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춘천지방법원…검사, 무죄선고 요청
지난 11월 19일 춘천지방법원에서 50여년만에 납북귀환어부 7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후 납북귀환어부와 가족, 변호사 등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납북귀환어부 7명이 50여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 11월 17일 오후 2시 춘천지방법원 102호 법정에서 열린 재심에서 1968년 3월에 귀환한 신광호 선장 고 김우용, 선원 고 김달수, 고 전용국, 1972년 9월 귀환한 승해호 최오길, 고 최완길, 해부호 변종남, 김병국 등 모두 7명의 납북귀환어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제1형사부 심현근 재판장은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기도 전에 불법 체포, 감금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며, 수사기관 진술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피의사실 전체 다 무죄가 선고되었다”며, 7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에 앞서 춘천지방검찰청 진인동 검사는 “피고인들이 북한에서 돌아온 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의자 신문조서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범죄 증거가 없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며, 무죄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히 진 검사는 “피고인들의 무고함이 확인되어 명예가 회복되고,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견을 밝혔다.
피고 측 법무법인 원곡 이성엽 변호사는 “사건 피고들은 이미 50여년 전에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아서 평생을 억울한 누명 속에 살았다”며, “오늘 판결로서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무죄선고를 받은 고 김달수의 자녀 김○자씨는 “오늘 법정에 와 보니 피해를 보신 어르신 나이가 너무 많아 가슴이 엄청 아팠다. 어르신들 돌아가시기 전에 빨리 명예회복을 했으면 좋겠다. 국가도 우리 마음을 헤아려주고 어루만져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발언했다. 고 김달수씨는 신광호로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지 4년 후인 1972년 8월 다시 삼창호를 타고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처벌받았다. 고 김달수씨는 두 번째 납북사건에 대해 지난 1월 12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번에 첫번째 납북귀환사건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무죄선고를 받은 해부호 선원 김병국씨는 17세 어린 나이에 납북되었다가 1년 만에 돌아와 다시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여태까지 계속해서 마음 조아리며 살아왔고, 지금도 문단속을 해야만 잠을 이룰 수 있다. 심적으로 굉장히 고통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정신적 치료를 더 받아야할 것 같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김씨는 납북귀환 후에 군에 입대해서도 많이 시달렸고, 이후 보안대의 감시와 사찰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를 받은 해부호 변종남씨는 86세 고령의 나이에 재판정에 출석해 50년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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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호 납북귀환사건과 피해 이야기
아버지 피해로 학업 중단하고 생업 나서
지난 11월 19일 춘천지방법원에서 5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속초항 소속 신광호 선장 김우용과 선원 고 김달수, 고 전용국은 1968년 1월 6일 동해안에서 명태잡이 조업 중에 납북되었다.
<중앙일보> 1968년 1월 8일자 신문에서는 “1월 6일 낮 12시쯤 동해어로저지선 남쪽에서 명태잡이를 하고 있던 20여척의 우리 어선단을 북괴 대형구축함 1척과 경비정 2척이 포위. 그 가운데 신광호(8톤) 등 5척 선원 34명을 끌고 북쪽으로 달아났다”라고 보도했다.
신광호와 선원 6명은 다른 납북어선들과 함께 2개월 후인 3월 23일 귀환했다. 신광호 선원들은 묵호항에 견인되어 해군방첩대를 거쳐 속초경찰서로 연행되어 4월 10일 선장과 기관장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 18일 동안 영장도 없이 불법 구금을 당한 채 경찰서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신문에서도 어로저지선 남쪽인 우리나라 해역에서 납치되었다고 보도했는데, 돌아온 신광호 선장과 선원들은 용공 이적행위를 했다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처벌받았다. 검찰은 선원들이 공모해서 고의적으로 북으로 넘어갔으며, 북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물품을 수수하는 등 이적행위를 했다며 수산업법,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일반 선원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선장과 기관장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자신들이 요청한 형량이 선고되지 않자,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피해자들을 1년 가까이 괴롭혔다.
1968년 6월 28일 속초지원에서는 선원 전원에게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은 무죄, 수산업법 위반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선원들은 추가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하여 그해 10월 25일 춘천지방법원에서 반공법 탈출죄를 유죄로 인정해 전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시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는 1969년 2월 18일 상고를 기각해 사건이 종결되었다.
신광호 선장 김우용씨 자녀 김○희씨(68세)는 당시 아버지의 납북귀환과 가족들의 피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당시 나는 1남 4녀의 장녀로 13살 나이로 중학생이었고, 동생 둘은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에 다녔고, 동생 둘은 어린 애기 때였다. 아버지가 귀환할 때 연락을 받고 어머니와 동생이랑 같이 속초항 부두로 나갔다. 버스 한 대가 오더니, 배에서 선원들이 내리지마자 바로 아버지와 선원들을 태우고 가버렸다. 그 바람에 아버지를 만나지도 못해 어머니와 동생까지 모두 울고 말았다.
속초경찰서에 면회를 가서 수감된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얼굴이 초췌하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붙잡고 울었다. 출소 후에 아버지는 자다가도 깜짝 놀라 잠이 깨어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뼈만 남았다 싶을 정도로 몸이 심하게 야위었고,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늘 감시를 당하는 것 같았다. 술을 많이 드셨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당했는지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돌아오신 지 10년이 지나 61세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납북귀환 후 아버지가 일을 못하자 어머니는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생선장사를 다니기도 했고, 어판장에서 노가리(명태새끼)를 받아 청학동 언덕 위로 리어카를 끌고 올라왔다. 노가리를 손질해 말려서 팔았다. 나도 같이 노가리를 할복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중학교를 다니던 나는 더 진학을 하지 못하고 전신전화국 교환수 일을 했다. 못 배운 게 한이 되어 뒤늦게 방송고와 동우전문대를 진학해 졸업했다. 남동생은 연좌제 때문에 걱정이 되어 공무원 시험을 치지 못하고 보험사에 취직해야만 했다.
신광호 선원 가족은 지난해 6월 2일 재심을 신청한 지 1년 5개월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족들의 진실규명 신청으로 신광호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신광호 선원 6명 중 3명은 이날 재판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고, 뒤늦게 찾은 확인된 피해 선원 가족 2명도 재심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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