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진/한의사
한의학은 그 출발이 동양사상을 바탕에 두고 있어 질병에 대한 접근이 다소 철학적입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유교나 불교 도교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됩니다. 원래는 한의대 입학생들을 이과생으로만 선별했다면 요즘은 철학적 사고에 익숙한 문과생들도 선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연, 철학, 종교, 예술, 스포츠 등에서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듯이, 한의학은 인체의 균형과 조화를 가장 중요시하며 질병의 원인을 균형과 조화가 깨진 음양의 부조화로 봅니다.
지금의 현대의학은 신체에 대한 균형과 조화를 통한 치료보다는 질병 자체를 치료하기 때문에 질병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병 위주의 치료를 통해 증세가 호전되고 치료가 끝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인체의 전반적인 균형과 조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만성질환자(만성위염, 만성 소화불량, 만성 요통, 만성 두통, 만성 어지럼증, 만성 위궤양 등)가 되어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질병의 경과가 오래되어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맞추는 데 오래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소아 환자의 경우 현대의학에서 완치가 되지 않아 만성적인 경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향이 있어 치료가 훨씬 힘들기도 합니다.
만성질환자는 신체 전반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서 자연치유력과 회복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의학적인 접근을 통해 인체 내부장기의 균형과 조화를 꾀하면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궁근종이나 만성 방광염 환자들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인 요통과 연관 지어 진단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자궁근종 환자의 경우 모두 요통이 있다고 가정할 수 없지만, 비록 요통이 없다 해도 허리 쪽 신경 통로를 확보해야 자궁근종이 완화 또는 호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만성 방광염 환자의 경우에 서양의학에서는 비뇨기과를 가게 되지만 한의학에서는 방광염 치료를 위해서 그 사람의 전반적으로 체질적인 진단과 더불어 허리 쪽 신경 경로도 살피는 등 전반적으로 전신의 균형과 조화를 판단하기 때문에 진찰과 치료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고 이로 인해 환자분들의 인내심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빨리’가 중요한 가치가 된 현대사회에서 한의학 치료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의학 치료는 질병에 대한 접근과 치료에 있어서 인체의 균형과 조화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치료에 다소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과 회복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삶의 질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대사 질환의 경우에도 적극적인 한의학 치료를 통해 우리 몸의 조화와 균형을 바로 세운다면 합병증을 최소화하여 좀 더 건강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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