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편한 것을 추구한다. 편함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무조건 편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가령, 배불리 먹고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쉬는 것은 몸을 해롭게 한다. 입이 당긴다고 무조건 단것만 먹으면 병에 걸리기 쉽다. 덥다고 계속 에어컨을 틀어놓고 생활하면 쉽게 감기에 걸린다. 우리 몸은 적당한 불편함이 있어야 건강해진다.
소화기를 예로 들어보자.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장이 열심히 움직인다. 위는 근육이어서 너무 많이 움직이면 지쳐 소화가 더디게 된다. 이런 소화기의 기능을 돕는 것이 바로 팔다리를 움직여 주는 것이다. 식사를 하고 팔다리를 움직여 주면 그만큼 소화기에 가중된 업무량을 덜어줄 수 있다. 소화도 잘 되면서 혈액순환도 돕는다. 그로 인해서 우리 몸의 순환 체계가 매끈하게 되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많이 먹고 배부르다고 그대로 눕는다면 소화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한 순환 저하가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식사 후 노곤하고 졸린데, 불편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불편이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더 가벼워져 기분도 훨씬 좋아진다.
음식은 어떨까? 우리가 카페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케이크를 매일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면 어떨까?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다들 건강에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입에 달고 많이 씹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지만 우리 몸은 적당한 불편함을 필요로 한다. 적당히 씹어야 소화도 더 잘된다. 적당히 거친 음식이 들어와야 위의 근육도 무력해지지 않는다. 쓴맛, 짠맛, 신맛 등등 여러 가지 맛은 우리 몸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이다. 쓴맛은 소화력을 증진시키고, 짠맛은 세포를 유지시키는데 중요하고, 신맛은 에너지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다 필요한 부분들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맛만 편하게 먹다 보면 건강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여름에 감기 걸리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는 시기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에어컨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에 대부분의 공간은 여름에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한 곳이 많다. 하물며 집집마다 에어컨 없는 곳이 거의 없다. 밤에 잘 때 시원하려고 에어컨을 틀고 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다. 여름에 잠을 잘 때 우리는 겨울 점퍼를 입거나 두터운 이불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몸의 입장에서는 무방비 상태인데 지속적으로 어딘가에서 찬바람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감기에 쉽게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름에 감기에 걸리면 더위와 찬바람에 반복적으로 마주치다 보니 쉽게 낫지 않는다. 이럴 때 밤에 잘 때 조금 불편하지만 에어컨을 끄고 살짝 땀을 흘리면서 자게 되면 낮에 어딘가에서 받았던 에어컨 찬바람이 내 몸에서 밖으로 배출되어 감기가 쉽게 나을 수 있다. ‘더운데 어떡해’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약간 불편하면 오히려 몸이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우리가 조금씩의 불편함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몸이 건강해져서 생활이 훨씬 더 편해지는 일들은 너무나도 많다. 점점 인스턴트에 익숙해지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우리 몸은 생각지도 못한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이 주는 진리를 차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주는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세상은 변하지만 자연과 우리 몸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인스턴트 같은 지식으로 우리 몸을 대한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질병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추워지고 더워지고 하는 자연의 변화에 어느 정도는 순응을 해야 우리 몸은 건강해질 수 있다. 조금 불편하지만, 조금 귀찮지만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그 불편함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종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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