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불우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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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노학동 박태승 씨
몸 아프고 일도 못해 막막한 외국국적동포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박혜영 사회복지사가 지난 18일 박태승씨를 상담하고 있다.
속초 노학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박태승(가명, 53) 씨는 미국 국적의 외국국적동포 구내거소자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하와이에서 15년 간 여행사 가이드로 일을 했다. 지난 2016년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자로 등록해 친구가 있는 속초에 자리를 잡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가이드로 활동하다 2019년 하반기에 직접 여행사를 차렸다.
하지만 여행사 창업 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6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더구나 선납한 여행객 숙박비와 식비 등을 국내 여러 여행사로부터 받지 못해 경제적 타격이 매우 컸다. 박 씨는 2020년 여행사 문을 닫고 여행경비를 받으러 한국에 들어왔지만, 소규모 여행사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어렵게 연락이 돼서 찾아가면 자신들도 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결제를 해줄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고성의 한 리조트에 취업한 그는 3개월 일하고 미국에 세금 정리하러 갔다가 돌아왔으나, 재취업이 되지 않아 온천시설에서 잠시 일을 하기도 했다. 외국국적과 나이 등 여러 제한 때문에 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식당과 건설현장 일용직 일을 하며 근근이 버텨왔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면서 생긴 어깨와 팔꿈치의 심한 통증으로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0월부터 일을 하지 못한 박씨는 월세가 밀리고 생활비가 없어 결식 상태에 이를 정도였다. 더구나 1년 전부터 우측 복부의 통증이 심해 속초의료원에서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간수치가 매우 높게 나와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로 수면장애도 겪고 있다.
박 씨는 외국국적동포로 긴급생계비 지원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의 공적부조를 전혀 받을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은 가능하지만, 외국국적인은 체납 보험료가 없어야 병원 진료 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월 13만원씩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를 150만원 가까이 체납한 상태로 몸이 아파도 고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병원엘 가지 못했다. 다행히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의 주선으로 속초의료원에서 딱한 사정을 감안해 공공의료 연계로 이달에 세 차례 무료로 검사를 해주고 약 처방도 해줬다. 내년 1월 재검을 하기로 예약을 해놓았지만, 의료원에서도 무한정 무료진료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수입이 전혀 없는 박 씨는 월세 30만원을 3개월째 밀려 있어 언제 방을 비워줘야 할지 모르고, 식사와 생필품 마련 등 기초적인 생활도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여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월·수·금 배달해 주는 도시락과 지인들이 가져다주는 김치나 밑반찬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박혜영 사회복지사는 “박태승씨는 외국국적에 나이 등 제한이 있지만, 일을 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의료비 지원을 통한 건강 회복, 체납 월세 해결, 고용지원을 통한 취업 등이 이뤄진다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장재환 기자
■ 양양 현남면 죽정자리 박영미 씨
시아버지ㆍ남편 수발들며 힘들게 4남매 키워
양양군청 드림청소년팀 사례관리사가 박영미 씨를 위로하고 있다.
“남편 건강이 갈수록 안 좋아져 아이들을 키우는 게 힘에 부쳐요.”
양양 현남면 죽정자리의 오래된 주택에서 시아버지와 병치레가 잦은 남편의 수발을 드는 다문화 며느리 박영미(가명, 39) 씨는 4명의 자녀까지 혼자 힘으로 키워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15년 전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박 씨는 고령의 시아버지를 봉양하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남편이 짓는 조그만 농사로 근근이 4명의 자녀와 생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전에 담석을 제거해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았던 남편이 지난해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구를 정도로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가 봤더니,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아 올해 농사도 포기했다.
작은 규모의 밭과 논이 있다 보니, 기초수급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도 포함되지 못한 이 가족은 생활비를 벌어야 할 가장이 자주 병원에 입원하면서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 이르는 병원비가 지출되자, 생계마저 위협당할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이래서는 아이들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 박영미 씨는 자신이라도 생계비를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세탁공장 아르바이트를 나가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를 받아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남편의 병 수발과 시아버지를 봉양하는 날이면 세탁공장 출근도 못 해 월급은 더 줄어든다.
“남편이 농사를 지을 때는 그래도 근근이 버티면서 아이들을 키웠는데, 병원에 다니면서 큰돈이 들어가니,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하루빨리 남편 건강이 회복돼 농사도 지어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마음대로 사주고 싶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3녀 1남의 아이들은 한창 먹고 싶은 치킨이나 피자도 마음대로 사달라고 하지 않을 정도로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일찍 철이 들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려온다는 박 씨는 그나마 양양군 드림스타트 부서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학습지 지원을 해줘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캄보디아 친정에서 막내로 자란 박영미 씨는 시댁 형편이 어려워 지금껏 두 번밖에 친정을 다녀오지 못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 모습에 시름을 잠시 놓고 어떻게든 힘든 겨울을 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장작으로 한겨울을 나야 하는 박영미 씨 가족은 어려운 형편에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요즘 같은 한파에 따뜻한 방안에 모여 서로 손을 꼭 잡고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서로를 챙기고 있다.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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