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 수저’, ‘흙 수저’란 단어가 언론매체에서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사람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태어나는 DNA는 어쩔 수 없지만, 선택의 여지없이 태어난 가정환경이 그 사람의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되어 이제는 없어져야 할 속담 중에 하나가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을 나타내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버젓이 인터넷 백과사전에 등재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청년실업과 함께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 치솟는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20대~30대를 지칭하는 ‘3포 세대((三抛 世代)’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 세대(五抛 世代)’,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 세대(七抛 世代)’라는 신조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시대의 어른으로서 심한 자괴감이 든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우리는 사회적 구조나 현실적인 어려움만을 핑계로 이런 일에 눈을 돌리고,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가? 이제는 우리 지역사회도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머리를 맞대어 지역의 인재를 기르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릇 세상의 모든 발전은 마치 커다란 개혁과 혁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처럼 보여져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세상의 발전은 아주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은 변화는 위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영북 지역사회는 모두가 각 지역의 특색과 장점을 살려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기서 인재육성은 공부를 잘해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사람을 기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고장의 발전을 위해서 지역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하는 사람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을 기르는 일은 결국 교육이다.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에는 세 가지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첫째는 내용에 해당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하고, 둘째는 하드웨어적인 교육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셋째는 재정적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중 교육프로그램과 시스템은 학교교육시스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역 인재 양성시스템을 지역의 특성에 맞게 구축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모두가 이 일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일이 필요하다. 강원도교육청이 내년부터 본격 실시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지역사회가 적극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지역인재 양성시스템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모든 마을이 학교가 되고, 지역주민 모두가 마을 선생님이 되고, 지역의 삶이 교육과정이 되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적 지원으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지원 시스템과 아이들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재단 시스템이 있다.
해마다 속초시와 양양군은 아이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어려운 재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교육경비를 증액시켜주고 있어 매우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 지역에는 인재육성을 도와주기 위한 장학재단이 여러 곳이 있어 어려운 지역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속초시 애향장학재단, 속초고등학교 장학재단, 신흥사와 낙산사 장학재단, 늘 사랑회 장학재단, 검찰 한마음 장학재단, 설악 문화센타 장학재단 등 각종 사회단체와 종교단체의 장학재단들이 인재 육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드러나지 않게 음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속초농협 최원규 조합장님과 직원들이 우리청과 협약을 맺어 속초지역의 문화, 예술, 체육 분야에 재능을 가진 10명의 학생들에게 일백만원씩, 일천만원의 장학금 수여식을 가진바 있어 매우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 영북 지역은 위에서 제안한 지역의 인재를 기르는 3가지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을 되살려야 한다.
김종헌
시인·속초양양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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