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1. 속초 남부권 중학교 신설 요구 높아
2. 북부권 중학교 통학 현장에서 부는
새바람
3. 인구 밀집으로 중학교 신설 요구 컸던
강릉시 남부권 사례
4. 지역정치권 주축으로 중학교 유치에
적극적인 춘천시 퇴계·석사 사례
5. 교육부 신설불허에도 지방교육기관이
주축 된 제주시 서부지역 사례
6. 속초 남부권 최대 현안사업, 중학교
신설 해결 방안
본보의 ‘속초 남부권 중학교 신설 요원한가’에 대한 기획취재 이후 속초시의회가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지방 정치권을 중심으로 남부권 중학교 신설 요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시의회는 건의문에서 학생들의 편안한 통학권과 학습여건 마련을 위해 중학교 신설이 필요하다며 교육당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본보는 교육당국이 주축이 돼 학생들의 통학불편을 어느 정도 해소한 강릉시 남부권 지역 사례와 속초와 같이 특정지역의 인구밀집으로 중학교 신설 요구가 일고 있는 춘천 석사·퇴계동과 제주시 서부지역의 사례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먼저 남녀공학 추진으로 학생들의 통학불편을 해소한 강릉시 남부권 사례를 살펴봤다.
■남녀공학 이후 달라진 등교 모습
기자는 지난 20일 아침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강릉중학교의 등교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강릉중은 지금까지 남학생 학교였으나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 전체 1학년 9학급 271명 가운데 여학생 126명이 올해 처음 이 학교에 배정됐다.
학교가 멀리 있어 아침 7시30분이면 등교하는 속초 남부권 중학생들의 등교상황만 생각하고 아침 일찍 학교를 찾았으나 학교 앞 정문은 한산했다. 기다린 지 40여분이 지난 오전 8시10분이 돼서야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하는 속초 남부권 학생들과는 달리 이곳 학생들은 학교가 가까이 있다 보니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여학생들은 예전 같으면 이곳 남부권에 여학교가 없어 남대천을 건너 북부권 학교로 등교를 했어야 했다.
한 여학생은 “학교가 가까이 있어 멀리 가지 않고 걸어서 학교에 갈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남녀공학 전환 ‘절반의 성공’
강릉 남부권의 여자 중학교 신설 요구는 성덕동에 인구가 밀집되면서 불거지기 시작됐다.
입암·청량·학동·두산·병산·남항진 등 6개 법정동을 아우르고 있는 성덕동은 2000년대 들어 아파트 개발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여자 중학교 신설 요구가 제기됐다.
현재 성덕동의 인구는 3만580명이다. 급격한 인구증가에도 중학교는 강릉중과 경포중 2개 남학교 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여학생들은 남대천을 넘어 북부권에 있는 중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매일 1,000여명의 여학생들이 남대천을 건너야 하는 심각한 등하교 불편을 겪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레 여자 중학교 신설 문제가 불거졌다.
지역주민들은 여자중학교 설립 추진위원회 등을 만들어 교육당국에 여자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사회는 “성덕동 등 남부권 여중생 1,000여명이 매일 4㎞ 이상 떨어진 중학교를 다니면서 등하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성덕동을 중심으로 최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급증했는데도 교육당국은 전국적인 학생 수 감소 등을 이유로 학교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교육당국을 성토했다.
지역사회의 반발이 이어지자 강릉교육지원청은 남부권 여자중학교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전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부의 학교 신설 불허 방침에 따라, 차선책으로 일부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일부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교육당국은 강릉중, 강릉여중, 경포중, 경포여중을 올해 신입생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경우 남대천 교량을 건너 통학하는 학생 수가 1,714명에서 94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900여명의 학생은 여전히 북부권으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은 “4개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돼도 여전히 적지 않은 학생들이 등하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학교 신설만이 대안”이라며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끝에 올해 신입생들부터 4개 중학교의 남녀공학이 시작됐지만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강릉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원래는 남부권에 여자 중학교가 신설돼야 지역사회의 불만이 해소될 수 있는데 지금의 남녀공학 전환 정책으로는 학생들의 통학불편이 100%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다행히 현재까지는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지원청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남녀공학 전환 추진 평가는 앞으로 1~2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강릉 남부권 여자 중학교 신설 요구에 대한 대안으로 강릉중 등 4개 중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아침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강릉중 학생들의 등교 모습.
■권오각 강릉시 상덕동주민자치위원장
“교육당국 내놓을 정책 남녀공학밖에 없어 수긍”
권오각 성덕동주민자치위원장은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4개 중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역사회가 현재 교육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남녀공학 전환이 좋아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학교 신설 불허 방침에 따라 교육당국이 내놓을 정책이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남녀공학 전환 추진이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며 “성덕동의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학교 신설은 필요하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