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편협성
며칠 후 시제 보러 속초를 가야 한다. 살면서 태백을 얼마나 넘었을까 계산하려니 내 나이 많아 셈이 안된다. 태백을 넘으면 공기는 싱그럽고 달콤하고 기온은 살갑게 느껴지며 마음에 평화가 오며 근육이 이완된다. 물론 자랄 때 익숙한 환경이어서 일 것이다. 그보다 관동지역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안온함이 있다고 본다. 고향이 아닌 사람도 나와 같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니 고향이라서가 아닌 것 같다. 택리지(擇里志; 이중환)의 관동편에는 ‘관동을 다녀온 유람객은 10년을 신선의 기운이 돈다’라 하였거늘 자연경관에 대하여는 다툼의 여지가 없이 분명 평화롭고 청정하고 아름답고 수려하다.
서쪽에는 급격히 치솟은 태백 준령이 있고 북에는 어마어마한 장벽이 있으며 동해가 길을 막는다. 그러니 지역이 협소하고 교통은 단절되어 경제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하천의 발원지가 짧으니 생활용수가 부족하며 생활은 불편하다. 교육시설은 열악하고 문화시설의 부족과 예술은 메랐다. 여기에 좁은 농경지로 식량이 부족했으며 산을 의지해 사는 이들도 많았다. 일거리, 먹을거리가 부족하고 생활 또한 불편하고 식량이 부족하여, 결핍에 익숙해진 우리는 보다 나은 생활을 꿈꾸며 변화와 개선에 의지를 잃었다. 경제의 개념을 익힐 거리도 없다. 태초부터 꿈도 잃었다. 이것이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다. 심각한 위기가 온 것이 사실임에도 현재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변화를 회피하려 한다. 그럼 우리는 ‘변화해야만 할까?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할 것인가?’를 묻는다.
개혁과 변화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팽창하며 지식사회가 요구되던 1990년대에 유치한 대학도 학령인구의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학생 유치가 수월한 대도시 부근으로 이전하고 말았다.
이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안이했으며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교기업(재단)과 협력하며 모든 것을 학교에 내어주더라도 학교를 유치해야 했다.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숙식을 지원하며 아르바이트를 만들어 주며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업을 연결해 취업을 알선했어야 했다. 지역민들의 보수교육과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며 교수들의 수익도 보장해 줘야 하지 않았나 한다. 이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교육은 지역 발전의 초석이며 백년대계이다. 교육은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지리적 자원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이제라도 다시 종합대학이나 단과대학이 아니라 문학 예술 의료 체육 관광 등의 사숙이라도 유치해야 한다.
지역 경제는 대기업 유치나 공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지역 특성에 맞는 기업을 찾는 부단한 노력과 함께 지자체가 기업의 통큰 편의를 주고 유치하자.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과 문화를 활성화하면 인구는 선순환적으로 증가한다.
설악문화권은 좋은 경제 사회 문화 의료 등의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이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 문제는 주민이 함께 고민하고 의지를 잃지 않으며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식인들이 각성해야 하고 정치인이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답습한다면 더욱 지역 격차가 커진다. 변화를 문제화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개혁과 변화는 필수지 선택이 아니다.
덧셈의 힘을 보여주자
지역은 소규모 도시로 구성되어 인구가 적다. 인구를 늘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 늘리지 못하면 모으자. 하나보다 둘이 낫고 둘보다 셋이 낫다. 기존 인구마저 분산하고 흩어지면 더 작아진다. 많은 토론과 협상과 교육과 설득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에겐 백 천 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하나가 필요하다. 하나부터 모으자.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어 만이 되고 십만이 되자. 덧셈만 하면 된다. 모으기만 하면 된다. 지속 가능한 정치를 하자. 일시적 효과만 이루려 하지 말자. 해보는 것이다. 안 해 봤다. 이런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문화는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야 생기는 것이다. 관동 북부 설악권이 행정도시로 모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이 주민의 표를 모두 얻으면 15만 표 이상의 국회의원이 된다. 50만 주민의 도시에서 30% 득표를 얻은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표를 가진 의원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렇게 모으는 정책으로 교육 문화 정치 경제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면 선순환이 돼, 인구도 늘고 경제 문화 교육 정치가 활성화될 것이다. 30만 아니 50만의 도시가 될 것이다. 그러려면 주민여러분! 당신의 목소리를 내세요. 투표권으로 싸우세요! 그리고 순응하세요. 지도자는 부정하지 말고 욕심을 버리고 주민을 바라보고 민생을 챙기고 민의를 대변하며 공익을 추구할 방법이라면 불편한 진실이라도 진심으로 호소하세요. 쓸모없음이 쓸모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주민은 지도자를 믿고 순응하고 지지하며 정책에 힘을 보태세요.
뜻하지 않은 길도 길
집단에서는 내 의견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나의 길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뜻하지 않게 들어선 길도 길이니 이는 내 길이며 내 길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 주민들도 반복되는 정치와 투표로 많이 학습하여 얻은 정보나 사실로 지식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마세요. 노력하는 만큼 얻습니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승수
설악신문 서울 주재원
한국산림탄소협회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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