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불우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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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금호동 김지성 씨
알코올 의존증에 각종 질병으로 병원 전전
김지성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누나가 지난달 30일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박혜영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속초 금호동의 한 월세방에서 모친과 살고 있는 김지성(39, 가명) 씨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다 사업주가 부동산 사기로 구속되면서 몇달치 급여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사업주와 관련해 법정을 오가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어 식음을 전폐하고 알코올에만 의존하며 지냈다. 이 때문에 체증이 30㎏ 이상 빠졌고 만성췌장염과 당뇨, 간질환 등을 앓게 되고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속초에 살고 있던 모친과 누나가 보다 못해 김 씨를 입원시키기 위해 지난 9월 속초로 불러 내렸다. 하지만 속초에 와서도 밥은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생활을 지속했고, 몸 상태가 갈수록 악화됐다. 이에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의 도움으로 지난달 초 속초의료원 301 네트워크와 연계해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스스로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계속해서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더욱 쇠약해져 지난달 27일 속초보광병원 정신과병동에 다시 입원했고,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 결과, 내과적 치료가 시급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거동이 힘들어 누워서만 지냈고, 이 때문에 모친이 대소변을 처리해야 했다. 모친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근로활동이 불가능하고 우울증이 심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다. 옆집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누나 또한 심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동생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정신과 약으로 버티고 있고, 직장생활과 사업 실패로 고액의 부채를 안고 있어 모친과 동생을 보살피기 힘든 상황이다. 모친과 누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 씨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병원비다. 그는 수급자가 아니어서 일반건강보험 대상자로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월세, 공과금, 난방비 등도 한 걱정이다. 김 씨는 퇴사 후 실업급여를 지급받았지만, 구직활동이 어려워 중단되고 말았다. 종합사회복지관의 주선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놓아 현재 모친과 함께 2인 수급자 심사를 받고 있는 상태로, 내년 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심사기간 동안 모친의 수급비 지원이 끊길 수 있어 앞으로의 생활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박혜영 사회복지사는 “김지성씨는 장기입원이 필요한데, 일반으로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료비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하루속히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병원비 부담이나마 덜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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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거진읍 전순희 씨
홀로 약에 의존하며 추운 겨울 지내
고성군 이진숙 사회복지사가 지난달 29일 전순희 씨와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불던 날. 강한 바람으로 바다에서는 해수가 날려 온 마을을 뿌옇게 만들었고, 시내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은 두꺼운 장갑과 목도리를 두르고 잰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마침 이날은 거진시장 근처에 사는 어려운 이웃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전순희(70, 가명) 씨는 거진시장 근처 허름한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작고 마른 체구에 두꺼운 외투를 걸쳤지만, 이마저도 이 겨울의 추위를 막지 못한 것인지,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더욱더 추워 보였다.
지난 10월 무릎관절 시술을 받은 전씨는 성인용 보행기가 없으면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쇠약했고, 치아가 거의 없어 식사마저 죽이 아니면 먹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11월 1일 경ㆍ중도 치매판정까지 받아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기만 하다. 지금 당장 먹어야 하는 약의 종류만도 수십가지가 넘는 전씨는 빈속에 약을 삼키며 홀로 서러움을 삭이고 있다.
젊었을 적 속초에서 작은 여관을 운영했던 전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노후대비 자금으로 모아둔 1억원 이상을 빌려주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돈을 다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이날도 난방비가 걱정돼 쉽사리 난방을 틀지 못하고 있었고 기자와 함께 온 고성군 사회복지사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전기장판이라도 켜서 추운 몸을 녹이라고 했다.
동행한 고성군 이진숙 사회복지사는 “요양복지사도 매일 오지 않아 끼니를 거르실 때가 많다”며 “치아마저 없어 식사를 하시는 데 굉장히 불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고성군과 속초현대치과의 도움으로 임플란트 시술과 틀니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연고자인 전 씨는 도와줄 친지도, 자식도 그 누구도 없는 상태이다. 어렸을 적 부모를 모두 잃고 배움을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매번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도와줄 누군가가 없으면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받는 78만원 중 월세 25만원 및 각종 공과금을 지출하고 나면 수중에 얼마 남지 않아 추운 와중에도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 봐 마음대로 난방 조차 가동하지 못한다.
이 복지사는 “무엇보다 주거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다”며 “거주환경이 너무 열악해 할머니의 건강을 더 악화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매우 아프다.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왕의준 기자 raffin51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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