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라이 브라힘(Moulay Brahim) 마을에서 아이들과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구호물품을 나눠줬다.
모로코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자 한낮의 기온이 40도가 넘어가고 주식이 빵인 현지에서의 생활에 힘들지만 조금씩 적응되어 갔습니다.
우리는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산악 마을들에 텐트 150동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모로코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비닐 텐트로는 산에서 겨울을 날 수가 없기 때문에 광목천과
방수천을 두 겹으로 붙여서 만든 튼튼하고 방풍 효과가 뛰어난 텐트를 제작해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텐트는 가로, 세로 4미터에 높이가 2미터로 바닥에는 비닐과 팔래트를 깔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아 8~10명의 가족이 살 수가 있습니다.
또한 생활에 필요한 비누, 샴푸, 빨래 가루비누, 칫솔, 치약과 여성용품 키트를 제작해서 500명에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의 이념에 따라 책가방, 노트, 필통, 연필, 볼펜, 색연필, 자, 지우개 등 문구류 세트를 피해지역 난민 어린이 500명에게 지원 하기로 하였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마을의 어린이 30여명에게 매월 장학금을 지원 하기로 했습니다.
캐나다, 인도, 네팔,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난민들에게 나눠줄 키트와 문구류 세트를 포장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새벽부터 센터에 나가 바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각각의 물품들을 세팅하고 기다리니 오전 9시쯤 봉사자들이 도착해서 덥고 힘들지만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행복한 미소를 띠며 오후 늦게까지 작업을 했지만 물품이 너무 많아 다 못한 작업은 다음날 다시 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9월 29일은 한국에서는 추석이고 모로코에서는 이슬람 최대명절인 ‘Eid-e-Milad an-Nabi’입니다. 선지자 무함마드의 탄신일이라 4일간 연휴입니다. 하지만 우리 구호팀은 쉬지 않고 며칠간 자원봉사자들과 열심히 준비한 구호물품을 본격적으로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준비한 자원봉사자들은 그야말로 다국적(모로코, 미국, 캐나다, 인도, 칠레, 케냐, 잠비아)인들로 모두 내 일처럼 도와주었습니다.
아침 8시부터 구호품을 싣고 마라케시에서 동쪽으로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해발 1,300미터에 있는 물라이 브라힘(Moulay Brahim) 마을로 대표적인 지진 피해지역 중 한 곳입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여느 곳처럼 흙벽으로 지은 대부분의 집이 무너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먼저 아이들을 공터에 모이게 하였습니다. 순식간에 지진 피해 초등학생 113명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명절을 맞아 먼저 축구경기를 하자고 제의했고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하며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떨쳐 버리고 정말 신나게 고함지르고, 응원하고, 공터를 뛰어다녔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던 마을에 갑자기 아이들의 노래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니 동네주민들도 모두 몰려와 지진 이후 처음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며 “아 지금 이사람들에게는 물품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회복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해발 1,300미터에 기온은 40도까지 올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두 시간을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준비해간 선물을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선물을 나눠줄 때도 선생님들과 마을리더의 도움으로 아이들, 주민들의 명단을 대조하며 줄을 맞춰 질서있게 한명 한명에게 다 나누어주고 아쉬운 작별을 한 후 돌아왔습니다. <계속>
김규환
(사)굿월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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