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기부제)가 도입된 지 1년이 되어간다.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놓인 지자체의 열악한 재원을 확보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단으로 일본의 15년 성공사례를 본받아 도입하였다. 일본은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를 도입하여 첫해에 약 80억원(8.5억엔)을 기부받았으며 2023년도 기부총액은 약 9조원을 돌파하여 약 110배 이상 늘어났다. 기부건수도 일본 성인 두 사람 당 1명이 지역에 기부를 하고 있어 이 제도가 가장 성공적인 지방소멸 방지 및 균형발전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고향기부제는 본인 주소지 이외에 고향이나 다른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 기부를 하면 10만원 이하는 100% 세액공제, 10만원 초과분은 10만원+초과액의 16.5%를 세액공제로 돌려받게 된다. 또한 기부금액의 30%를 지자체가 선정한 답례품을 받게 된다.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강원도와 18개 시군 입장에서 보면, 더욱 심해지는 인구유출과 경기하락으로 인해 지역 재정은 더욱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돈이 도는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자체는 기부금 중에서 지역 특산품 답례로 30% 지출하고 나머지 70%는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에 재정자립도 증대 및 농어가소득 증대,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국가입장에서도 지역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
도입 첫해인 올해 우리나라의 3분기까지 모금실적은 200억원 정도이다. 일본이 2008년도 첫 시행할 때 800억원 정도였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GNP가 일본의 1/2수준임을 감안할 때 첫해 금액 기준으로 보면 아직 12월이 남아 있지만 일본의 약 50~60% 수준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이 시행 15년이 지난 현재 고향납세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계기는 시행 7년 뒤인 2015년부터 이 제도를 과감하게 수정하였기 때문이다. 첫째, 일본은 세금혜택을 대폭 증액하였다. 현재는 연봉 7,000만원 소득가구가 고향기부를 할 경우 210만원까지는 자기부담금으로 2만원만 빼고 208만원을 국가로부터 세금으로 돌려받고 해당 지자체에서는 30%에 달하는 특산물을 받게 되도록 세금 환급제도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일본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게 된 것이다. 둘째, 일본은 고향세 기부금제도 가입과 납입의 간소화 및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입자 위주로 대폭 사무의 편리성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셋째는 답례품이다. 일본은 30%의 답례품에 반드시 고기, 쌀, 과일, 홍삼 등 지역의 토산 농산물을 공통으로 제공하였고, 답례품의 개념을 지역특산물은 기본 옵션으로 하고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여 어느 지자체는 항공사와 연계하여 항공권 마일리지 포인트를 제공하였다.
우리나라도 여러 아이디어로 큰 성과를 얻은 곳이 많다.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은 지자체장과 관련 공무원, 농협의 조합장들이 일본의 고향세를 공부하기 위해 지난 10월 연수를 다녀왔다. 일본의 고향세 성공사례를 직접 보고 온 농협에서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교차기부하여 1,000여명의 임직원 중 800여명이 교차기부에 참여하여 8,000여만원을 상호 기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머지 200여명은 기존에 기부를 한 임직원이라고 하니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의 농협 임직원들은 100% 고향세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고향기부제는 기부자 국민에게 연말정산시 10만원 기부까지는 국가에서 세금정산 시 10만원을 그대로 돌려주고 30% 해당액을 지역특산품을 주는 것이기에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제도이다. 문제는 적극적인 홍보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이 개선에 7년 걸린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빠른 시행 2년 이내에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먼저, 고향기부자에 대한 ‘세금으로 보답하기’를 대폭 상향 조정하여야 한다. 그래야 30% 답례품의 가격대도 상승하여 지역생산자에게도 선순환이 되고 지자체 재정도 올해의 10배, 50배, 100배로 확충될 것이다. 나아가 지자체도 이 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고향세 기부금에서 일정부분 홍보할 수 있는 기금사용 근거도 마련하게 하고, 가입루트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 농협 등 생산자 단체에도 플랫폼을 허용해야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또 법인과 향우회 등 단체도 기부를 허용하고 기부자가 용처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각계의 개선의견을 조기 수용하여 촘촘하게 개선해서 시행한다면 2년차인 2024년부터 지자체에 큰 발전을 안겨다 주게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지은환
NH농협 하나로유통 감사위원장
전 NH농협 양양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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