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모습.
내년 4월 10일 예정인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안 중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 선거구를 조정하는 안이 제시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획정안에 따르면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구군·화천군·철원군 등 무려 6개 시·군을 한 선거구로 묶고, 양양군을 단독선거구인 강릉시에 포함했다.
획정위는 이날 전국적으로 분구 선거구 6곳, 통합선거구 6곳, 구역조정 5곳을 확정한 22대 총선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안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획정위는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현행 국회의원 의석 8석을 유지한 상태에서 8개 선거구를 구역조정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인구 상한선을 넘어 단독 분구 대상에 속했던 춘천시를 단독으로 갑·을로 나누는 대신 기존 춘천시을과 묶였던 철원·화천·양구군을 속초시·인제군·고성군에 붙이면서 전국적으로 가장 넓고 많은 지자체가 묶인 초대형 공룡 선거구를 만들었다.
이번 국회의원선거구획정안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돼야 한다. 이와 관련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7일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속초시를 포함한 접경지역을 아우르는 6개 시군이 하나로 묶인 초대형 선거구가 등장하면서 논란과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설악산을 연계해 역사·문화·교통·경제·정서적으로 하나의 권역을 형성하고 있는 설악권 4개 시·군이 쪼개지는 데다, 양양군이 인근지역인 강릉시와 묶이는 것으로 조정돼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 선거구의 인구수는 현재 16만9,253명으로 현행 선거법상 한 선거구의 최소 하한선인 13만5521명을 훨씬 넘겼고, 지난 21대 총선 당시 16만8,003명보다 1,250명이나 늘어났는데도 무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했다는 지적이다.
강릉시와 묶인 양양군은 번영회를 중심으로 군민들이 총선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준화 강원도시군번영회연합회장(양양군번영회장)은 “양양군을 포함한 설악권 4개 시·군 주민들은 이번 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정개특위와 법사위에서 기존 선거구를 유지하는 합리적인 획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만약 기형적인 선거구가 탄생한다면 양양 군민들은 총선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영래 속초시번영회장은 “총선 때만 되면 말도 안 되는 획정안을 자꾸 제시해 지역주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현재 속초에서 철원까지 3시간에서 3시간30분이 걸리는데, 이 선거구가 묶이는 게 말이 되냐”고 분개했다.
한명철 고성군번영회장은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가 지금껏 뭘 했는 지 모르겠다”며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광섭 인제군번영회장은 “전국에서 가장 넓고 지역 간 거리가 가장 긴 선거구를 만들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 주민들은 결사 반대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인명부는 2024년 3월 29일 확정될 예정이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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