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기증 자료집 E-book에 실린 1958년 김택순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결혼사진.
양양 월리 출신 재북 이산가족이 50년 전 남한의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사진이 공개되었다. 지난 2021년 12월 통일부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발간한 <납북자 기념관 기증자료집 Ⅱ (2017~2019)> 58, 59쪽에는 한국전쟁 중에 납북된 양양 월리 출신 납북자 김택순씨가 북에서 보내온 편지 2쪽과 사진 1장이 실려 있다.
이 사진과 편지는 2018년 납북자 김택순씨의 자녀 김태복씨가 기념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으나, 편지의 내용을 보면 김태복은 납북자가 북에서 결혼해 낳은 아들로 나오기에 실제 자료 기증자는 명확하지 않다.
기증 자료 설명에는 1973년 5월 이 편지와 사진을 양양 월리 가족들에게 보낸 김택순(金澤洵, 남, 1933년 출생)씨는 1950년 가을경 강원도 양양군 속초읍 논산리에서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었다고 적혀 있다. 사진 자료 1점은 1958년 촬영한 사진으로, 사진 설명에는 “김택순이 납북된 후 함경남도 북청군 신북청구에서 촬영한 결혼사진이다. 기증인이 김택순의 외가 천지를 통해 전해 받았다. 김택순은 학생이었다.”라고 적혀 있다.
두 장의 편지는 1973년 작성된 것으로 자료설명에는 “1973년 5월 김택순이 부모님께 쓴 편지로 납북된 후 북한에서의 근황과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택순의 결혼사진>과 함께 전해 받았다.”라고 적혀 있다.
다음은 2장의 편지 내용 전문이다.
아버지 어멋님께 삼가 드립니다.
부모님 곁을 떠난 지, 24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들의 생사 여부 알지 못하고 지내온 아버지 어멋님 형제들. 얼마나 가슴 아픈 세월을 보냈습니까?
혈육을 이은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소식 한 장 전하지 못하는 나의 아푼 마음 말할 수 없습니다. 아들의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하고 살아온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가하여 이번에 나의 오사춘 처남님께서 조국을 방문한 기회를 리용하여 힘드려 소식을 전합니다.
할아버님 할머님 생존하신지오? 아버지, 어멋님, 택중 형님 택남 동생 선옥 누님 삼춘들과 얼굴 모르는 많은 동생들 생사 여부 알 길 없어 나의 가슴 쓰리고 아픕니다. 또한 잊어지지 않는 고향 산천들 모든 것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선조의 산소 한번 찾어 보지 못하는 나의 마음 괴롭습니다.
아버지 어멋님, 살아온 지난 이야기 할려면 끝이 없습니다. 오랜 세월 기쁠 때, 즐거울 때, 때로는 슬플 때나 부모 형제 잊은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이곳에 와서 처가집도 잘 만나 외로운 것도 없고 고독한 것도 없이 지내고 있읍니다.
저는 1954년부터 현재까지 이곳 함경남도 북청군 신북청구에서 철도 로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1957년에 약혼하고 1958년에 결혼하였습니다. 처가집을 잘 만나고, 처가 건강하고 나도 건강합니다. 부부 같이 오랫동안 직장에 단이고,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없읍니다. 아버지, 어멋님 나에게는 딸이 둘이고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맛딸, 김문식은 중학교에 단이고, 둘째 딸 김태복은 인민학교 4학년에 단이며, 맛아들 김문일이는 인민학교 2학년에 단입니다.
아버지, 어멋님, 형님, 동생, 누님. 살아 계시면, 저의 근심 조금도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많은 친족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나는 이곳에 와서 나의 장모, 처, 처남 처제, 동서랑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의 소식을 중계하여 주는, 나의 오 사춘 처남님께 인사를 전하여 주십시오.
택남아, 살아 있으면 이 형님을 대신하여 일본에 계시는 나의 오사춘 처남님께 꼭 인사를 전해 달라.
그리고 한갖이 전할 것은 1947년에 고향을 떠난 김경호 삼춘님이 원산조선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957년에 결혼을 하여, 지금은 아들 3형제 딸 3형제를 기르고 있읍니다.
부모 형제에게 하고 싶은 말 태산같이 많으나 우선 생사여부 불명함으로 간단히 소식만 전하게 되며, 나도 부모님과 형님, 동생들이 생사여부, 있은 곳만 알고 싶습니다.
택남아 살아 있느냐? 살아 있으면 나의 성의까지 합하여 늙으신 아버지 어멋님 잘 모셔주시기를 바란다.
부모님과 형님 동생들 누님 삼춘들과 많은 친족들. 부디 부디 몸 건강 하시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1973년 5월 ―
남조선 강원도 양양군 양양면 월리.
김종수 부친, 김택남 동생, 김종순 삼춘, 김철호 삼춘 앞
김택순씨와 동생 김택남, 삼춘 김철호는 양양 월리에 살았던 가족들로 경주김씨 문중 족보에서 이름이 확인된다. 김택순씨는 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남한 가족들에게 알리고, 자신도 남한의 가족들 생사여부를 알고 싶어 했다.
지금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년이 흘렀음에도 남북한 간에 이산가족이 서로 서신으로 연락하는 것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냉엄한 현실에서 50년 전 재북 이산가족이 남한의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사진이 전해주는 메시지와 느낌은 그리 작지 않다. 근 50년 만에 공개된 재북 이산가족의 편지와 사진은 분단과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귀중한 역사자료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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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기증자료집 E-book에 실려 공개된 재북 김택순씨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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