얼굴은 평온하고 인자해 보였으며 머리는 나이에 비해 백발이었다. 덕을 많이 쌓았고 인생을 신중하고 깊이 있게 살아온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가까이 있는 박 회장부터 인터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다. 그 자리에서 당위성과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하여 인터뷰 허락을 받았다. 박윤종(60) 회장은 여러 봉사단체 대표와 선도위원으로 활동하며 표창도 많이 받고, 자기 사업체도 몇 개를 경영하고 있다. 사업도 성공하고 기부와 봉사뿐 아니라 청소년 선도에도 앞장서 실천하고 있으니 범인(凡人)은 상상할 수 없는 열정, 추진력과 체력까지 갖춘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는 심한 양극화와 치열한 경쟁으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점점 온기를 잃어가는 사회가 박 회장 같은 사람의 선한 기운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박 회장의 경우로 보면 가진 것이 많아서 기부하고 시간이 있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체면이나 생색내기가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과 사랑과 희생·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운영하는 회사와 사업분야는.
“제가 운영하는 회사는 호텔 객실 내 가전전문기업인 ㈜윈텍, 부동산법인인 ㈜윈스테이트, 공기 청정용 실링팬의 제조판매 업체인 ㈜GA실링팬 등 3개 회사이며 관계사는 윈텍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B2C 대상으로 판매를 총괄하는 ㈜윈커머스가 있다.
-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미 수행했던 단체를 포함해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단체명과 직함은.
“청정하남화력발전 대책위(위원장), 남양주소방서 소방안전협의회(운영위원), 설악금강포럼(회원), 속초포럼(회원), 속건회(회장),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운영위원) 등 여러 단체에서 오래전부터 지속적이고 주도적으로 지역사회의 후원 및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운영하는 업체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장애인과 다문화가족들의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는 ‘함께하는 재단’인 굿윌 스토어의 지정후원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 재경 속초시민회 회원수는 몇 명이며 시민회 활동은.
“ 재경속초시민회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출향인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데
회원명부와 SNS계정에 등록된 회원을 기준으로 인원은 대략 1000여명 정도이다. 출향모임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모임이고 회원의 활동은 속초출향인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친목을 도모하며 고향 속초 발전과 봉사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부활동으로는 매년 속초시의 수도권 홍보, 속초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 고향사랑 워크샵, 속초시의 각종 후원 및 기부활동, 각종 재경모임의 후원 및 활성화 지원사업, 강원도민회 활동 등 고향 속초를 위한 시민회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 회원들께 부탁 말씀이 있다면.
“그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구심력과 결속력이 약화되고, 특히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시민회 활동에 관심과 참여도가 많이 부족하고 운영상황과 활동여건이 열악했다. 이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어 임기 내 시민회의 조직 정비와 활성화에 주력하려고 한다. 시민회가 명실공히 고향 속초의 최대 사랑방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출향인의 많은 관심과 애정 담긴 성원으로 시민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고향 속초에 바람은.
“고향 속초가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일일생활권에 있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가 되면서 주말이면 차량정체로 일년내내 몸살을 앓고 있다. 동서고속철도가 착공되었고 개통되는 2027년에는 더 많은 관광객이 속초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여 우선 속초역사(驛舍)를 기점으로 연계 가능한 셔틀 교통망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속초시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과 계획이 있겠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ESG경영 등 친환경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정책과 계획이 필요하다. 천혜의 동해바다와 설악산의 자연환경보전에도 유익한 친환경적 교통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속초역사에서 관광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하고 속초의 관광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개인적으로 고향 발전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8년전 속초IC 인근의 부지에 당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제품전시관 및 게스트하우스인 윈텍속초센터를 오픈하였다. 윈텍은 국내 특급호텔시장에서 객실 가전제품 점유율이 90%를 상회할 정도로 관련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동해북부 관광권역의 중심이자 사계절 관광지로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인 고향 속초에 구매담당자나 호텔관계자에게 휴식과 체류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당사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하여 제품홍보도 하고 속초관광을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사뿐만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자생적 경제생산력이 열악한 속초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속초 특산물 발굴 및 개발을 통하여 속초를 알리면서 속초경제에 일조할 수 있는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 수많은 봉사를 하고 표창을 받았는데.
“20년 전 사업을 시작할 시기에는 직업이 건축 분야다 보니 주말도 없었고, 가족들이 해외에 있어 출퇴근 개념 없이 혼자 찜질방이나 모텔에서 생활을 전전했다. 소위 먹고살기 바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보니 제가 하는 일 이외에는 거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회사도 안정되어 가고 국내에서 홀로 생활하다 보니, 주말이면 동창회나 동호회 활동에 참석하게 되면서 제가 만드는 제품들을 조금씩 여러 단체에 후원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커뮤니티나 사회활동에 폭넓게 참여하면서 그때부터 모임의 일원으로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런 동기로 기부와 후원을 하고 여러 단체에서 봉사도 하게 되고 타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작은 배려를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함으로써 보람도 느꼈고, 내 오지랖과 사회적 경험은 점점 넓어지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로 다양한 표창을 많이 받게 된 것 같다. 이런 표창은 본인을 독려해 더 많은 봉사를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봉사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스스로 돕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노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마음의 온기를 느껴 살아가는 데 힘을 낼 수 있다면 보람 있고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 종교는, 기부와 봉사를 하게 된 동기는.
