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甲辰年)은 육십 간지의 41번째 해이다. ‘갑’은 청이므로 ‘청룡의 해’이다.
사신도에서 청룡은 동쪽을 지키는 용이지만 황룡은 천하를 다스리는 왕을 상징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용은 왕을 상징하는 동물로 신성시하였다. 그래서 일반인이 용과 관련된 꿈이라도 꾸게 되면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일의 성공을 암시한다고 믿었다. 또한 용꿈은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자식을 낳게 될 태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변치 못한 사람이 신분이 급격히 상승되는 것을 가리켜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 하였고, 영웅이 때를 만나 재능을 발휘하게 됨을 비룡승운(飛龍乘雲),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으나 앞으로 큰일을 할 인재를 와룡봉추(臥龍鳳雛),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하여 완성시키는 것을 화룡점정(畵龍點睛), 시작은 좋으나 끝이 좋지 않은 일을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했다.
이제 새해의 의미를 짚어봤으니, 지나간 한해를 살펴보자. 수많은 일이 일어난 지난 365일을 간단히 요약해 보는 방법으로 필자는 두 가지를 살펴본다. 하나는 사건으로 보는 ‘10대 뉴스’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올해의 사자성어’이다.
2023년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사자성어는 이로움을 좇느라 의로움을 잊은 한 해.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과 ‘무능한 사람이 재능있는 척한다’는 의미로 쓰는 남우충수(藍芋充數)가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 전반, 특히 현 정부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네 글자 성어로 대신한 셈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 정책 등 공적인 영역마저 사익 추구에 잠식당한 상황을 짚은 것이다. 그는 이어 전세 사기,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견리망의 현상이 “개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 자유는 탓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고 적반하장을 꼽은 이유를 교수신문에 전했다.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 수를 채운다’는 뜻의 ‘남우충수’가 적잖은 교수들한테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지받은 배경도 정부에 대한 실망이다. 한 교수는 남우충수를 꼽으며 “현 정권이 능력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측근 인사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국정이 엉망진창”이라고 답했다. 남우충수는 ‘무능한 사람이 재능있는 척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지난 한 해 우리 지역에서도 이로움을 좇느라 의로움을 잊은 ‘견리망의(見利忘義)’와 무능한 사람이 재능있는 척하며 자리만 탐내는 ‘남우충수(藍芋充數)’가 곳곳에서 추태를 보였다. 지는 자는 지나간 잘못을 모르는 자요, 이기는 자는 지나간 잘못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자이다. 지역 주민 모두 지난 계묘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갑진년을 맞아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속초에도 청초호의 청룡과 영랑호의 황룡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미 죽어버린 용의 스토리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의 묘미는 죽은 용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갑진년! 새해가 동쪽의 수호신 청룡을 청초호에 다시 살려내고, 지역을 슬기롭게 다스리는 황룡을 영랑호에 살리는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니라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갑진 새해가 되길 기원드린다.
김종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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