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상점 오스프링’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조용한 상가에 재봉틀로 만든 패브릭 소품을 판매하는 ‘바람꽃상점 오스프링’이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오스프링의 대표인 김소영 작가가 재봉틀 앞에서 한창 작업 중이었다. 요즘은 흔히 보기 힘든 재봉틀과 따스한 패브릭 소품으로 채워진 가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점차 사라지는 수공예 문화 아쉬워 시작=“어렸을 때는 어머니께서 옷가지와 생활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 주셨어요. 이제는 다 낡아진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손 내음 나는 것들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이 가슴 아팠어요.”
예전에는 집집마다 재봉틀이 있었고 우리네 어머니들이 재봉틀로 옷을 만들거나 기워입었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점차 의류 산업이 자동화되면서, 집에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상점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는 이 점이 너무 아쉬웠다고 한다.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재봉틀을 배우기 시작했고 마침내 직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매일 반복되는 무채색의 회사 생활에서는 더이상 행복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에 ‘나에게도 즐겁고, 세상에도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올해 6월 ‘바람꽃상점 오스프링’을 열었다.
■조금은 생소한 이름, “설악산 바람꽃을 아시나요?”=‘바람꽃상점’이라는 이름이 조금 특별하다. 그 의미를 묻자 김 작가는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바람꽃은 전국에서 설악산 대청봉에만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에요. 속초를 대표하는 꽃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기후변화와 군락지 훼손 때문에 멸종위기 상태에요. 우리 세대에서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람꽃으로 디자인한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상점에는 그가 재봉틀과 손바느질을 이용해서 만든 바람꽃 브로치, 지갑, 파우치 등 다양한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나아가 수익금 일부를 야생화 보호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느리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핸드메이드 소품=오스프링의 주요 상품은 ‘토트백, 숄더백, 키친클로스’ 등 패브릭 소품과 ‘에이프런, 스커트, 원피스’ 같은 의류다. 김 작가는 손님들이 언제 방문해도 조금씩 새로운 상품을 만날 수 있도록 매일 소품 제작에 몰두한다. 수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 상점이 드문 요즘, 상품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그녀의 정성을 알아보며 ‘오스프링’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항상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느리더라도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다채로운 원단으로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고요.”
김소영 작가는 앞으로 이곳을 사람 냄새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든 물건이 가득하고, 수공예를 즐기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한편 ‘오스프링’에서는 재봉틀을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어도,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재봉틀을 비롯한 모든 도구가 준비돼 있으며 기초 사용법에서 시작해서 카드 지갑, 스트링 파우치, 캘린더 쿠션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을 진행한다. 상점 운영 시간과 클래스 등 문의는 인스타그램(@ospring_store) 또는 전화(010-3491-5532)를 통해 가능하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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