“종교는 없습니다. 기부와 봉사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우선 제가 취급하는 제품군들은 대부분 호텔이나 병원 등에 공급되는 특화된 제품들이 많은데,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나, 단체가 있다면 기꺼이 협찬하고 후원하게 되었다. 후원제품에 대해 단체나 개인들이 너무 감사해하고 유용하게 제품이 활용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끼게 되어 이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어떤 봉사가 특별히 감동적이었나.
“법무무 청소년 범죄예방위원으로 법무부로부터 청소년 선도보호 위탁을 제안받아 범죄를 저지른 18세 청소년에 대해 최근 6개월 동안 선도활동을 한 적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기소유예 후 선도위원의 선도와 보호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선도하게 되면, 기소유예기록이 소멸되어 사회생활의 걸림돌이 없어지게 된다. 제가 선도한 청소년이 충실히 선도활동에 응해 성공적으로 선도·보호 위탁이 종결되었다. 저도 간접적이나마 청소년의 시각으로 부모와 사회를 볼 수 있는 유익하고 보람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는 그 청소년이 저를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르고 가끔 안부 전화도 받게 되니 막둥이 1명이 더 생긴 것처럼 뿌듯하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 기부와 봉사를 많이 하셔서 가족들 불평은 없는지.
“가족들이나, 회사직원들도 이해하고 후원행사 시 적극 협조하고 있다. 기부와 봉사는 내 인생에서는 기한이 없으나, 사회적 단체활동은 제가 맡고 있는 재경속초시민회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 전후로 정리하려고 한다. 그동안 사회활동으로 인해, 제대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는데 기다려준 가족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
- 인생관이나 철학이 있다면.
“‘항상 당당하게 살자’라는 좌우명을 마음에 새기고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살고 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안 좋은 일들을 항상 ‘이만하길 다행이다. 오늘 액땜했네’로 위로하면서 기분 좋게 털고 하루를 시작하고 유쾌하고 즐겁게 일상을 보내려고 한다.”
- 특별히 사업에 대한 계획은.
“최근의 글로벌경제나, 국내경제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국내는 내년에 1%의 경제성장에 그치고 향후 4~5년은 2%대의 성장을 넘지 못할 거라는 암울하고 부정적인 경제전망이 있다. 하지만 저는 2024년부터 그간 구축해온 플랫폼을 기반으로 B2C와 B2B 시장의 아이템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틈새 아이템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입지를 견고히 굳히고 보다 신뢰받는 내실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향후 5년 동안은 회사대표로서 해야 할 직무에만 전념하고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
- 본인 자신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다 보니 ‘셧터맨’이란 별칭을 얻게 될 정도로 지인들이나 주변분들로부터 ‘너무 열심히 산다’ ‘워커홀릭’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그런 삶이 일상이 되어버렸기에 상대적으로 개인적 취미 활동은 거의 하지 못했다. 현대사회에서 비즈니스와 사회적 네트워킹에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골프조차도 최근에야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 막둥이 아들도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으니 여건이 허락한다면 아내와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두루 여행해보고 싶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편하게 힐링하면서 전국을 누비고 싶은데, 아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여행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것 같다.”
- 후배를 위해 한 말씀 한다면.
“저의 주변에는 귀감이 되시는 훌륭한 선후배님들이 상당히 많이 계신다. 그러한 선후배님을 좆아서 노력하는데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제가 감히 후배들에게 당부드릴 위치는 아니지만, 옛것의 소중함을 본받고 새것을 창조한다는 의미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자세로 임한다면 애향심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명감을 갖고 선후배가 공존·공유하고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한다면 보다 유의미한 ‘함께 사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언제든, 어디서든 강원도, 속초 얘기만 들으면 찌릿하고 더없이 반갑고 정겨운 그런 정서와 관계가 항상 돈독하고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자고 당부하고 싶다.”
인터뷰하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타인에게는 따뜻하고 나에게는 엄격하며 사회에는 베풀고 신 앞에서는 진실되게 살아온 분이 아닌가. 사업을 키우는데 투자할 틈도 없이 우선 남을 도울 생각부터 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으로 얻은 많은 재산을 기부에 쓰느라 큰 부를 축적하지는 못했으리라. 박 회장은 기회가 되면 봉사와 희생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려는 열정에 가득 차 모든 일에 봉사가 우선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봉사와 희생은 끝이 없다”고 얘기한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사업도 바쁜데 재경시민회장을 맡고 있으니 정말 눈코뜰새없을 것이다. 박 회장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봉사한다. 재능기부뿐 아니라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 정의를 지키는데 열정적이다. 사랑은 그 자체로 머무를 수 없다. 사랑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 행동이 바로 봉사다. 박 회장이 바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김승수
설악신문 서울 주재원
한국산림탄소협회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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