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구석기 시대(약 10,000년~20,000년 전)부터 인류 거주가 시작됐다. 그 흔적은 청호동 아이파크 아파트부지의 석기 제작소 마을 유적에서 볼 수 있다. 역사의 반복적인 진화 속에 ‘실향민의 도시 속초’가 탄생했다. 속초는 그동안 국내의 정치적 비극에 휘말리며 존재한 도시였다. 그렇기에 과거에 끝난 역사가 아닌 ‘다시 태어나는 속초’를 생각해야 한다. 속초시 8만2천 명, 실향민 90%가 이곳에서 무거운 삶의 짐을 풀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초근목피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던 시절, 식구들을 책임져야 할 소년 가장으로서 스스로 생활 벌이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군 제대 후 롯데그룹에 공채로 입사해 벌은 생활비를 쪼개가며 모교 고등학교에 24년 장학금, 초등학교에는 34년 장학금을 후원했다. 또, 어린이날이 되면 초등학교에 아이스크림도 기부했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아내의 금반지, 목걸이와 아이들 돌반지를 팔면서 약속을 지켜나갔다. 한때는 속초신협이 파산 직전 중앙회 기금관리위원회에 회부 됐었다. 속초신협 임직원들이 뼈를 깎는 혹독한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고자 1차부터 7차까지 필사적인 대안 제시를 했다. 마지막 7차 대안 제시에서 필자는“이사장 연봉 1원만 받고 속초신협을 경영정상화를 시키겠다”고 말하며 기백 찬 용기를 보였다. 그 용기는 속초신협 재기의 발판이 됐다. 천신만고 끝에 대한민국 최초로 성공적으로 위기의 금융기관을 기사회생했다. 지난 삶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속초를 사랑했기에 격동의 세월에서 나름의 속초를 지켜나갔다.
속초시 승격 60년이다. 현 시장 선거공약으로 시청사 건립이 계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걱정이 앞선다. 현 청사는 비록 작지만 훌륭한 위치에 있고 공익적 청사로 손색이 전혀 없다. 기존 시청사를 고전적으로 리모델링 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청사로 진화시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기념비적 청사로 태어나게 하면 어떨까. 한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
서로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지면을 빌려 시청사 신축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가 6가지 있다. 첫째, 시민 민원 동선이다. 중앙 금호동 중심에서 컴퍼스 작도하여 원을 그려보라. 중앙시장과 9개 은행이 운집되어있고 주변 상권과 아파트는 물론 신축 계획 중인 아파트와 주택들이 몰려있다. 특히 중앙에 2027년 입주목표로 추진 중인 41층 1449세대의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 신청사가 이주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둘째, 시청 주차장 문제는 중앙동 재건축조합에서 공익적 차원에서 현 청사 주차장 지하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하 2층 공용 주차장 2,163평, 약 2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속초시에 기부채납한 상태다. 셋째,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이 상생을 위한 통합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10년 이내로 고성 혹은 양양과 통합하든 아니면 3개 시군이 통합해 개발의 넓은 뜰을 중심에 두고 어느 방향이든 머리를 맞대고 통합청사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포 농공단지도 복잡한 시내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고성군과 협의 이전하고 농공단지부지를 가치 있게 크게 활용해야 한다. 넷째 노후 된 수도 배관교체가 시급하다. 건강한 물을 마시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존재 의무다. 전 시장이 식수 문제를 각고의 노력 끝에 해결했다. 그러나 설악산 천연수가 노후 된 수도 배관을 타고 내려와 세균감염으로 시민과 관광객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또한, 도시 곳곳의 생활 폐수로 숨 막히는 악취도 잡아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연중 땜빵식 처방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시급하다. 다섯째, 명산 설악산 상권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지금 설악산 길목은 35년 넘게 쇠락의 길에 놓여 있다. 현재 설악동은 낡은 상가와 문 닫힌 모텔이 많다. 소공원까지 3㎞ 짧은 구간임에도 무려 1~2시간씩 지루함에 지쳐 무거운 핸들을 꺾고 되돌아가는 길은 저주와 분노로 가득하다. 여섯째, 초고령화 시대에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체육시설이 부족하다. 요가는 여성들이 관절과 근력 건강을 챙기는 운동이다. 하지만 속초시 내 시설이 부족하여 정원에 밀려 대기 상태이며 파크 골프장 역시 연말 동호인 1,000명 달성이 예상되는데도 이들을 수용할 환경이 매우 열악해 야간조명 시설조차도 못 하는 형편 등이다.
무엇이 시민을 위한 공익적 가치인가. 냉철하게 현재의 속초시를 바라보라! 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데 비해 속초시 인구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정부의 긴축정책,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에 맞설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라! 이러한 문제 등을 고려치 못하고 청사신축 추진은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 격식 없는 소통으로 지금 당장 속초시민의 진정한 삶의 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한 삶을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 생각해라. 속초시는 한계를 뛰어넘어 민심을 살피고 속초의 근육을 보다 크고 두껍고 강하게 키워야 할 것이다.
이대길
전 속초시주민참여예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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