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복지재단 속초종합사회복지관(관장 성연)에 있는 ‘청어람 검정고시반’ 은빛 할매 학생들 19명이 지난달 22일 평소보다 1시간 가까이 일찍 서둘러 초등학교 통합수업을 받기 위해 속초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섰다.
말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불안과 궁금증으로 표정들은 벌 받으러 가는 학생들처럼 약간씩 굳어 있다.
◆증손자뻘들과 수업=학교에 도착하니 따뜻하게 맞이하여 안내하는 선생님을 따라 1학년에서 4학년까지 한반에 2~3명씩 들어가서 수업을 함께 받았다. 시절을 잘못 만난 탓에 책가방 들고 학교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던 7080세대의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이 이 학교의 졸업생이라면서 그땐 이런 교실이 아니었는데 정말 좋은 세월을 만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막내 손주 또래의 아이들을 부럽다면서 한사람씩 짝꿍이 되어 작은 의자에 어설프게 앉았다. 책을 읽기도 하고 받아쓰기도 했다.
어떤 반에서는 공기놀이 수업도 있었고 노래와 춤도 추었다. 2학년 2반(담임 육현선)에서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극화해서 장면에 어울리는 목소리, 표정, 몸짓으로 연습하고 친구들 앞에서 마음을 담아 발표했다. 청어람 어르신 학생 장원자(80세)씨는 증손자뻘이나 됨직한 학생이랑 짝이 되어 어색한 몸짓으로 대사를 읽어가면서 발표하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리에 돌아와 길게 숨을 몰아쉬고는 터져 나오는 어색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글만 가르치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생각을 씩씩하게 발표하는 것을 보니 어르신들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고 다짐을 한다.
◆초현대식 학교시설에 놀라=수업을 마치고 최종호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환영사를 받고 김동수 교감 선생님의 안내로 학교 시설들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각 교실마다 특성을 살려 초현대적 시설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에 놀랐다. 특히 ‘꿈을 키우는 무지개 교실’에서는 중국에서 시집 온 원어민 선생님이 직접 중국어를 지도해 주고, ‘꿈마루’ 교실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책임지고 방과 후 늦게까지 지도해주고 있었다. ‘행복반’은 특수반으로 이 학교 6학년 장애인학생 한명을 개인지도까지 해주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학생을 위해 특별히 승강기 시설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외에 ‘교육복지실’ ‘상담실’ ‘보건실’ ‘도서실’ 같은 교실도 그 명칭에 맞는 특성을 잘 살려 활용하고 있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정말 부럽기도 했다. 학교시설물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언제나 열려있고 외부에서 아무나 드나들 수 없도록 출입문도 지문인식 후에 개폐 할 수 있는 잠금장치까지 갖추어져 있다니 우리의 자녀들을 안심하고 맞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급식소에서 특별히 학교 측에서 마련해주신 점심까지 맛있게 먹고 교문을 나서는 청어람 검정고시반 학생들은 부러움에 이다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자신들도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단다. 아쉽지만 교감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리면서 몇 번씩 교실을 되돌아보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뜻 깊고 길이길이 기억에 남는 통합수업‘이었다. 이미자 은빛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청어람 검정고시반’ 은빛 할매 학생들이 증손자뻘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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