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불우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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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노학동 민경숙 씨
홀로 남겨져 울면서 지내는 지적장애인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최녕범 사회복지사가 지난 6일 민경숙씨를 상담하고 있다.
속초 노학동 도리원길의 허름한 월세방에서 홀로 살고 있는 민경숙(56, 가명) 씨는 다른 이의 도움이 없으면 거동이나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지적장애가 있는 데다 기관지천식, 당뇨, 고혈압 외에도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다. 더구나 허리까지 좋지 않아 제대로 허리를 펴지 못하고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겨우 걸을 수 있다.
민 씨는 전 남편과 헤어진 후 15년 간 보호자 역할을 하며 함께 살던 동거인이 지난 10월말 세상을 떠나 홀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끼니를 겨우 때우고 청소는 하지 못해 집안이 엉망이었다. 자녀 둘이 있지만, 전 남편이 데려가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민 씨는 동거인이 사망한 후 우울증이 심해져 매일 울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주인집을 방문하던 요양보호사가 민 씨의 우는 소리에 방에 들어갔다가 집안 상태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인 것을 보고 노학동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도움의 손길을 받게 됐다. 당시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방안 여기저기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쌓여 있어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였고 악취에 파리가 득실거렸다. 심지어 방안과 냉장고에는 구더기까지 보였다. 가재도구는 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난 11월초 노학동행정복지센터와 속초시종합사회복지관이 연계해 민씨를 상담하고 지원에 나섰다. 동센터에서는 오염이 심해 사용할 수 없는 가재도구와 이불, 냉장고는 버리고 청소를 하고 도배와 장판을 새로 했다. 혼자 생활하기 힘든 민씨를 돌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애인활동지원 신청도 했다. 복지관에서는 전자렌지와 이불, 전기장판, 그릇 등 가재도구를 지원하고, 주 3회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있다.
현재는 복지관의 장애인활동지원사 2명이 주 5회 오전, 오후로 나눠 4시간씩 민씨 집을 방문해 반찬을 만들어주고 목욕과 청소, 빨래 등을 해주며 돌봐주고 있다. 오전에는 병원에도 데려가 주고, 어딜 가게 되면 항상 동행한다. 민 씨는 척추 수술을 하기로 한 전날 동거인이 사망해 수술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일 민씨 집에서 만난 장애활동지원사는 “사람이 없으면 많이 운다”며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면 안정이 되는지 덜 운다”고 했다.
민씨는 기초생활수급비 60만원과 장애연금 6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 돈으로 월세 18만원을 내고 나머지로 생활을 한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최녕범 사회복지사는 “냉장고가 없어 음식 보관이 힘들고 이불과 가재도구도 부족한 상황으로 생활비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 구입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파리와 모기를 막을 수 있게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하고 겨울철에 찬바람이 들어오는 허술한 방문도 수리해야 한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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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읍 성내리 최미란 씨
장애 안고 홀로 두 딸 키워…겨울나기 막막
양양군청 드림청소년팀 김미숙 사례관리사가 최미란 씨를 위로하고 있다.
“두 딸의 건강만이라도 좋았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양양읍 성내리의 오래된 무상 아파트에서 두 딸을 홀로 키우며 지내고 있는 최미란(가명, 40) 씨는 장애인이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 아이들 걱정에 눈물로 지새고 있다.
원주가 고향인 최 씨는 5년 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홀로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두 딸을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함께 안고 있는 그는 자신처럼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첫째와 선천성 희귀 난청 질환을 지닌 둘째가 남들처럼 건강하게만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을 매일 손모아 기도한다.
남들처럼 잘 가르치는 것은 고사하고 변변하게 학원도 못 보내는 형편에 자책감은 눈덩이처럼 커져 마음의 짐이 된 지 오래다.
“저도 건강이 안 좋은데, 두 아이도 선천적으로 몸이 좋지 않아 정말 슬프고 마음이 아파요. 아빠라도 살아 있으면 버팀목이 되지만, 현실을 볼 때마다 제가 죄인 같아서 아이들을 쳐다보지 못할 때가 많아요.”
기초생활수급자에 한부모가정으로 월평균 150만원 가량이 지원되지만 가족 모두가 병원에 다니고 생활비와 남은 빚을 갚고 나면 이 가족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무상 임대 아파트이기 때문에 월세는 내지 않지만, 관리비와 생활비, 약값, 교육비을 제하고 나면 아이들을 위해 조금씩 모아 놓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이나 피자 등 간식거리도 마음대로 사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지적장애에 지체장애 진단까지 받아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최미란 씨는 앞으로 두 딸이 사회인으로 헤쳐 나가야 할 생각을 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지금은 제가 집에서 어려운 형편대로 돌보면서 지내고 있지만 앞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가야 하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눈물만 나요.”
정기적으로 강릉 아산병원에 다니는 것조차 이제는 힘이 든다는 그는 한시도 아이들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학교를 마치고 오는 두 딸이 “엄마 학교 다녀왔어요”라고 문을 열고 들어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최미란 씨는 아껴둔 간식을 알뜰살뜰 챙겨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인이 되기만을 손 모아 기도한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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