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문화로 거닐다<116> /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페스티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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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만난 속초 연극, 가슴 뭉클한 자부심의 현장

등록날짜 [ 2016년09월26일 16시42분 ]

주말 오후의 분주함은 대학로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이었지만 젊은 기운만은 여전했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홀에 들어서자 속초연극협회 남상진 회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남 회장이 운영하는 카페 <소설>의 불빛은 엊그제부터 불이 꺼져있다 싶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역문화를 위한 명예직 치고는 혹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준비해준 자리에 앉았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관객이 들어왔다. 로비에서부터 객석에 앉기까지의 분위기가 부러웠다. 예술소비가 주는 삶의 질과 개인의 만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속초도 방문 자체가 일상의 탈출이 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절실하다. 관광객이 아닌 시민을 위한 문화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조명이 꺼지고 한국연극협회 정대경 이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오늘 연극 공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 극단까지 참여하여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경연이 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수상작품 앵콜공연이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페스티벌’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사의 마지막 공연작품이 속초연합팀의 <카운터 포인트>이다. 우리는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의미를 알고 있다. 피날레는 대표성과 대중성을 가진 작품이 차지한다. 정 이사장은 한마디 덧붙인다. “여러분은 속초가 오징어만 유명한 줄 아시죠? 속초의 진정한 자랑은 연극입니다.” 외지에서 속초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뭉클해지는 이 촌스러움이 가장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연극의 시작. 익숙한 얼굴들이 차례로 나온다. <카운터 포인트>(이반 작, 변유정 연출)는 명청 교체시기 급변하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대립하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비극을 장엄한 서사로 그린 작품이다. 팩션 특유의 상상력의 의한 잔재미를 줄이는 대신 코러스와 무대의 역동성을 살렸다. 속초의 3개 극단이 연합을 이룬 만큼 배우의 조율이 가장 큰 난제였는데, 다행히 단점보다 장점이 도드라졌다. 특히, 희랍 비극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코러스는 서사의 무게에 가벼운 리듬감을 부여하여 입체적인 재미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제목 <카운터 포인트>는 대위법이다. 대위법은 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나 성부를 동시에 결합시켜 곡을 만드는 작곡법이다. 명나라와 청나라로 대변되는 두 개의 독립된 가치의 충돌은 지금 한반도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 통섭의 소통은 어느 시대나 필요한 가치이다. 그런 면에서 속초는 지혜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토착민과 실향민의 문화가 어우러져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명태순대 대신 만든 오징어순대, 가자미 꾸미 대신 명태회를 올린 명태회냉면이 그렇다. 이번 연극은 어떤가. 속초 출신의 원로 극작가 이반 교수의 작품을 춘천 출신의 변유정 연출가가 맡았다.
작품의 제목부터 주제까지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낼 줄 아는 속초의 가치가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역사 속 인조와 소현세자는 화해하지 못하고 파멸하여 조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속초의 연극 <카운터 포인트>는 연극인들의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낳았다. 다음 카운터 포인트를 기대한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속초 연합팀의 ‘카운터 포인트’가 지난 10~11일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페스티벌’이 열린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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