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규 STUDIO OVERHAUL(스튜디오 오버홀) 대표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 청년들의 지역이탈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만나는 청년마다 지방에서 미래를 투자할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현실에서 고향인 속초에 자리 잡고 꿈을 이뤄나가는 스물아홉 청년을 어렵게 만났다. 2년 전부터 속초시 동명동에 STUDIO OVERHAUL(스튜디오 오버홀)을 열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구남규 대표로부터 지역살이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속초 떠났다가 고향 그리워 재정착
“20살이 되던 해 처음 자취를 시작했는데 굉장히 낡고 허름한 주택이었어요.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셀프 인테리어를 해봤는데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고, 그때부터 인테리어,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로를 정한 구 대표는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기 전 속초에서 현장직으로, 또 청년 목수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갔다. 그러나 계속 속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꿈을 이루어나가기에는 배울 수 있는 곳이 지나치게 부족했고 일할 곳도 많지 않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 없어 속초를 떠나 서울에서 2년 정도 살며 건설업과 관련된 3D 프로그램과 일을 배웠다.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고향 속초가 너무너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휴가를 내고 속초로 왔더니 정말 좋아서 잠도 안 왔어요. 눈 감고 누워있는데 속초에서도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어린 시절에 녹아들었던 산과 바다, 호수의 자연은 도시로 떠났던 구 대표의 발걸음을 돌이켰다. 자연을 향한 마음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도 ‘내 꿈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속초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업을 하면서 지역민들 간에 정이 많고 서로 똘똘 뭉치는 지역사회의 장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속초 토박이다 보니 이전부터 고향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던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구 대표는 이러한 특성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고향에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 있다 보니 타지인에게 보이는 텃세 때문에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와서 활동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청년의 문화, 일자리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됐다. 그는 청년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장소와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청년 정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교육과 배움의 기회가 많아져서 자신처럼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속초를 떠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저 같은 경우는 건축과 관련돼 있어 속초에서도 노력하면 자리잡을 수 있지만 사무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은 힘들 거예요. 속초에서 꿈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는 직업이 많고, 큰 회사가 없다는 것도 아쉽죠. 청년지기와 같은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청년 소통·실천 모임 다양해지길
구 대표는 현재 속초시 청년네트워크 청년지기(본보 23년9월25일 보도)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곳에서는 또래 청년들을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변의 고향 친구들이 도시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많고, 타지에서 속초로 오는 청년들을 꽤 볼 수 있었지만 함께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장과 소통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무언가를 실천할 수 있는 모임이 다양해진다면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들도 속초라는 지역에 쉽게 적응하고 지역 문화의 변화도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밝혔다.
“저는 속초에 돌아와서 10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이 일을 시작했어요. 개인적인 꿈으로는 속초에서 가장 인정받는 건설회사의 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또 속초는 정이 많은 만큼 지역 토박이로서 봉사활동과 속초시 주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면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꿈만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구 대표의 진심이 지역소멸위기 속의 숨은 보석처럼 오랜 시간 빛나기를 응원해 본다. 정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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