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버스킹페스티발 경연 모습.
고성 ‘예술로 아트스테이’ 참가자와 이주작가와의 만남.
속초 버스킹페스티벌, 출연자 모두에게 전달한 속초의 기억
고성 예술로 아트스테이, 고성살이 위한 매력자원의 연결
“지역 소멸의 해법으로 꼽히는 일본 가미야마의 경우 커뮤니티 조성자들과 이들이 30년에 걸쳐 구축한 커뮤니티 자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커뮤니티 자본론>의 저자 전정환이 강조하는 말이다. 현재 유형처럼 퍼지고 있는 워케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결을 넘어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0년 이상 중장기 전략 아래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커뮤니티 조성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속초와 고성에서 ‘커뮤니티 조성자’의 역할과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보이는 행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속초민예총의 ‘2023 속초 버스킹페스티벌’과 고성문화재단의 ‘예술로 아트 스테이’는 지역이 청년예술가를 어떻게 만나고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실험이었다.
■사람이 남고 이야기로 추억되는 ‘속초 버스킹 페스티벌’=
‘2023 속초 버스킹페스티벌’은 지난 제58회 설악문화제 기간 주무대에서 일반인 현장심사를 개최했다. 140여개 지원팀 중 11개팀이 선발되어 속초 최고의 축제에서 현장예선을 펼친 셈이다. 어쿠스틱 기타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에서 집시음악, 힙합, 1인밴드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속초를 찾았다. 10월 7일과 8일 이틀간 펼쳐진 예선에서는 총 6개팀이 10월 28일 개최되는 최종결선에 진출한다. 홍대 대표 락밴드 스프링스, 붐뱁 사운드 기반의 힙합 뮤지션 OTWO, 마크 로스크를 사랑하는 힙합 뮤지션 로스코, 발칸 집시음악을 들려주는 집시유랑단, 독특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찬온, 강변가요제 대상 등 화려한 이력의 사운드힐즈가 최종 진출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다양성은 기존의 축제용 공연을 넘어서서 좋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시나위 밴드 보컬인 김바다씨는 버스킹 최종 심사평에서 “자작곡의 창의성도 높았고 앞으로 성장 가능한 음악인을 발견한 점이 가장 좋았다”고 강조했다.
행사의 결과와 함께 운영하는 과정의 배려가 좋았다. 속초민예총은 행사기간 중 참여 뮤지션을 상도문 돌담마을에서 민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상도문 돌담마을은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자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으로 마을 전체가 문화마을이 된 곳이다. 아바이마을이나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유명 관광지와는 떨어져 있지만 속초다운 라이프스타일을 잘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또한, 숙소마다 속초의 대표 수제맥주를 선물하고, 자가 차량이 없는 참가자는 행사 전후 직접 숙박장소로 안내했다. 청년 예술인을 환대하는 배려와 돌담마을의 풍경은 참가자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음은 물론이다. 탈락자에게는 속초민예총의 차기 사업에 꼭 초대하여 속초 방문을 한 번 더 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숙박하는 동안 찍은 상도문 돌담마을 사진과 함께 “예쁜 마을에 머물면서 좋은 기억으로 떠난다”는 한 참여자의 연락은 환대의 태도가 속초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보조금 수령과 사업 추진의 과정을 넘어 사람이 남고 이야기로 추억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인이 커뮤니티 조성자 역할을 한 ‘고성 아트스테이’=
막연했던 지역살이가 실체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는 행사도 있다. 고성문화재단이 8월말 진행한 ‘고성 예술로 아트스테이’이다. 이 사업은 기획단계부터 고성지역 예술인협동조합인 ‘달홀문협동조합’과 협업을 하였다. 지역 예술인협동조합이 커뮤니티 조성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달홀문협동조합은 일시적 커뮤니티 형성으로 단순한 지역 경험에 그치는 워케이션을 경계했다. 청년예술가가 고성의 유무형 자원을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예술 작품으로 해석하는 기회가 되도록 2박 3일의 여정을 만들었다. 고성의 자연과 문화는 물론 고성살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역 작가와 대화의 시간을 갖고 거진 빨래골, 등대길 등 마을 안길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다양한 장르의 청년 예술가들은 고성의 속내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조창환 작가처럼 새로 이주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에 관심을 기울였다. 짧은 경험이지만 오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로 ‘아트스테이’는 작용할 수 있었다.
인구소멸 지역에서 청년의 역할은 수도권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은 부족한 기회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하면 된다. 관계자본의 힘이 작용하고 지속가능성만 보장한다면 청년의 기회는 지역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대를 실천하는 중간조직과 경계에 있는 커뮤니티 조성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속초의 버스킹 페스티벌에서 경연 참여자를 위한 배려, 고성의 아트스테이 사업에서 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매개자의 역할이 새로운 커뮤니티 자본의 시작인 셈이다.
김인섭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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